물푸레 별 벨라뎃다*저년은 나쁜 년 벨라뎃다저년은 못된 년 퉤무식하고 교만한 년 그저그렇고 그런 년 * 프랑스 루르드의 천주교 성녀 시작 메모만 권 책을 읽느니 단 한 번 희생 선행이 훨씬 낫구나. 온갖 지식 지혜 다 갖느니 양심의 가책 한 번, 그 괴로움이 훨씬 값지구나. 세상 부귀 영화 명예 영광 속에 빛나느니, 겹겹 몸을 두르느니, 나쁜 년, 못난 년, 야비한 년, 사람들 모욕과 분노 증오로 손가락질, 얼굴에 침뱉음 당함이 훨씬 기쁘구나. 애시당초 귀하고 부유한 몸으로 태어나느니 벌거숭이 물방앗간 천민 딸로 태어났음이 훨씬 더
아 그렇구나, 2020 보라, 사람이 아프니 다 아프다하늘도 땅도 나무도 새도 버러지도풀도 돌도 구름도 시간도 강물도식당도 철물점도 올갱이집도이발소도 미용실도 통닭집도 농약상회도튀김집도 구멍가게도 도장집도 자전거포도철길도 들길도 미동산도 임도길도논도 밭도 시골 공소도 비닐하우스도 콩나물공장도 원남이도 월려씨네도 한 반천은 허물어진 빈집도거기 고욤나무도 나뒹구는 장화도아픈 사람도아프지 않은 사람마저도 그러나 이 아픔 지나가면이 시간 이겨 내면 겪어 내면 하늘도 돌아오고새도 나무도 바람도 구름도덩달아 돌아오고낮과 밤 아침과 노을 어둠
귀촌 2 나라는 사람아름다운 가재골에 참으로 민폐입니다빈둥빈둥 놀면서여전히 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억지 시 치장 시 거짓 시 쓰기를 일삼으니진종일 약 주고 거름 내고 가지 치고풀 뽑고 꽃 따고 해서 지친 분들께늘 죄짓는 마음입니다어느 날 조금이라도 보속이 될 수 있을까가재골 삼류 시인으로서활동 수칙 몇 가지를 주렁주렁 정합니다남들 땀 뻘뻘 흘려 일할 때논둑 밭둑 가로지르지 않고깔깔 크게 소리 내어 즐거워하지 않고미카엘라와 둘이 붙어다니지 않고적어도 대여섯 걸음은 떨어져 다니고털끝만큼이라도 거들먹거리지 않고요란 떨지 않고 특히
귀촌 1 안양은 다 접고 접자 마자떴지요우리겐 여기가 딱이구료길쭉하고 비스듬한 가재골 집강아지 두 마리 머루랑 다래랑 이름 붙이고읍내 철물점 농약상회 들러낫 호미 괭이 삽 등속 갖추랴배롱 매실 앵자두 석류 연산홍서껀사다 심으랴, 오명가명봄빛에 원, 쑥스럽구료 하나부터 열까지이 동네분들 가르침 되우 좋아하시니가지 심다 혼나고 열무 심다 혼나고오죽하면 불 때다 혼나고시골살이 깨치기 어려워 심는 족족 다 죽고 마네에구머니나, 또 밤 오줌 누나베? 이웃 두보 할멈까지훌떡 벗공 마당귀 텃밭에 쫄쫄 거름하니올 물외 한번 달겄고나 거, 인심 한
병신춤 1 그딴 춤이야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에장소팔이 성님처럼 추면 되지옥진이 누님처럼 추면 되지장에 소 팔라 가듯이아니면 봄날 비탈에 뚝방에이른 쑥 캐드키 밭두럭 타고 오줌 누드키후여후여 다릿간이란 다릿간마다다 찾아가 추리다역전이란 역전마다 다 찾아가 추리다아니야아,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고그래애이, 나는 자 위에 기는 자 있다더라병신스러이 병신스러이 추리요접시 물에 코나 박고 칵 빠져 죽어 버릴라아프게 아프게 추리요공갈로 아주 공갈로이쁘게 이쁘게 추리니헤프게 헤프게 추리니우리가 말이요양재기 들고 추리다바가지 들고 추리다부지깽
