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44

윤한로 시인
  • 입력 2022.03.01 09:07
  • 수정 2022.03.02 10: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들레

 

 

옛날, 홍명희 선생이 쓴 임꺽정에

쇠도리깨 도둑 곽오주가 나오는데

이 오주가 도적이 되기 전 머슴 살 때던가

장에 지게 지고 쌀팔라 갔다 오단

산적놈을 만났겠다

한바탕 씨름을 벌이다 말고설라무네

, 우리 좀 이따가 하자 하더니

두말없이 바지를 까뭉개곤

끄응 길섶 똥 한 삼태기 싸 놓더라아

눈까정 찌긋째긋거리는데

산적놈 그만 어이없어 하릴없어

쇠새끼, 엄청 구리구나

 

그때부텀 우리나라 길섶마다 민들레

별처럼 쏟아진 게로다

 

 


시작 메모
벽초 홍명희 선생은 임꺽정을 쓰고 임꺽정만큼은 사건이나 인물이나 묘사로나 정조로나 모두 남에게서 옷 한 벌 빌어 입지 않고 순 조선 거로 만들려고하였기, 이제 나 또한 왜색 정조니 서양식 이미지나 말재주니 남에 옷 한 벌 빌어 입지 않고 쓰고잡다. 이 아무개, 김 아무개, 박 아무개처럼 골치 아픈 시, 심각한 시 더 나아가 주제넘게 위압하거나, 가르침을 주려는 시 파르라니 창백하게 짓니겨 쓴 시 두들긴 시가 아닌.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