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륜성왕 편전에서 물러나왔을 때 석정은 마치 하늘에서 은가루를 뿌리듯 부서져 내리는 햇살을 올려다보았다. 궁궐의 기와지붕 위에 떠 있는 하늘은 쪽빛 바다처럼 푸르렀다. 거기, 바다 위에 떠 있는 흰 돛배처럼 구름 몇 조각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다. ‘날씨는 평화롭구나!’석정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되뇌면서 다른 한편으론 긴 한숨이 터져 나오는 걸 숨길 수가 없었다. ‘과연 평화의 세상은 언제 올 것인가?’너무도 아득하다는 생각이 석정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작금의 고구려는 풍전등화(風前燈火)와도 같았다. 이미 백제에게는 고구려가 허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주재한 제13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정에는 작은 공백도 있을 수 없다"며 "특히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국민안전은 한 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정부 교체기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문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인 측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문제를 놓고 충돌한지 하루 만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문 대통령은 "안팎으로 우리는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신냉전 구도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국제
오지 않을 고향의 봄 / 김 주 선 몇 해 전 기록적인 가뭄이 든 적이 있었다. 수몰되었던 남한강 주변 마을 터가 유적지처럼 모습을 드러낸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집터와 돌담이 쌓였던 흔적, 깨진 옹기들, 수백 년은 자랐을 것 같은 당산목의 그루터기까지 적나라하게 모습이 드러난 사진이었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지는 강바닥에서 수풀이 자라난 모습은 기상이변이 나은 생경한 풍경이었다. 누군가는 수석을 주워가고 또 누군가는 집터 흙을 한 삽 퍼갔다는 사연마저 들렸다.제천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충주다목적댐 건설로 청풍면의 거
국립극장 전속 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김성진)은 관현악시리즈Ⅲ ‘역동과 동력’을 3월 2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관현악시리즈 세 번째를 맞는 이번 공연은 이 시대의 ‘비르투오소(Virtuoso)’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예술적 기량이 뛰어난 연주자를 지칭하는 비르투오소의 연주를 통해 ‘역동’적이었던 그들의 음악적 삶을 조명하고, 한국 창작 음악의 새로운 ‘동력’을 찾는 시간을 마련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 가야금 명인 지순자, 하피스트 황세희, 거문고 명인 정대석까지 4인의 비르투오소가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라” 《후한서(後漢書)》〈서역전〉에는 ‘서역삼절삼통(西域三絶三通)’이라는 기록이 보이는데, 이는 후한을 세운 광무제(光武帝, 서기 25~56년) 때부터 안제(安帝, 서기 106~125년) 때까지 약 1백 년에 이르는 동안 서역과 세 번 단절되었다가 세 번 개통된 일을 지칭하는 말이다. 후한 초기에 흉노는 북흉노와 남흉노로 갈라져 서로 상반된 길을 가고 있었다. 대체적으로 남흉노는 후한에 대하여 종속적 관계를 취하였지만, 북흉노는 시시때때로 후한을 공격하여 결과적으로 서역과의 교류를 막는 방해꾼 노릇
갤러리박영(대표 안수연)은 이주형 작가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2022년 첫 전시를 개최한다.작가와 갤러리박영의 관계성은 이번 전시가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기에 서두에 알리고자 한다.갤러리박영은 2008년부터 2013년도 상반기까지 미술작가 지원프로그램인 ‘스튜디오박영’을 운영하며 작가들과 공존했던 메세나적 개념의 갤러리였다. 이주형 작가는 2009~2011년까지 갤러리박영 내 작업실에 상주하며 현작업의 완성도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시기를 파주에서 보냈던 스튜디오박영 2기 작가다. 2년간 파주에서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