서울 시 시골 시 서울에 있을 때는학교 나갈 때는저 위에 살 때는시골 시 쓰고 싶어 문득문득시골 시 그리버 하지만 나 명퇴하고가재골로 이사 오고곧 시골에서 사니까 노니깐서울 쪽 서울 시 쓰고 싶어케케묵은 시골 시 시골 투가겨웁고 싫여 오늘밤 시골 사람 하나이쀼루퉁맘 아프다오 시작 메모
저 달 서울에서 시골 오면우리, 그 사람들 반가운데 시골에서 서울 가면그 사람들, 우리 그닥 반갑잖은갑다 우린그 사람들 그리운데 그 사람들 우리그닥 그립잖은갑다 때론 귀찮은갑다 허긴우리 같은 개똥쇠들 시작 메모어릴 적, 어머니들이 옆엣집 아줌마와 대판 싸울 때마다 ‘개똥쇠 같은 여편네’라 소리를 듣고 오면 펑펑 울곤 했다. 이제 곰곰 생각하니 비록 개똥밭에서 태어난 천한 형편으로 여기저기 굴러먹는 고된 인생이지만, 그게 명 질게, 남 못하는 궂은 일 다 하고, 이녁들 싫어하는 험한 욕 외로이 다 얻어먹으라는 얘기입니다요. 이보다 덕
미동산 보리밥한솥짓기는좋이 가네 떡갈나무 봄물미동산 임도길 무녀리낮달허곤 목탁치듯 딱따구리참 좋다 맨날맨날말대가리 가수들 노래만 듣다가 시작 메모무협지 같은 데서는 뻑하면 ‘뜨거운 차 한 잔 마실 시간’ 도 나온다만. 누구는, 미인이 눈썹을 찡그리며 어여쁜 눈을 깜빡거린다는 ‘순간[瞬間]’이니, 님을 기다리며 초생달 손톱을 퉁긴다는 ‘탄지[彈指]’니, 거기에 선비가 긴 사유에 들며 애법 수염을 쓰다듬는다는 ‘수유[須臾]’니 어쩌고들 하며, 그것들이 아주 시적인 시간 이미지라던데, 보라, 옛날 우리 민중들이 입에 달고 살던 저 ‘보리
민들레 옛날, 홍명희 선생이 쓴 임꺽정에쇠도리깨 도둑 곽오주가 나오는데이 오주가 도적이 되기 전 머슴 살 때던가장에 지게 지고 쌀팔라 갔다 오단산적놈을 만났겠다한바탕 씨름을 벌이다 말고설라무네얘, 우리 좀 이따가 하자 하더니두말없이 바지를 까뭉개곤끄응 길섶 똥 한 삼태기 싸 놓더라아눈까정 찌긋째긋거리는데산적놈 그만 어이없어 하릴없어쇠새끼, 엄청 구리구나 그때부텀 우리나라 길섶마다 민들레별처럼 쏟아진 게로다 시작 메모벽초 홍명희 선생은 『임꺽정』을 쓰고 ‘임꺽정만큼은 사건이나 인물이나 묘사로나 정조로나 모두 남에게서 옷 한 벌 빌어
밤하늘 별시시껄렁왼갖 푼수데기시러배잡녀르눔들서껀야들아,오늘따라다 뫄코야오도방정에월려?니미룩내미룩육갑꼴값궁시렁다 떨어 쌌남들 시작 메모오륙십 년 전 아주 어렸을 때, 우리가 가장 어렵고 못살았을 때, 노상 꿀꿀이죽으로 아침 점심 저녁 때울 때, 그러나 가장 행복했을 때였구나. 사상도 없고 주의 주장도 없고 신념도 없고 배움도 없고 가치도 없고, 그래서 그때 밤하늘은, 별들은 저렇게 아름다웠구나. 생각나는 대로 느끼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내키는 대로, 누가 뭐라 하든 말든. 그땐 뒷골도 이렇게 묵직하니 땡기지도 않았지. 그리웁다. 하
