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마혜경 손수레가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고 있다아, 죽고 싶어? 미친 인간아노인을 간신히 피한 차들이 창문을 열고 같은 욕설을 한다지나가던 한 노인이 달려와노인의 손을 잡고 주변에 수신호를 보낸다 클락션 소리 두 배로 울린다 묻지마라법의 잣대로 따지지 마라누구나 길 잃을 자격이 있지 않나
편지 가을 닮은 하늘에당신 이야기를 전합니다.어쩌지 못한 잘못일랑구름 닮은 말로 사과합니다.그 때 그 시절당신은 가을이었습니다. 봄과 여름을 품어야가을의 아름다움이함초롱한 청포도처럼영글어가겠지만당신의 언어는 늘봄이었습니다. 가을이 다시 돌아오며는미뤄 두었던 숙제처럼편지를 씁니다.부치치 못할 편지인지라답장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오늘 시리도록 투명한 이 가을날에당신께 편지를 쓰렵니다.봄이었고 가을이었던당신을 그리는 그림으로편지를 쓰렵니다.가슴 벅찬 풍요가 밀물처럼 밀려오는 가을날에가을 닮은 언어로 구름 닮은 편지를 쓰렵니다.
문틈 사이로- 마혜경 문에 매달려 놀았던 적이 있다열렸다 닫혔다 반원을 그으며발끝으로 벽을 밀고 왼쪽 오른쪽삐걱 쇳소리에 노래를 부르다대문 내려앉는다, 야단을 맞고서야매달린 문에서 내려왔었다 골목에서 문을 보았다한 뼘 정도 열린 틈으로매달리고 싶다는 마음을 매달아본다작게 둥근 선을 그으며 왼쪽 오른쪽최대한 소리소문없이 매달려본다노래도 어떤 소리도 들키지 않아야단치는 사람이 올 수 없다 어떤 틈은 추억을 부른다
광명시 오리로 268번지에 위치한 기형도 문학관! 주소가 외우기 어려운가? 그럼 아주 친근하면서 쉬운 방법이 있다. 그냥 광명 이케아(IKEA)를 기억하거나 검색하면 된다. 기형도가 누구인가? 1960년 지금의 인천시 옹진군에서 피난민 가정의 3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나 6살 때 현 광명시 소하동으로 이사하여 광명에서 성장하고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80학번으로 입학했다. 그래서 기형도 문학관이 광명에 위치해 있으며 기형도의 대표시 중 하나인 는 그가 자란 소하동의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시집 출간을 앞둔 1989년,
추억낙엽을 밟고 있어요.어릴 적 밟던 낙엽은 놀이였지요.은숙이는 노랑 밟아라 경란이는 빨강 밟아라낙엽처럼 웃음을 굴리며 놀았죠오늘은 어릴 적 추억을 밟으려 했어요먼 먼 시간이 지난 일이라 낯이 서네요경란이도 은숙이도 먼 기억이네요소꿉장난하기가 참 싫었어요동한이는 계집애들이랑 같이 놀고 싶어 했고나는 늘 그게 싫었어요그래서인지 동한이는 그 애들이 거리를 뒀고나는 늘 그 애들이 불렀죠더러는 나도 좋은 구석이 있었나 봐요나름 잘 생겼나? 히히낙엽을 밟아요.과거를 밟죠.추억을 밟고 은숙이 경란이를 밟아요.그러면서 나를 밟아요.살아온 시간과
방현석의 신작 소설 ‘사파에서’가 도서출판 아시아에서 출간됐다. 방현석 작가의 문학적 원형이 담긴 아주 특별한 로맨스 소설이다. 일 년에 단 하루, 금기를 넘는 사랑이 허용되는 사파의 ‘사랑시장’을 찾아가는 사랑의 여정을 그렸다.소설의 무대인 사파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해발 1500m의 산악 지역이다. 소수민족의 도시인 사파에는 ‘사랑시장’이란 금기를 뛰어넘는 특별한 문화와 전통이 있다. 사랑시장이 열리는 매년 3월 27일, 이날은 누구나 자신의 사랑을 찾아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허용되고 이날의
삶이라는 그 길은새들이 지저귀고 꽃이 핀아름다운 여행은 아니다. 움푹 패인 수렁에절절히 담긴 사연뾰족이 튀어나온 돌쩌귀에가슴 에이는 상처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허전한 빈 가슴은내가 아닌 너만의따스함이 필요한 것 내게 필요 없는 짐을지고 가는 까닭은불필요를 필요로 하는또 다른 여행자에게나누려는 따뜻한 향기 삶은 길이가 아닌 깊이인 것을길 위에서 나누는진한 사람 냄새인 것을더하기가 아닌 나누기인 것을
