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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의 데쟈뷰-살아보고 싶은 시간’ 정은하 개인展, 혜화아트센터에서 개최!

임만택 전문 기자
  • 입력 2022.02.1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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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 정념(情念)의 데쟈뷰(déjà vu)-살아보고 싶은 시간
전시기간 : 2022.02.18.(금)-02.23.(수)
전시장소 : 혜화아트센터 제1전시장

 ‘다리(橋)’ 작가로 주목 받고 있는 정은하 작가의 제16회 개인전이 2022년 2월 18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혜화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삶의 에너지를 열정적인 컬러와 몽환적인 드로잉 기법으로 묘사해 오던 작가는, 몇 해 전부터 삶 속 여정을 산책이나 여행에 투영시켜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표현 방식으로 가슴속에 스며있던 추억을 시각화하는 ‘정념의 데쟈뷰’를 통해 보는 이에게 기쁨과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꿈꾸는 여행자58-리스본  45 x 53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꿈꾸는 여행자58-리스본 45 x 53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꿈꾸는 여행자‘라는 제명의 풍경 연작은 보다 구체화된 실제적 여행 상황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의 포르투갈, 스페인 자유여행을 통해 마주한 인상적인 풍광과 독특한 마티에르에서 그들의 역사 안에서 일어나고 해결되던 수많은 일들이 데쟈뷰 되는 체험을 하고, 개인의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는 감동을 맛보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주로 보여주는 대상은 포르투갈의 제2도시인 포르투의 ‘동 루이스 1세 다리(Ponte de Dom Luís I)’와 주변의 풍경이다. 이 다리는 에펠탑의 설계자인 에펠의 제자인 테오필 세이리그(Théophile Seyrig)가 설계한 건설 당시 세계 최장 다리이자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트램과 사람이 다니는 상층부와 자동차용 도로가 있는 하층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이 다리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고 야경이 일품인 까닭에 포르투갈의 풍광을 만끽하게 하는 주요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꿈꾸는 여행자45-리스본  73 x 61cm  mixed media on canvas 2020
꿈꾸는 여행자45-리스본 73 x 61cm mixed media on canvas 2020

작가가 이 다리를 재현하면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구도시와 신도시를 연결하는 130년이 넘은 이 다리가 품은 과거와 현재,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메신저 혹은 매개체의 역할이라고 하는 소통의 메시지가 그것이다. 작가의 작업에서 이 다리는 이러한 소통의 강렬한 메타포로 작동한다. 부감법(俯瞰法)이나 원경 및 근경 처리 등 여러 시점(視點)을 통해 조망하는 작업을 통해, 소통의 다양한 함의들을 은유의 화법으로 화폭 속에 펼쳐낸다. 즉, 구도시와 신도시를 잇는 뻗어진 직선과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듯 자리한 지지대의 우아한 곡선, 그리고 주변의 유기적인 선묘들을 겹치고, 난색과 한색이 교차하는 다양한 풍광을 통해서 소통의 메시지를 전한다. 

꿈꾸는 여행자60-포르투  117 x 91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꿈꾸는 여행자60-포르투 117 x 91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작가는 여행지에서의 과거 경험을 ‘지금, 이곳’의 빈 캔버스 위에 ‘이미지-추억’으로 불러와 드러내되, 그것을 단순한 재현의 언어로만 시각화하지 않는다. 작가의 작업 속 ‘이미지-추억’의 소환은 상상이 견인하는 회화 실험 속에서 작동한다. 달리 말해 ‘재현 위에 얹은 상상’이라는 ‘정념의 회화’를 통해 감정의 고양 상태를 미래로 지속하는 것이다.

꿈꾸는 여행자40 - 포르투  117 x 81cm  mixed media on canvas  2020
꿈꾸는 여행자40 - 포르투 117 x 81cm mixed media on canvas 2020

포르투 도우로강의 한 카페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보았던 다리의 풍광을 전체적으로 ‘붉은 포도주 빛’ 안에 담아냄으로써 포도주 생산지인 포르투갈의 맥락을 작품 안에 효과적으로 녹여낸다. 수은등이 비추는 도시의 거리 풍경을 노란색으로 끌어안거나, 조명이 꺼진 새벽녘의 도시 풍경을 푸른빛 안에 담아내는 작품 또한 이러한 여행지 특유의 맥락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된다. 나이프 작업이나 색점을 흩뿌리는 드리핑 방식도 이러한 맥락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사실적 재현 위에 상상을 얹은 정념의 회화’를 효율적으로 시각화한다.

꿈꾸는 여행자67-포르투  65 x 50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꿈꾸는 여행자67-포르투 65 x 50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최근에는 화면의 마티에르는 여전하지만, 평면화된 그래픽 화면처럼 더욱 단순한 선묘를 통해서 ‘동 루이스 1세 다리’의 풍광을 선명하게 담아내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이러한 조형 실험은 선명한 다리 풍경을 통해 소통의 메시지를 강화함으로써 자신의 정념이라는 '정서적 고양 상태', 즉, 여행지에서의 기쁨과 즐거움을 이제는 타자에게 선사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꿈꾸는 여행자48-포르투  324 x 112cm  mixed media on canvas 2020
꿈꾸는 여행자48-포르투 324 x 112cm mixed media on canvas 2020

작가 정은하는 여행 중이다. 그것이 물리적인 장소 이동이든, 심리적 상태의 것이든, 그녀의 여행은 ‘꿈꾸는 여행자’ 연작 속에서 함께 지속한다. 익숙함/낯섦, 정주/이주의 경계에서 여행지에서의 ‘이미지-추억’을 ‘지금, 여기’에 소환해서 화폭 위에 시각화하는 작가의 작업은 ‘재현 위에 상상’을 얹는 ‘정념의 회화’를 지향한다. 이러한 작업 속에서 그녀가 바라는 바가 있다면, 추억/정념, 우연/필연, 재현/상상이 교차하고 사람/대상, 주체/타자가 만나는 ‘멋진 여행에 대한 조형 실험’을 늘 ‘지금. 여기’에서 실천하는 ‘꿈꾸는 여행자’가 되길 소망한다는 것이다. 작금의 지속되는 그녀의 회화적 실험 속에서 그 상상의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깊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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