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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45

윤한로 시인
  • 입력 2022.03.07 10:45
  • 수정 2022.03.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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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동산

 

 

보리밥한솥짓기는

좋이 가네

 

떡갈나무 봄물

미동산 임도길

 

무녀리

낮달허곤

 

목탁

치듯

 

딱따구리

참 좋다

 

맨날맨날

말대가리 가수들 노래만 듣다가

 

 

 


시작 메모
무협지 같은 데서는 뻑하면 뜨거운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나온다만. 누구는, 미인이 눈썹을 찡그리며 어여쁜 눈을 깜빡거린다는 순간[瞬間]’이니, 님을 기다리며 초생달 손톱을 퉁긴다는 탄지[彈指]’, 거기에 선비가 긴 사유에 들며 애법 수염을 쓰다듬는다는 수유[須臾]’니 어쩌고들 하며, 그것들이 아주 시적인 시간 이미지라던데, 보라, 옛날 우리 민중들이 입에 달고 살던 저 보리밥 한솥짓기, 두솥짓기란 시간을, 그 어떤 시간이, 표현이 이를 이길 수 있으랴. 미당 서정주 시인은 시 고대적 시간에서 만일에 / 이 시간이 / 고요히 깜짝이는 그대 속 눈썹이라면’ ‘만일에 / 이 시간이 날카로이 부딪치는 그대 두 손톱 끝의 / 소리라면’ ‘만일에 이 시간이 / 45분만큼씩 쓰담던 / 그대 할아버지 수염이라면이라고 거푸 읇조린 반면, 민족 작가 홍명희 선생은 대작 임꺽정속에서 로밤이는 보리밥 한솥짓기가 지나 혼자 터덜터덜 내려왔다.’ 라고 하잖느냐, 똑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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