요즘 코로나 떄문에 다들 힘드시죠.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아프고 힘들지만 더욱 더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발달 장애인들과 그들의 가족들입니다. 저는 금천구의 한 장애인 자립 생활 주택에서 발달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 가족 중에는 장애인이 없지만 몇 년 째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고 또 지역 커뮤니티에서 장애인들과 그들의 부모님과의 교류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 하는 코로나 상황에서 그들이 얼마나 더욱 더 힘들어 하고 있는지를 내 일 처럼 생각하며 안쓰러워 하고
배꼽-마혜경 주소가 생겼다숫자를 지우니 좀 더 본질적인오아시스에 딱 맞는 검지손가락 누군가 오랫동안 누른 초인종처럼
친애하는 쿠마 씨마음 까지 읽어주는 번역기가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당신이 열어보지 않는 메일이지만 이 가을에 편지를 씁니다.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오래전 당신이 찍어 준 사진들을 발견하고 감회에 젖습니다. 도메인 공원에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아래 나를 세우고 자꾸 웃으라고 재촉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사진 속의 나는 세상 다 산 여자처럼 보이지만, 뒤쪽에 서 있는 천년의 은행나무는 너무나 곱고 아름답습니다.붉은악마가 열광했던 해였습니다. 치열했던 3년간의 싸움은 5분 만에 협의로 끝이 났습니다. 살림을 나누고 말고 할 것도 없
저 빛을 보라- 마혜경 젊어서는 처자식을 업고 다녔다그는 별을 읽으며 집에 돌아가곤 했는데그때마다 돌쟁이 아들의 잠꼬대를베고 잠들었다세상이 이율배반적이라고 떠들어도그의 등에 실린 짐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아들은 지 살기에 바쁘고아내는 류머티즘으로 거동이 불편하다 그의 어깨는 언제쯤 가벼워질까세상의 무게 모두 내려와 언제쯤 동그랗게 빛날까
그대 꼬박꼬박 상자에 이름 쓰는가요그게 만약 내 이름이라면변덕이라 칭했던 서로의 추억이그대 나를 잊지 않고 살아줄 수 있나요 이미 약지에 낀 반지가 불에 타버리니태양에 아른거릴 수 없는가요무지개빛이 벽을 타고 흔적 남기는 것을미련하다 말하며 좋아했었는데 벽을 메운 상자 모서리를 조금만 뜯어내니까만 글씨가 쏟아져 내려낱말을 조합해서 내 맘대로 해석한다면그대 곁에 나는 거짓이 되는가요 불행하게도 우리는 서로 너머를 바라보고변화하고도 유리는 새로 나무를 바라보길 내가 그렇게 미쳐가길 바랬는가요 그대 트럭을 모는 기사의 유리를 두들겨상자를
우리는 탄생이라는 역에서 출발했다.그 역에는 커다란 아픔 후에엄청난 축복도 함께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내가 왜 가야만 하는지 모른 채가라니까 갔고 남이 가니까 따라갔다. 간이역을 지나며 봄꽃의 향을 맡았고조금 큰 역을 지나며 가끼우동을 먹었다.맛은 있었지만 이름에서 왜놈 냄새가 났다. 어느 날 역사(驛舍)에서 역사(歷史)를 바꾸겠다는왜놈 냄새나는 역장을 만났다아직 난 역사(歷史)를 모르는데···어딘지는 모르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내 뒤에는 스물여덟 살 아들도 기차를 탔고그 아이도 아직 역사(驛舍)와 역사(歷史)를 모
초중고 개학이 하루 이틀 밀리던 때 우리 회사는 격주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다른 팀은 수월했지만 디자인팀이 문제였다. 그리고 나는 그 문제의 디자인팀이었다. 하하. 다른 팀들은 문서작업을 주로 하기에 집에 있는 PC나 노트북로도 충분히 업무가 가능했다. 안타깝게도 디자인팀은 아니었다. 디자인 작업용 PC가 있는 팀원은 상관 없었지만, 나처럼 PC자체가 없는 사람은 방도가 없었다. 맥북으로도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우겨 보았지만 생산성이 떨어져서 안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요?(속 뜻은 나더러 저걸 들고가라는 말이냐.
