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아이들
새 쫓고 애 보고
꼴 베고 쇠죽 쑤던 아이들이
새 쫓고 애 보고
꼴 베고 쇠죽 쑤던 마음들을
순전히
새 쫓고 애 보고
꼴 베고 쇠죽 쑤던 말로다
썼네 삼십 년 전
안동 시골 학교 이오덕 선생님이 엮은
일하는아이들
케케묵어 너덜너덜해졌지만
책상 위에 놔두면 누가 훔쳐 갈세라
가슴도 졸이면서
읽고 또 읽던
1990년도 삼천 원짜리 작은 책
거기서 시를 알았고
머리 허얘
아직도 거기서 시를 배우네
시작 메모
두메산골 초등학교 아이들이 쓴 글을 모은 <일하는 아이들>은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마음들이다. 소 먹이고 나무 하고 담배 심고 마늘 캐고 애기 보고 새 쫓고 빨래하던 마음들이다. 저 아이들 시는 6학년보다 5학년, 5학년보다 4학년, 4학년보다 3학년, 또 그 아래로 이렇게 밑으로 내려 갈수록 더 진솔하고 아름답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한테 시를 가르칠 때 ‘시는 이 책 속 아이들 마음으로 써야 한다’ 귀가 닳도록 얘기했건만. <달구베실꽃이 빨갛게 불을 켰다>는 어떤 아이 글도 있었는데, 그게 뭔가 했더니 맨드라미였다. 그러고 보니 장독대에 핀 맨드라미가 꼭 ‘닭 벼슬’과 같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