[고정숙 한자교실] 면장(面牆)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4자 TV 토론을 지켜본 많은 국민이 다른 후보자들의 질문에 대한 본질을 모르고 동문서답(東問西答) 식으로 답변한 것을 놓고 ‘무식한 후보’라는 평가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윤 후보가 졸업한 서울대 모교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자들은 이런 윤 후보의 행태를 참지 못하고 심각한 회의와 부끄러움을 느껴 1만인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정병문(불문학과 73학번) 서울대 1만인 선언 모임 공동대표는 지난 24일 '열린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대는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중세시대 훨씬 이전부터, 두루미는 매년 높은 곳에서 지난 세월과 자신의 죽음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신의 사자로 여겨져 왔다.이제는 우리의 운명을 책임지는 것은 우리 인간의 몫이다. 점점 더 취약해지고 위협받는 지구의 생태계를 우리의 이웃인 두루미 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를 보호하기 위해, 외쳐야 하는 책임도 우리가 짊어져야 한다. - 폴 존스가드(Paul A. Johnsgard), 두루미들의 합창 생태계의 우산종(umbrella species)인 야생의 두루미를 보호하는 것은 서식지에 존재하는 깨끗한 물과 흙, 공기는 물론 다양한
‘다리(橋)’ 작가로 주목 받고 있는 정은하 작가의 제16회 개인전이 2022년 2월 18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혜화아트센터에서 열린다.삶의 에너지를 열정적인 컬러와 몽환적인 드로잉 기법으로 묘사해 오던 작가는, 몇 해 전부터 삶 속 여정을 산책이나 여행에 투영시켜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표현 방식으로 가슴속에 스며있던 추억을 시각화하는 ‘정념의 데쟈뷰’를 통해 보는 이에게 기쁨과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꿈꾸는 여행자‘라는 제명의 풍경 연작은 보다 구체화된 실제적 여행 상황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코로나 직
4. 밀정의 정체 패하 북변 언덕 위에 높다랗게 솟아오른 수곡성은 강가의 남쪽 방향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천연의 요새였다. 그리고 동서북 3면으로는 높다랗게 석성을 쌓아올려 제법 웅장한 위용을 자랑했다. 성 양편에 깊은 계곡을 끼고 있는 데다 패하를 뒤로 하여 강변의 언덕을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북쪽으로 열려 있는 너른 들판을 굽어보고 있는 형국이었다. 따라서 성루에서 바라보면 시야가 확 트인 3면의 너른 들판이 한 눈에 들어와 경계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이미 고구려 원정군이 수곡성을 치기 위해 군사를 모으고 있다
3. 전쟁불가론 왕자 이련까지 전투에 참여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고구려 조정에서는 다시 한 번 전쟁불가론이 불거져 나왔다. 이미 보릿고개를 넘어서서 군량미 보급에 큰 지장은 없었으나, 한 달이나 지속되는 가뭄으로 가을걷이할 농작물들이 채 결실을 맺기도 전에 말라죽을 판이었다. 더더구나 출전을 앞두고 연일 맹훈련을 거듭하는 군사들 사이에서도 일사병에 걸려 쓰러지는 자가 속출하고 있었다.편전에는 대신들이 모여 있었고, 국상 명림수부가 대왕 사유 앞에 부복하여 아뢰었다.“폐하! 지금 군사를 일으킬 때가 아닌 줄로 아옵니다. 한 달 이상 계
미술평론사 반이정의 는 일상에서의 스침, 느낌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관찰일지와 같다. 예술가는 남이 보지 못하는 것, 남이 느끼지 못하는 것, 남이 듣지 못하는 걸 듣고 보고 느끼면서 남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에 다양성과 다채로움을 그리고 영적인 풍요로움을 심어주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반이정의 접촉(touch)에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 재 발견되고 간과했던 여러 일상의 요소들이 "아~~이런 식으로 느끼고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구나"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또한 기발한 발상에 놀
1. 화농성 종기 국내성은 출정을 며칠 앞두고 어떤 미묘한 긴장감과 믿기지 않는 호승심으로 들떠 있었다. 이미 지방의 동서남북 각 부에서 보낸 군사와 말갈족을 합하여 1만, 전국에서 모병하여 훈련시킨 군사와 국내성 중앙군인 경군과 숙위군에서 차출한 병력 1만 5천 등 도합 2만 5천의 병력이었다. 또한 원정 도중 평양성에서 5천의 군사를 차출하여 총 3만의 대군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 중 전국에서 모병한 장정들은 전쟁 경험이 없어 두려움에 떨었고, 변방을 지키던 군사들과 말갈병은 사기가 충천하여 들뜬 분위기 속에서 출진 명령이 떨
