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기간제 교사 김홍관, ‘씨’ 다시·시인선 첫 편 선정무명작가 이준, ‘여자가 대통령이다’ 첫 소설 선보여[미디어피아] 이미숙 기자=예술로서의 작품 자체에 목적을 둔 문학을 하기에는 밥벌이가 안 되는 시대, 이런저런 문학상으로 등단한 작가들은 저들만의 언어로 유희하는 시대, 돈도 안 되고 ‘꼰대’ 취급받는 문학이지만, “그래도 문학!”을 외치며 출판 시장에 뛰어든 ‘용자’들이 있다.출판사 ‘다시문학(펴낸이 김문영·편집인 윤한로)’이 2017년 12월 29일, 다시·시인선 첫 편인 ‘씨’와 장편소설, ‘여자가 대통령이다’를 발
‘인간은 당신처럼 전지전능하지 않아. 그래서 실수할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다고. 저 여자를 봐. 이혼했어도 곧 털어 내고 자기 자유와 즐거움을 찾아 씩씩하게 진군하는 것 같지? 진실로 진실로 여자의 아픔을 체휼하고 있는가? 타고난 편력에 상처까지 더해져 자기 착취를 일삼는, 그 즐거운 고통을 알기나 하는가? 당신은 너무 오래된 구식인이라서, 텔레비전도 비행기도 없던 시절에 나귀 따위나 탔던 인물이라서, 60억 인구로 그득그득한 이 세대를 살아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 결코 알 수 없을 거야.내가 현실을 가르쳐 줄까? 선한 행동보
‘여자가 대통령이다’는 여성을 대표할 수 없는 한 여자의 유령이 한 나라를 집어삼킨 현재, 이 시대를 살아 내는 한 민초 여자와 동갑내기 신부 박용성, 경마 기자 이영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새 연재소설입니다. 작가는 “간통죄가 합헌이어도, 여자는 위헌”이라며, “우리를 대표한다는 대통령에게, 우릴 창조한 신에게만 유죄라고 통보한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습니다.박용성 신부와 여 주인공의 추가 대화가 담긴 #7과 이영민의 ‘참회록’이 담긴 #8, 세 사람이 처음 만난 이야기를 기록한 #9는 향후 발간할 책 본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
‘여자가 대통령이다’는 여성을 대표할 수 없는 한 여자의 유령이 한 나라를 집어삼킨 현재, 이 시대를 살아 내는 한 민초 여자와 동갑내기 신부 박용성, 경마 기자 이영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새 연재소설입니다. 작가는 “간통죄가 합헌이어도, 여자는 위헌”이라며, “우리를 대표한다는 대통령에게, 우릴 창조한 신에게만 유죄라고 통보한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습니다. - 편집자 주.계절이 바뀌었다. 사제관에서 본당까지는 걸어서 1분 거리지만, 새벽미사에 가려면 이제는 사제복 위에 카디건이라도 한 겹 더 껴입어야 했다.그날 이후 두 사람은 2주
순라골종묘 외곽담을 순찰한 순라군(巡邏軍)동순라길, 서순라길순라군에 잡혀 밤새 경을 친 놈 경복궁이나 창덕궁 같은 궁궐에도 외곽담이 있지만 종묘도 한 바퀴를 빙돌아 높은 외곽담이 설치되어 있다. 종묘전도(宗廟全圖)도에 따르면 담의 길이가 1,331보이다. 1보는 6척의 길이로 약 1.87m이므로 2,489m에 달한다. 사람들이 무단으로 종묘에 침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것이다. 조선 태조 때부터 성종 때까지는 종묘에 외곽담이 없었다. 종묘 자체가 조촐한 건물이어서 그랬다. 성종 때 그려진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종묘전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가 논현동 사우나의 욕조에서 뭇 여성들의 감탄어린 질투의 시선을 받으며 눈을 감고 피로를 풀고 있을 때, 함께 입장했으나 남탕으로 간 강영호는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핀란드 사우나 후 선풍기 앞에서 몸을 말리고 있었다. 두 남녀는 한 가지는 같은 생각, 한 가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같은 하나는 이제 여기를 나가면 둘 만의 공간, 독립된 공간으로 이동해 오직 자신을 위해, 상대의 욕구가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애를 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상대가 만족이라는 걸 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건 부차적인
남자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영화감독 김이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와 저녁 식사와 산책, 커피 타임, 그리고 로맨틱 멜러물 영화 한편을 감상한 후 감정적으로 매우 고조된 상태에서 장화자의 집 앞 카페로 가 오늘의 데이트를 차분히 마무리 지으려는 찰나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가 든 지갑을 분실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는바, 장화자의 현명한 조언에 힘입어 김이 카드 분실신고를 하고 그 사이에 도둑 결제된 금액이 27만원에 달한다는 카드 상담원의 급박한 통보를 듣고도 침착하게 앞으로의 사용을 제한해달라는 말을 남기는 것을 보고 장화자는 이 사내가 만만치