돔부 할미 지호맹이랄거! 끽뿌시기 한 대 피우곤 한 홉큼비뚤어진 손마디로하염없이 쓸고 앉았네 밥에 놔 먹으라고아주 달다고 보은 버스 차부 앞에해거름고동색 뙤약 얼굴들 그잘난 시작 메모생선 채소 나물 곡식 약초 국밥 막걸리 신발 모자 옷가지 병아리 강아지 잡동사니 다 좋다만, 막걸리 한 사발로 점심 때우고 미처 팔지 못한 돔부콩 한 줌 펼쳐놓고 쭈구리고 앉은 노을녘 할매들 저 서글픈 모습에랴. 그러나 그런 할매들 이젠 보은 장에 가도, 청산 장에 가도, 괴산 장에 가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하는 아이들 새 쫓고 애 보고꼴 베고 쇠죽 쑤던 아이들이 새 쫓고 애 보고꼴 베고 쇠죽 쑤던 마음들을 순전히새 쫓고 애 보고꼴 베고 쇠죽 쑤던 말로다 썼네 삼십 년 전안동 시골 학교 이오덕 선생님이 엮은일하는아이들 케케묵어 너덜너덜해졌지만책상 위에 놔두면 누가 훔쳐 갈세라가슴도 졸이면서읽고 또 읽던1990년도 삼천 원짜리 작은 책 거기서 시를 알았고머리 허얘아직도 거기서 시를 배우네 시작 메모두메산골 초등학교 아이들이 쓴 글을 모은 은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마음들이다. 소 먹이고 나무 하고 담배 심고 마늘 캐고
지기럴 똥구멍이 찢어져라가난하고 어렵던 시절이어라그래도 개떡 인심은 좋았으니그 누가 개떡 먹는 걸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라 치면즈이도 그것밖에 먹을 게 없지만별도리 없어라한 쪼가리 떼어 주고 말았으니꺼끌꺼끌 말라붙어양중엔 차돌멩이만큼이나 딱딱한 개떡그 한 쪼가리를 또 애꼈다간미웁고도 싫어라마침내 막내 모개한테까지 떼어 주니어린 마음에도 묘리 없어라개떡은 본디 떼어 주고 또 떼어 주란 것인가감출 수도 숨길 수도 없는 것이던가이 구석 저 구석 굴러다니며 발로 채이기까지나누고 나누어도 왜 그렇게 남는 것이냐이따금 그립고도 목이 메네그려 지
부네* 달 삐뚜름 둥글넓적배라먹을야밤 하늘 우묵구렁바가지 낯빤대기이쁘게도 떴네쌍것 중에 쌍것이장에서 돈 훔치고콩 훔치고 팥 훔치고부지깽이 훔치니오, 이보다 더 깨끗할 수는 없어얼씨고서푼어치 화냥 웃음까지실실 쪼개는 데야흘리는 데야 말뚝에다 치마만 두른 지집일지언정 * 하회굿놀이에서 양반, 선비, 중과 놀아나는 여인네 시작 메모내 아직 더더욱 가난해질 수 있으니, 괴로워질 수 있으니, 하찮아질 수 있으니, 미약해질 수 있으니, 천해질 수 있으니, 어디 가서 바가지로 욕 얻어먹을 수 있으니, 깨어질 수 있으니, 헤퍼질 수 있으니, 천박
개떡 꽃잎은이슬 먹고 새들은버러지 먹고 우리야개떡 먹지 개떡오누이 시작 메모작년, 오랜 벗 김문영이 시집 를 냈다. 이젠 거의 꺼져가는 듯한 촛불 혁명에다, 더해 괴롭고 울적한 코로나 시대까지, 친구는 시집 속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이겨내고자 절규했다. 그런데 문영이와 우리는 작고 못나고 찌질하고 외롭고 우둔 우직한 저 개떡 세대이기에, 꽃잎은 이슬들 먹지만 우리야 개떡 먹었기에, 따라서 어떤 어려움이든 거뜬히 이겨낼 수 있기, 나는 그 시집 해설도 다음 시로 갈음했다. 개떡들의 노래 코로나여빨리가라그리하여
