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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40

윤한로 시인
  • 입력 2022.01.21 08:53
  • 수정 2022.01.2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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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럴

 

 

똥구멍이 찢어져라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이어라

그래도 개떡 인심은 좋았으니

그 누가 개떡 먹는 걸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라 치면

즈이도 그것밖에 먹을 게 없지만

별도리 없어라

한 쪼가리 떼어 주고 말았으니

꺼끌꺼끌 말라붙어

양중엔 차돌멩이만큼이나 딱딱한 개떡

그 한 쪼가리를 또 애꼈다간

미웁고도 싫어라

마침내 막내 모개한테까지 떼어 주니

어린 마음에도 묘리 없어라

개떡은 본디 떼어 주고 또 떼어 주란 것인가

감출 수도 숨길 수도 없는 것이던가

이 구석 저 구석 굴러다니며 발로 채이기까지

나누고 나누어도 왜 그렇게 남는 것이냐

이따금 그립고도 목이 메네그려 지기럴

개떡 천심이여

 

 


시작 메모
개떡 먹는 곁에서 한 쪼가리 얻어먹으려 발로 채이며 갖은 놀림을 받으면서도, 그때 우리는 아프지 않았다. 미워하지 않았다. 슬프지 않았다. 창피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떳떳했다. 끝끝내 빌어먹듯 얻어먹고야 말았으니, 이기고 말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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