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손이
아무도 몰래
돔부콩을 만졌구나
돔부 냄새 가득한 손
육손이
가늘게 떨리는
손가락 여섯 개
회초리로
때리니
쳐다보는 얼굴엔
주근깨만
종
종
종
아얏 소리 한 마디 없어라
시작 메모
몰골은 그야말로 해괴하고 말주변까지 없어 더더거리는데 꼭 쥐는 그 손은 부드러워, 너무나 부드러워서 눈물이 찔끔 나더라. 그렇게 부드러운 손은 난생 처음이더라. 온갖 미움도, 아픔도, 기쁨도, 슬픔도, 똥고집까지 다 무너져 버리더라. 부드러워, 하염없이 부드러워 젠장, 똘똘 사린 똥고집까지 다 무너뜨리는 힘 센 손. 저 착한 육손이 손에 별을 쥐어 줄까, 꽃잎을 쥐어 줄까, 개떡을 쥐어줄까, 이슬을 쥐어 줄까, 초생달을 쥐어 줄까. 아니다 아니다. 웬 비릿한 돔부 냄새 돔부콩을 쥐어 주자. 지지리 못나고 한없이 약하고 덕지덕지 가난하고 맑고 깨끗하고 슬프고 순하고 선한 어릴 적 우리 육손이. 그러니까 지각하면 애들을 혼내고 때리던 먼 시절들 일이다. 2022년 외로운 새해, 이불깃 뒤집어쓰고 돌아누워, 느닷없이 육손이 생각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나란 놈, 아직까지도 그 더더거림이 어떤 건 줄 헤아릴 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