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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49

윤한로 시인
  • 입력 2022.03.30 20:29
  • 수정 2022.04.0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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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1

 

 

안양은 다 접고 접자 마자

떴지요

우리겐 여기가 딱이구료

길쭉하고 비스듬한 가재골 집

강아지 두 마리 머루랑 다래랑 이름 붙이고

읍내 철물점 농약상회 들러

낫 호미 괭이 삽 등속 갖추랴

배롱 매실 앵자두 석류 연산홍서껀

사다 심으랴, 오명가명

봄빛에 원, 쑥스럽구료 하나부터 열까지

이 동네분들 가르침 되우 좋아하시니

가지 심다 혼나고 열무 심다 혼나고

오죽하면 불 때다 혼나고

시골살이 깨치기 어려워 심는 족족 다 죽고 마네

에구머니나, 또 밤 오줌 누나베? 이웃 두보 할멈까지

훌떡 벗공 마당귀 텃밭에 쫄쫄 거름하니

올 물외 한번 달겄고나 거, 인심 한번 좋겠고야

우리 갈수록 머리도 나빠지고

이제 여기서 내 호는 윤 올갱이,

딱이네

 

 

시작 메모

나는 이제 시큰둥, 입고 먹고 듣고 무투름, 말하고 자고 쌀 줄 안다. 재미없게 재미있어 할 줄도 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들을 줄도 안다. 달지 않아도 꿀처럼 달게 먹고, 멀찍이 멀찌감치 가까이 할 줄 안다. 천천히 빨리 할 줄도 안다. 빨리빨리 늦굴 줄도 안다. 애렵지만. 뉘렇게 그슬린 얼굴들이 애법 정겹다. 버러지도 먹고 살아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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