육손이 아무도 몰래돔부콩을 만졌구나돔부 냄새 가득한 손 육손이가늘게 떨리는손가락 여섯 개 회초리로때리니 쳐다보는 얼굴엔주근깨만종종종 아얏 소리 한 마디 없어라 시작 메모몰골은 그야말로 해괴하고 말주변까지 없어 더더거리는데 꼭 쥐는 그 손은 부드러워, 너무나 부드러워서 눈물이 찔끔 나더라. 그렇게 부드러운 손은 난생 처음이더라. 온갖 미움도, 아픔도, 기쁨도, 슬픔도, 똥고집까지 다 무너져 버리더라. 부드러워, 하염없이 부드러워 젠장, 똘똘 사린 똥고집까지 다 무너뜨리는 힘 센 손. 저 착한 육손이 손에 별을 쥐어 줄까, 꽃잎을 쥐어
고무신 둥긋하니 안짱다리황소고집 아버지 깜냥 왼짝 코는 오른짝 코로오른짝 코는 왼짝 코로 가생이짝은 안짝 삼아안짝은 가생이짝 삼아 너덜짝일랑 두덕짝 되게두덕짝일랑 너덜짝 되게 오래오래 신고자 길동무나 삼고자그예! 바꿔 신었나 보이 초생달 걸음걸음강화 수무김치 트림에돌단풍 잎사귀 즈려밟으사 시작 메모황순원의 엽편 소설(아주 짧은 소설) ‘주검의 장소’에 나오는 우직한 산골 농사꾼 모습도 떠오르고, 강화도 작은 섬에 사는 우리 형님 모습도 쓰고 싶고, 김소월 에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라는 구절도 떠오르고. 저 엽편
식구 울 밑꽈리 누나 길섶까마중 형 오늘도 빨강 코씀바귀 아부지 뉘엿뉘엿 해는 지고올갱이 식구들 아차차니저발엿고자 진한 초록 사발익모초 엄마 시작 메모 그게 이제 저 육십 년 전이구나. 누이들은 울타리 꽈리나무에 꽈리를 따서 입에 넣고 불며 놀았다. 늘 배가 고픈 형과 우리들은 뻑하면 길 가 까마중이나 보리밭고랑 깜부기를 훑어 먹기 일쑤였다. 소주에 절어 살던 아부지. 개다리소반에 달랑 그 쓰디쓴 씀바귀 무침 한 종지를 안주로 삼는데 취하면 새빨갛게 달아오르던 코가 가장 무서웠다. 아직도 선하다. 뉘엿뉘엿 해거름 저녁이면 냇가에 돌
조캉* 주륵 코피 한 줄기 흐른다새도 나무도 풀 돌도더는 살 수 없는 매캐한 곳가장 높은 곳에 불현듯가장 낮은 얼굴들 산다수십 수백 성스러운 누더기들이땅바닥 가득두 무릎을 바치고두 팔꿈치를 바치고이마를 바치고마침내 입술을 바친다쭝얼쭝얼, 숫제 구린내 향 떨치며목이 메네요! 세상 끝에 맺힌낯 검게 탄 이슬들이여잘 먹고 잘 입는 것쯤다 똥으로 여기는 이들 웬걸똥보다 못하다 여기는 이들 이들한텐 더러운 것이야말로 깨끗한 것깨끗한 것이야말로외려 더 더러운 것이제 평생 버러지 한 마리 죽이지 못할 듯한저 아래 땅바닥 눈망울들나를 우러르는 데
촛불―매형에게 1.그곳에가고 싶다들고 싶다외치고 싶다진실과 정의북받친다나 아무것도 아니지만네까짓 게 뭐냐 하겠지만서도나 아무것도 아니기에막, 가고 싶고 들고 싶다 2.하늘엔 예쁜 별그 아래 비스듬 애들 키만큼눈썹 달 하나 그리고 나비록 가재골 머리 허연 노땅이지만 3.촛불 드는 토요일이면 가고 싶습니다남부터미널 김밥집 앞씨뱅이 모자에 똥배낭 하나 걸머메고벌 치는 사람처럼 버섯 캐는 사람처럼도서관 갔다 오는 사람처럼합류하고 싶습니다시대가 아무리 타락해도, 막가도 기름져도진실과 정의, 무엇보다 양심 지니고 사는언년이 언놈이들, 끓는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