처음의 프레젠테이션은 안 하느니만 못했다. 클래식이나 창작음악발표회에 가면 종종 이런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 프레젠테이션 같은 작곡가의 작곡에 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이 종종 있는데 그건 기술자, 개발자 모아놓고 즉 전문가 집단의 학술대회 이상도 아니다. 스마트폰이 어떻게 구성되고 만들어졌는지는 엔지니어, 개발자, 또는 IT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궁금하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자기에 맞게 효율적으로 쓰고 즐기는데 초점을 맞추지 내부 회로도에 관해선 하등 관심도 없는데 외부 공개적인 작곡발표회에서까지 이런 PPT는 정작 음악을 듣
7. 충정 하대곤의 예상대로 국내성 사자가 책성을 다녀갔다. 고구려 변방을 지키는 각 성에도 동시에 사자들이 대왕의 군대 동원령을 가지고 떠났다고 했다. 한 달 안에 가려 뽑은 군사를 국내성으로 보내라는 어명이었다. 군대의 규모는 정해져 있지 않았는데, 이는 각 성에서 어떤 성의를 보이는지 두고 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하대곤은 고민 끝에 보병 1천의 군사를 보내기로 했다. 기병도 보내고 싶었으나, 그럴 경우 해평을 기마대장으로 삼아야 하는데 보병 전체를 지휘하는 두충까지 두 장수가 빠지게 되면 책성의 공백이 너무 컸다. 그래서
6. 밀사 해는 서산의 등고선 끝자락에 올라앉아 곧 그 너머로 굴러 떨어질 듯 위태로운 자세로 버티고 있었다.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노을빛은 초록의 들판을 검붉은 빛깔로 수놓았고, 그 노을을 등지고 말을 탄 검은 그림자가 책성의 성문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말의 속도는 결코 느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말 위의 사내가 크게 서두르는 기색도 없어 보였다.주변 산세와 잘 어울려 제법 높다랗게 지붕을 이고 있는 성문은 자못 중량감이 느껴졌다. 좌우로 이어진 석성의 높이는 두세 길은 좋이 되어 보여, 들판 멀리서도 성안이 잘 들여다보이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비대면·비접촉, 카메라를 이용한 출입통제와 재택근무로 인한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보안'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보안'은 일상 생활안전과 더욱 밀접해지고 있으며, 과련 보안기술 역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카메라를 이용한 출입통제와 비대면·비접촉, 그리고 재택근무로 인한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보안’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렇듯 일상에 가까워진 ‘보안’은 생활안전과 더욱 밀접해지고 있으며, 관련 보안기술 역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021년 한 해
2. 괴승 대사자 우신의 집 근처 골목에 몸을 숨긴 삿갓 쓴 사내는 대문을 바라보며 두충이 나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벌써 어둑어둑한 저녁 무렵이었다. 해가 지자 서쪽 하늘에 개밥바라기별이 떴고,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쪽 하늘에도 달이 둥실 떠올라 길바닥을 훤히 비추었다. 두충은 우신의 집을 나서면서 조심스레 좌우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말을 타고 천천히 큰 거리로 나섰다. 삿갓 쓴 사내는 그의 그림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재재바른 걸음으로 뒤를 쫓았다.그러나 큰 거리로 나서
신뢰(信賴)와 인고(忍苦)의 리더십한무제(漢武帝) 때만 해도 서역은 멀고 먼 이방(異邦)이었다. 거리도 멀고 고산지대와 사막이 가로 막고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큰 장벽은 흉노(匈奴)였다. 흉노는 두만선우(頭萬單于)와 묵돌선우(冒頓單于)를 거쳐 노상선우(老上單于)가 지배할 때였다.두만선우가 서북방의 흉노족을 결집해 세력을 키우자, 진시황은 그들을 방어하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았다. 장자였던 묵돌은 두만선우가 후처의 아들에게 대를 물려주려고 하자 아버지를 살해하고 선우가 되었다. 묵돌선우는 흉노 세력을 더욱 결집해 동북쪽의 동호(東胡
20대 대통령 선거 운동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차기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권한이 지나치게 방대하고, 기재부 출신의 여러 정부 부처 고위직을 차지하며 지나치게 정부 내 입김이 세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획재정부의 개편 논의가 빠지지 않고 있다.지난 11월 30일 뉴스타파는 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며 기획재정부를 개혁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적나라하게 나열했다.지난 11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2021 국민과의 대화'에서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 선별과 관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