퉤, 퉤 윤 한 로퉤, 천구백삼십년대 지금처럼 그때도시인 박사 선상님들 애법, 먹물께나 먹었단 이들 퉤, 퉤, 너도 나도 유식한 말왜말 찌꺼기 좇아 쓸 때봄봄 산골나그네 만무방 동백꽃김유정만큼은 우리말 잘 살려 썼다비리직직한 총각눔들 새끼 꼬고 나무하면서 장인 붕알 잡고 늘어지면서지게작대기로 막 얻어터지면서까무잡잡한 시골뜨기 가시내들밭 매면서 빨래하면서 나물 캐면서머스마들께 여시 떨면서잡수풀 구렁에다간 냅다 훌치면서땡전 한푼 없는 따라지들흑흑. 땅바닥에서 먹고 땅바닥에서 자면서오갈 데 없어 땅바닥 사랑을 나누면서울고 웃고 쫑알대고
퉤 윤 한 로 다산 정약용 선생은나는 조선 사람 애오라지조선시 쓸 테다하면서그러나 그대들은 그대들 법 따르면 그뿐했지만웬만한 사람 아니곤저들 법, 저들 떼거리따르지 않기란뿌리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퉤!온통 더럽고, 더러운 글 쓰기 시작 메모소박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꾸밈이 없다. 워즈워드는 에서 시골 사람들 말, 시골 사람들 생각이야말로 진실한 시어, 진정한 철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는 남한테 말고, 자기 스스로한테 말하듯 써야 한다고 했다. 이제 정약용 선생 말씀에 비춰 보니 워즈워드가 딱, 옳다. 더러운 기교와
일본말로 시 쓰기 윤 한 로 좀 투박스러워도 없어 보여도덜떨어져 보여도시가 좀 안 돼도씹혀도 좀 쪽팔려도멋대가리 잔대가리 굴리지 말아야 하는데무얼 쓸 때마다 쓴답시고 나도 모르게멋대가리 잔대가릴 굴리게 되곤굴리는 족족, 어떻게 된 건가!내가 쓰는 말은 일본말 찌꺼기 끼어드는구나 달라붙는구나 그러구러 생각까지 남에 생각 느낌까지 남에 느낌아아, 진실을 죄 죽이는구나영혼 마냥 썩어 문드러지누나쉽고 수수하게 그냥 촌스럽게 꾸밈없이 써야만 했어먹고 자고 싸고 웃고 울고 놀던엄마 말로다 써야만 했어끊는다고 끊으려고 해도벽에다 머리를 갈아도
도스토예프스키 윤 한 로 어떤 정신도 어떤 지식도 어떤 지혜도어떤 명예도 재능도 어떤 천재도 기교도 철학도 어떤 주의도 어떤 믿음도 가치도양심도 선행도 희생도어떤 철판도 고집불통도 오만불손도너덜거리는, 움푹 파인, 퀭한, 궤짝 같은, 시궁창 냄새나는가난에 비길 수 없다, 이길 수 없다가난에 푹 빠져, 똥구멍이 찢어져라가난한 사람들한테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가난을 위해 헤매라면 헤매고 굶으라면 굶고뼈를 깎으라면 뼈를 깎는 가난 순교자, 가난 광신도그대 거룩하고 위대한 가난 그 앞에영혼은 그만 송두리째 뽑혀선을 넘고 도를 넘는다, 선을
성체(聖體) 윤 한 로 오그라든 손 내밀어몸과 마음을 다해나는 오늘도 깊숙이 받아모신다 터질 듯한 맛이하나도 아닌아무 맛도 아닌그 한 쪽 신비그러니까, 저, 그게, 아니, 그렇지를,않고요 시작 메모그래도 그렇지 않아요. 모든 것의 모든 것이랍니다. 그러니까 나보다도 더 나 자신입니다. 빵보다, 고기보다, 아니 황금보다, 아니 꽃보다, 별보다, 아니 시보다, 이슬보다, 아니 흙보다, 아니 돌보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닌 것보다 더 고귀한 성체여. 오묘한 신비는 꿀처럼 달지도, 소태처럼 쓰지도, 시지도, 짜지도 않더라. 무릇 평범 중에