너의 여덟 살, 이제 안녕- 마혜경 9월 14일 오전 11시 16분,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임대주택 2층에서 불이 났다형과 동생은 심한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그날 엄마가 있었다면비대면 수업이 아니었다면라면을 끓이지 않았다면아니 배가 고프지 않았더라면 열 살 형은 호전 됐지만 여덟 살 동생은 38일만에 눈을 감았다 신이 다녀간 8년을 뒤늦게 알았다
작가 리정은 2018년부터 시작한 서양미술사 이야기책 '100명의 성공한 화가들의 비밀' 1권을 오는 11월3일 솔아북스에서 출간한다고 밝혔다. 2권은 12월에 출간할 예정이다. '100명의 성공한 화가들의 비밀'은 총2권으로 집약된 100명의 예술가들의 일대기이다.작가는 지독한 고통과 죽음 앞에서도 힘들게 탄생시킨 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많을 것을 배웠고, 같은 예술가로서 눈시울을 적신 적이 너무나 많다고 한다. "그들의 삶은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배울점이 많다. 이번에 출간하는 '100명의 성공한 화가들의 비밀'은 딱딱한
단풍놀이- 마혜경 얼마나 좋은지렌즈를 닦고 조리개를 맞춘다불붙은 나무를 마주 본다활활 타들어 가는 순간이 짜릿하니까불씨의 흔들림을 바라본다밤엔 또 얼마나 좋을까재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숲으로 간다숲으로 번진 불이 어둠에 붙는다어둠이 불을 감추고 있다방화범을 숨기고 있다신고할 사람이 없어경찰도 소방관도 오지 않는다불구경이라면 얼마나 좋은지얼마나 달아오르는지
망아지를 껴안아주고울분을 토하며 성명서를 낭독한 어제를 뒤로 하고오늘은 반려견 구름이와 눈감아도 떠오르는 산길 걷는다굽이 돌 때마다 한움큼의 추억이 떨어지고뜨거웠던 시간 서늘히 식으며코로나19 긴 터널 가을이 깊어간다생존의 피켓들은 과거에도 모였고 지금도 모이는구나콩 한쪽이라도 서로 배려하며 나눠 먹으면 좋으련만낙엽처럼 돈이 소진되는 거리과로를 견디지 못한 택배 노동자가 죽어가고울긋불긋 단풍같은 자본주의가 춤추는데거룩하게 마감하는 생명들이 우수수 떨어진다누구는 죽이고 누구는 살리는 현실의 아귀다툼누구
현대인에게 마스크란 무엇인가?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마스크는 오염된 공기를 막아주고, 2020년에는 코로나 예방 필수 아이템으로서 든든한 현대인의 방어구가 되어줬다. 실로 고마운 존재이지만, 현대인은 마스크를 혐오한다. 전 세계 사회에서 반 마스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 없이 번화가를 누빈다. 해외에서는 마스크를 거부하는 행위예술이 행해지고 있다. 전염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유일한 갑옷을 미워하는 실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나 자가 격리할거야” 이 말을 하기 전의 나에게도
뭐가 달라도 달라해발고도 1500미터그곳에도사람이 살더이다. 하늘 아래 첫 동네하루가 지날 때슬픈 역사 생각나한 차례씩 내리는 비 한 30분 쏟아지다언제 그랬냐는 듯해맑은 하늘을 보여 주는여기 사람 닮은 곳 뛰어난 손재주자수 박물관엔사진보다 사진 같은정성이 가득한 곳 달랏은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