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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41

윤한로 시인
  • 입력 2022.01.27 16:23
  • 수정 2022.01.2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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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아이들

 

 

새 쫓고 애 보고

꼴 베고 쇠죽 쑤던 아이들이

 

새 쫓고 애 보고

꼴 베고 쇠죽 쑤던 마음들을

 

순전히

새 쫓고 애 보고

꼴 베고 쇠죽 쑤던 말로다

 

썼네 삼십 년 전

안동 시골 학교 이오덕 선생님이 엮은

일하는아이들

 

케케묵어 너덜너덜해졌지만

책상 위에 놔두면 누가 훔쳐 갈세라

가슴도 졸이면서

읽고 또 읽던

1990년도 삼천 원짜리 작은 책

 

거기서 시를 알았고

머리 허얘

아직도 거기서 시를 배우네

 

 


시작 메모
두메산골 초등학교 아이들이 쓴 글을 모은 <일하는 아이들>은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마음들이다. 소 먹이고 나무 하고 담배 심고 마늘 캐고 애기 보고 새 쫓고 빨래하던 마음들이다. 저 아이들 시는 6학년보다 5학년, 5학년보다 4학년, 4학년보다 3학년, 또 그 아래로 이렇게 밑으로 내려 갈수록 더 진솔하고 아름답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한테 시를 가르칠 때 시는 이 책 속 아이들 마음으로 써야 한다귀가 닳도록 얘기했건만. <달구베실꽃이 빨갛게 불을 켰다>는 어떤 아이 글도 있었는데, 그게 뭔가 했더니 맨드라미였다. 그러고 보니 장독대에 핀 맨드라미가 꼭 닭 벼슬과 같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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