언저리산유회*를 가다 윤 한 로 그저 산 언저리에서그저시의 언저리에서그저삶의 언저리에서그저술청 언저리에서살을 에는 끈적한 눈길저 황혼의 초췌에 비칠거리는 영혼옛날걔네들아직도그대로네망가질 듯오오냐, 망가지지 않는다 언저리산유회* : 필자가 나가는 산 모임 시작 메모우리가 갈구하는 가난의 기준, 불행의 잣대는 무엇인가. 집이 없는 것인가, 직장이 없는 것인가, 가족이 없는 것인가, 차가 없는 것인가, 사랑이 없는 것인가, 베스트셀러가 없는 것인가, 돈과 명예 건강이 없는 것인가, 신앙 학식이 없는 것인가. 화려한 말빨에 수수한 외모,
동안(童顔) 윤 한 로 내 얼굴 속에는 가난이 없구나 어둠이 없구나 굴욕이 없구나 망가짐이 없구나 야비함이 없구나 시들어빠짐이 없구나 철저한 짓밟힘 처절한 헤어짐이 없구나 떠내려감이 없구나 미워함, 불붙는 표독스러운 증오가 없구나 굵은 뿌리 꿈틀거리는 절규와 절망 아우성이 없구나 욕정의 흙탕물 넘쳐흐르는 엉망진창이 없구나 아픔도 괴로움도 투쟁도 갈등에 찢어짐도 없구나 괴상망측함도 없구나 쭈글쭈글함 징글징글함도 없구나 시샘의 시궁창 악취도 없구나 나태와 방종 싸구려 분내도 없구나 내 얼굴, 내 영혼 읽을거리가 없구나 수염 뽑히고 침
똥파리* 윤 한 로 좋았습니다오래간만에 참 잘 봤습니다정말 고맙습니다아리고슬프고나 자신 한없이 후지게 만드는똥파리여저 관념 덩어리니, 가르침 같은 거털끝만큼도 없네요돈 아깝지 않네요 똥파리* : 독립 영화 제목 시작 메모자기만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듯, 장르 경계 - 한때 시, 소설 온갖 것에서 이 용어는 또 얼마나 우리를 괴롭혔던가 - 를 뛰어넘은 듯, 또는 자기만이 이 시대를 묘파한 듯, 또는 자기만이 이 시대를 못 견디는 듯, 문제의식을 갖는 듯, 선도하는 듯, 또는 악마적인 듯, 통속적이 아닌 듯, 때로는 가르침에, 관념 덩어
고라니 쉼터 윤 한 로 큰 거는자기 먹고……좀 작은 건나 먹고왠지우습구료 구깃구깃 비닐봉다리에오이 두 개오늘따라 그대 박박머리 더욱 이쁜 미카엘라여 시작 메모 미카엘라는 여기 살면서 이제 톱으로 나무 가지를 치랴, 농약통 지고 나무에 진딧물 약도 주랴, 풀도 뽑고 깎고 치우겠다, 세멘 공구리도 치고, 화덕에 불도 지피고, 개 사료도 번쩍 들어나르고, 삼발 수레에 거름도 얻어 오고 애법인데, 나는 모자 쓰고 장갑 끼고 나서지만서도 뭐 좀 들려니 하는 순간 허리가 삐긋하고 해서, 일마다 헛것이구나. 미카엘라는 그래도 즐겁게 열심히 뛰는
동시편 윤 한 로 한놈두시기석삼너구리너구리는 언제 올까우리 큰눔 초등학교 때 막 쓴 동시'너구리 아부지’슬픔도 아픔도 싹 씻어 주던내 입이 쩍 벌어지게 하는던,아니 담배냄새에 찌든 내영혼 울린 시작 메모 애들이 쓴 시는 막 써도, 슬쩍만 스쳐도 가슴을 울린다. 입이 쩍 벌어지게 한다. 그네들 때묻지 않은 눈은 우리 녹슨 감성으로는 당할 수가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떤 말이, 상상이, 진실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고로 시는 머리도, 학식도, 철학도, 사상도, 투쟁도, 비판도, 테크닉도, 매너리즘도, 딜레탕트도 아닌 ‘아잇적 마음’이
알파고 윤 한 로 한 수유(須臾) 동안수염 짐짓, 쓰다듬으며따악!져 주는둥근잎꿩의비름 새순 같은 그 한 수끝끝내 찾을 길 없으니그대 제아무리 인간을 이긴들1,2초 동안 몇 십만 몇 백만 번 얽어 본단들그댄 꽉 막힌 먹통 바둑일 뿐 시작 메모바둑 인공지능으로 구글엔 알파고가 있고, 우리나라 돌바람, 중국 절예, 일본 딥젠고 들이 있다. 이세돌, 박정환, 커제 같은 난다긴다 하는 최고 기사들이 이 인공지능에 이기는 확률은 네 판에 한 판 꼴, 아니 거의 없다. 그중에 가장 센 건 알파고다. 그러나 이젠 알파고는 만나 볼 길조차 없다.