남자가 전화하면 여자는 받는다 감독이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를 만나 소주를 한 잔 한 지 며칠이 지났다. 감독은 사실 당장이라도 그녀를, 그녀의 뇌쇄적인 몸매와 화려한 미모를 뵙고 달콤한 몸내를 맡고 싶었으나 만난 지 하루 만에 연락을 해 안달복달하는 건 전략상으로도 상수는 아닌 듯싶어 꾹 참고 있었다. 그러나 뭘 해도 밥을 먹을 때나 드러누워 있을 때나 걷거나 차를 마시거나 택시에 오르내릴 때도 (복권 탄 이후 대중교통은 삼가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이 삼삼하게 떠올라 이것이 상사병인지 뭔지 아무튼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를
네가 날 선호하게 만들겠다 40대의 동영상 제작자는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를 야밤에 불러내 커피 한 잔을 하며 담화를 나누고 있었다. 장화자의 입장에서 보면 평생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연락을 해와 심야에 커피 한 잔 하자는 남자와 특별히 감회에 젖을 이유는 없었고, 그저 이 작자가 왜 날 불러냈나, 뭔 할 말이 있나 정도의 궁금증만 갖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로 말하자면 주머니에 복권 탄 돈이 있다 보니 그동안에 용돈조차 없어 당해야 했던 설움들이 북받쳐오며 저 혼자 감화에 젖으니 이런 사실을 장화자가 알 리는 없었다. 안다 한들 그
배치기로 들어오면 배치기로 돌려주마 내가 희망이요, 그대의 가녀린 어깨를 감싸고 있는 이 털투성이 팔이 희망이라고 속삭이고 있는 40대 동영상제작자의 팔을 미나 양은 조용히 들어 원위치에 내려놓았다. 걸친다고 내버려두면 그게 사내를 만족시키는가? 그렇지도 않았다. 가벼운 거절, 거부하는 몸짓, 그런 모습이야 말로 남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모습이요, 애타게 하는 모습이요, 그 모습을 다른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 지향시켜야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조연인지 뭔지 하나 주겠다고, 내 말만 잘 들으면 새 영화의 배역 하나
그대가 여인이라면, 나이 육십이 지난 여인이 아니라 20~50대의 여인 정도라면 지금 몇 시냐고 물어오는 남자를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그것도 평일 대낮 공원에서 조용히 그림자처럼 다가와 그것도 질문이라고 해대고 있는 성인 남자를. 그런데 뭐라고 생각할지는 남자의 상태를 봐야 알겠다는 대답이 의외로 적지 않다. 즉 남자의 됨됨이, 외관이든 말투든 행동거지 등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대답이 상당한 것이다. 됨됨이만 괜찮다면 지금 몇 시가 아니라 몇 분 몇 초냐고 물어와도 상냥하게 즉각 대답하겠다는 의지가 상당수 여성에게서 보이고 있다는 것
도도녀가 남자를 느끼는 건, 단순한 포착이 아니다. 여자가 남자의 외양에서 슈트 이름과 시계며 넥타이며 구두며 기타 걸치고 있는 것의 국적과 그 제품명을 순식간에 파악하는 건 초보적인 인식에 불과하다 하겠다. 그러한 물품들의 외피를 꿰뚫고 본질에 다가가려는 여성의 심안은 오랜 세월 유전적으로 축적되어 온 것이다. 남자의 허세를 뚫고 실질적인 실체, 그러니까 여성에게 뭘 실질적으로 부여할 수 있나 하는 데에 대한 파악은 가히 섬광과도 같다 하겠다. 도도녀가 마트에서 물품을 고르면서도 뒤에서 느껴지는 어떤 존재, 건너오는 심상치 않은
도도녀, 얼굴 반반하고 몸매 우월하고 근접하기 어려워 보이는 그녀가 어디에 주로 나타난다고? 호텔이나 회원제 레스토랑이나 골프장이나 패션쇼장은 아니라고 이미 말했다. ‘전설의 짬뽕’이나 ‘멋쟁이 미장원’이나 ‘삼거리 숙녀복’ 같은 데 자주 출몰한다고 입 아프게 말했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우연히 부딪친다는 건 신사의 입장이나 사내라는 지위 면에서 어울리지 않는다 하겠다. 대신 나는 대형 마트를 제시한 바 있다. 도도녀가 대형 마트에서 올이 풀린 추리닝을 입고 카트를 끌고 있다면, 그녀는 경계심을 완전히 푼 채 한가하고 느긋하게 소소
주식은 오르내리고 말은 질주하고 슬롯머신은 잭팟을 터뜨린다. 재미교포 유세련은 주식과 경마에도 남다른 애정이 있지만 슬롯머신은 엎드려 절할 만큼 좋아했다. 정선 카지노에 룸을 잡아놓고 날마다 하고 싶은 게 슬롯머신이었다. 여체가 댕기면, 문자 한 통에 바로 달려올 여자는 20대에서 50대까지, 40킬로에서 80킬로까지 족히 두 타스는 될 것이었다. 허나 돈도 돈이고 서울에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산더미란 주로 어수룩한 물주를 꾀이는 일이고 돈푼깨나 있는 새 여자를 몸으로 후리는 일이었다. 사실 크게 한 탕 하면 그 모든 소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