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산
보리밥한솥짓기는
좋이 가네
떡갈나무 봄물
미동산 임도길
무녀리
낮달허곤
목탁
치듯
딱따구리
참 좋다
맨날맨날
말대가리 가수들 노래만 듣다가
시작 메모
무협지 같은 데서는 뻑하면 ‘뜨거운 차 한 잔 마실 시간’ 도 나온다만. 누구는, 미인이 눈썹을 찡그리며 어여쁜 눈을 깜빡거린다는 ‘순간[瞬間]’이니, 님을 기다리며 초생달 손톱을 퉁긴다는 ‘탄지[彈指]’니, 거기에 선비가 긴 사유에 들며 애법 수염을 쓰다듬는다는 ‘수유[須臾]’니 어쩌고들 하며, 그것들이 아주 시적인 시간 이미지라던데, 보라, 옛날 우리 민중들이 입에 달고 살던 저 ‘보리밥 한솥짓기, 두솥짓기’란 시간을, 그 어떤 시간이, 표현이 이를 이길 수 있으랴. 미당 서정주 시인은 시 「고대적 시간」에서 ‘만일에 / 이 시간이 / 고요히 깜짝이는 그대 속 눈썹이라면’ ‘만일에 / 이 시간이 날카로이 부딪치는 그대 두 손톱 끝의 / 소리라면’ ‘만일에 이 시간이 / 45분만큼씩 쓰담던 / 그대 할아버지 수염이라면’이라고 거푸 읇조린 반면, 민족 작가 홍명희 선생은 대작 『임꺽정』 속에서 ‘로밤이는 보리밥 한솥짓기가 지나 혼자 터덜터덜 내려왔다.’ 라고 하잖느냐, 똑똑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