원룸윤 한 로 오늘도 한껏 몸을 만다마치 다구리로 밟힐 때처럼곡소리 하나 없이 이젠 밟히는 것이야말로 쉬는 것 몸도 마음도영혼까지 존만한 방에 존만한그 시작 메모 둘둘 뭉쳐놓은 양말, 모자, 신발투성이, 나오지 않는 볼펜, 라이터, 카드, 열쇠, 명함, 스티커, 종이컵, 물통, 나무젓가락, 화장지, 거울, 액자, 달력, 시계, 사진, 사탕, 지갑, 화장품, 비누, 치약, 칫솔, 드라이버, 자, 가위, 식칼, 도마, 냄비, 숟가락, 렌지, 스탠드, 책, 안경, 핸드폰, 티브이, 이쑤시개, 다육이, 인형, 커피, 창턱엔 방구냄새나는 귤
콤포스텔라 윤 한 로 우리는 얼마나 부유한가얼마나 가난하지 못한가먼 들판에 별, 콤포스텔라부르트고 깨지며 걷습니다노란 화살표 달고조개껍데기 달고얼굴엔 애법, 먼지 수염 덥수룩눈 뜨면 걷고 밥 먹으면 갑니다바위 틈바구니, 으슥한 잡목 구렁오줌 똥 누고 나서 또 걷습니다 지긋지긋하게 사람들이 싫어지고, 역겨워지고온통 말이 싫어지고마음속 숫한 헐뜯음, 솟구치던미움들도 하나 하나 싫어집니다 왜 이렇게 걸어야 하나꼭 이렇게 가야만 하나마침내 바보가 되어 너덜너덜 저절로 갈 때 황토 발 두 짝 빛나는 들판 별이 됩니다 시작 메모지난가을 ‘들판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윤 한 로 1 추사 선생 쓰라린 제주 귀양살이 겪고사람 달라졌다저 잘났다는 마음 싹 가시고지극히 낮아졌으리한강 가 한 걸음 물러조촐히 살았구나, 오, 그러구러 글씨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아지니 2 나 이제 그때 선생과 같은 육십 줄정신을 흉내 내네, 어림 반푼어치도 없지만 궤짝 위 낡은 책권그리고 무두룩, 군둥내 나는 돌 한 덩어리 사타고니 쓸며쓸며 뜯어봄에한갓 시골 꼰대 마음이야이제 아무것 먹잖아도 쓰잖고도 배부르다 시작 메모추사 선생의 ‘殘書頑石樓(잔서완석루)’란 현판은 두고두고 울궈먹는 내 주제이다. ‘
19, 재의수요일윤 한 로 나 이미 기름기 낀 눈으로기름기 꽉 찬 귀로 입으로아무리 나불거린들그런 배로, 그런 피로제아무리 머리에 재를 얹은들한 끼 굶고하루 고기반찬을 피한들일이만 원쯤 되려나그 돈만큼, 그 피만큼알량한 자선을 베푼들영혼 반짝하고 맑아진들을씨년스러워라 바짓가랑이 속 파고드는바람 한 줄기 오줌 방울만 같아라흥, 나란 녀석 올해 사순 또한 옷만 찢었지마음은 찢지 못하네시작 메모 사순이 시작되는 재의수요일이면 해마다 바짓가랑이 사이로 찬바람이 파고들곤 갑자기 을씨년스럽다. 어떤 이들은 술 담배를 끊고, 어떤 이들은 커피를
