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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51

윤한로 시인
  • 입력 2022.04.12 12:25
  • 수정 2022.04.1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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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구나, 2020

 

 

보라, 사람이 아프니 다 아프다

하늘도 땅도 나무도 새도 버러지도

풀도 돌도 구름도 시간도 강물도

식당도 철물점도 올갱이집도

이발소도 미용실도 통닭집도 농약상회도

튀김집도 구멍가게도 도장집도 자전거포도

철길도 들길도 미동산도 임도길도

논도 밭도 시골 공소도 비닐하우스도 콩나물공장도

원남이도 월려씨네도 한 반천은 허물어진 빈집도

거기 고욤나무도 나뒹구는 장화도

아픈 사람도

아프지 않은 사람마저도

 

그러나 이 아픔 지나가면

이 시간 이겨 내면 겪어 내면

 

하늘도 돌아오고

새도 나무도 바람도 구름도

덩달아 돌아오고

낮과 밤 아침과 노을 어둠

 

그러고 보니 우리를 덮었던 어둠은

괴로움은 얼마나 깊고 그윽했던가

 

그렇구나

우리들이 사랑했던

아니 우리를 사랑했던, 먹여 살렸던

일도 일터도 돌아오고

그대도, 멀리서 그대들도 돌아오고

이제 다시는 미워하지 않으리

 

뻔뻔스럽던 나 또한 어디선가 돌아오고

맑아져선

진실해져선

겸손해져선

한껏 낮아져선

 

 

시작 메모
코로나여 빨리 가라. 그리하여 이제 다음과 같은 시간 올지니. 작은 게 큰 거보다 훨씬 더 큰, 약한 게 강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슬픈 게 기쁜 것보다 훨씬 더 기쁜, 못남이 잘남보다 훨씬 더 잘난, 외로운 게 안 외로운 것보다 한참 덜 외로운, 힘든 게 힘 안 드는 거보담 훨씬 더 힘 안 드는, 재미없는 것들이 재미있는 것들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지질한 게 시들한 게 야들야들한 것들께 갖은 미움과 질시를 받는, 우둘투둘한 게 꺼끌꺼끌한 게 매끈매끈한 것보다 쩸맛없는, 케케묵은 게 쀼루퉁한 게 현란한 기교 가식 매너리즘 덩어리보다 아주 거들먹거리는, 그리하여 영혼 질리게 하는, 우둔 우직 둔탁 미련 촌스러움이 약삭빠름 명석함 약아빠짐보다 정나미 뚝뚝 떨어지는(우리가 조금은 어리석지 않다는 건 얼마나 불행한가. 우리가 모든 걸 내 뜻대로만 한다는 건 얼마나 더러운가. 우리에게 좋은 일만 쾌락만 생긴다는 건 얼마나 비참한가.) 마침내 그런 시간 올지니, 코로나여 빨리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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