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 시골 시
서울에 있을 때는
학교 나갈 때는
저 위에 살 때는
시골 시 쓰고 싶어 문득문득
시골 시 그리버
하지만 나 명퇴하고
가재골로 이사 오고
곧 시골에서 사니까 노니깐
서울 쪽 서울 시 쓰고 싶어
케케묵은 시골 시 시골 투가
겨웁고 싫여
오늘밤 시골 사람 하나이
쀼루퉁
맘 아프다오
시작 메모
<어디야 낄낄 소 몰아 가는 노랑대궁이 더벙머리 아희놈아 / 게좀 섰거라 말 물어 보자 / 저기 저 건너 웅덩이 속에 지지낸 밤 장마에 고기가 숙굴 많이 모얏기로 / 조리 종다리에 가득 담아 짚을 많이 추려 마개를 질러 네 쇠궁둥이에 얹어줄게 지나가는 길에 님에 집에 전해 주렴 / 우리도 사주팔자 기박하여 남의 집 머슴사는고로 식전이면 쇠물을 하고 낮이면 농사를 짓고 밤이면 새끼를 꼬고 정밤중이면 언문자나 뜯어 보고 한 달에 술 담배 곁들여 수백 번 먹는 몸이기로 전할 둥 말 둥>
아아, 이 사설시조는, 이 시골 시는, 이 시골 말은, 이 시골 노래는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내 시는, 서울 말 서울투 시들은 얼마나 부끄럽던가. 그 누가, 어떤 상징이, 어떤 비유가, 어떤 메타포가 이를 이길 수 있으랴. 거시기에 금테 둘렀나, 자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죄다 시라고 한 친일 매국 아무개 시인이여, 물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