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네* 달
삐뚜름 둥글넓적
배라먹을
야밤 하늘 우묵구렁
바가지 낯빤대기
이쁘게도 떴네
쌍것 중에 쌍것이
장에서 돈 훔치고
콩 훔치고 팥 훔치고
부지깽이 훔치니
오, 이보다 더 깨끗할 수는 없어
얼씨고
서푼어치 화냥 웃음까지
실실 쪼개는 데야
흘리는 데야
말뚝에다 치마만 두른 지집일지언정
* 하회굿놀이에서 양반, 선비, 중과 놀아나는 여인네
시작 메모
내 아직 더더욱 가난해질 수 있으니, 괴로워질 수 있으니, 하찮아질 수 있으니, 미약해질 수 있으니, 천해질 수 있으니, 어디 가서 바가지로 욕 얻어먹을 수 있으니, 깨어질 수 있으니, 헤퍼질 수 있으니, 천박의 깊음, 천박의 넓음, 천박의 힘, 천박의 아름다움, 천박의 기쁨, 천박의 깨끗함이여, 푸른 밤하늘 삐뚜름 머저리 바가지 달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