파리윤 한 로 저번 날엔커제 얼굴에 달라붙더니오늘은 커쇼 얼굴에 달라붙었다 마치오뉴월 개떡이나 되드키저 무슨 의자나 되드키 쟁그러워라!까맣고 작은 파리 형제여 그러나 그대 땟국 절절 흐르는우리 가난을, 세계를 한참 잘못 읽고 말았으니 시작 메모 천재 기사 커제는 바둑이 나쁘면 손가락으로 제 머리카락을 배배 꼬고, 어느 때인가는 스스로 뺨까지 쳤다. 괴팍스러울 때가 많다. 메이저 리그 커쇼는 우주 최강 투수라고 일컫는데 요즘 나이를 먹고 부상이 잦으며 구위가 전성기 때만 못하다. 그래서 타자들에게 통타당할 때가 부쩍 많아졌다. 커쇼가
종이컵 시인 윤 한 로비웃지는 마시라나는야종이컵에 시를 쓰는종이컵 시인소공원 벤치 위에구겨질 대로 구겨져한 줄 또는끽해야 두 줄저 꾀죄죄, 일상생활남몰래 찌그린다오혹 누군가 볼세, ㅠㅠ얼굴 불콰히 노래한다오나는야 종이컵 시인그러니 가자,더 작고 여리게정작아픈 얘기들은 빼고 시작 메모 소공원은 딱 내 취향이다. 추리닝 입고, 슬리퍼 끌고, 담배 한 개비 입에 물고, 다닥다닥 연립들, 엄청 큰 은행, 후박 따위, 도둑괭이 지린내 폴폴 나고, 으슥한 구석 고동색 벤치 하나 있어, 나는 노상 거기 구겨져 시랍시고 영감을 떠올리고, 백석 이
보리밥 한솥짓기는좋이 가네떡갈나무 봄물미동산 임도길아, 무녀리낮달허곤목탁치듯딱따구리참 좋다맨날맨날말대가리 가수들 노래만 듣다가 시작 메모귀촌을 하고 나서 우리 부부가 개발한 곳은 미동산 수목원입니다. 그곳 임도길은 보기 드물게 맑고 호젓합니다. 오르내리는 데 힘든 곳이 없어 약골들한테 딱입니다. 반 바퀴 반달 코스는 한 시간, 한 바퀴 보름달 코스는 두 시간. 도는 동안 끽, 서너 사람 만나면 끝입니다. 중간에 쭈글시고 앉으면 때죽, 산딸, 산뽕, 쉬땅, 철쭉, 함박에, 싸리에, 딱따구리 굵은 떡갈나무 둥치 울리는 소리에, 들녘 건
시 그거 도대체 한 근에 얼마나 하는 거유라며늘 씨부리더니 지리산으로 내려간언눔이가소포 한 꾸러미를 보내왔다주섬주섬시인과 스님이 쓴책 두 권시인이나 스님보다자기가 더 훌륭하면서그리고당뇨랑 어깨 아픈 데 좋다고말벌술 한 병자식두,즤나 먹을 일이지 시작 메모 하비에르 성인은 친구한테서 온 편지 한 장을 읽을 때조차, 꼭 무릎을 꿇고, 몸과 마음을 다해 정성스레 읽었다. 매를 맞거나 칼을 받거나 화형을 당하거나 하는 일도 모두 굉장하지만, 성인의 이런 심성 또한 이들에 못지않은 힘을 갖는다. 아름답고 갸륵하다. 이제 무뚝뚝, 그러나 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