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가을 닮은 하늘에
당신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쩌지 못한 잘못일랑
구름 닮은 말로 사과합니다.
그 때 그 시절
당신은 가을이었습니다.
봄과 여름을 품어야
가을의 아름다움이
함초롱한 청포도처럼
영글어가겠지만
당신의 언어는 늘
봄이었습니다.
가을이 다시 돌아오며는
미뤄 두었던 숙제처럼
편지를 씁니다.
부치치 못할 편지인지라
답장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오늘
시리도록 투명한 이 가을날에
당신께 편지를 쓰렵니다.
봄이었고 가을이었던
당신을 그리는 그림으로
편지를 쓰렵니다.
가슴 벅찬 풍요가
밀물처럼 밀려오는 가을날에
가을 닮은 언어로 구름 닮은 편지를 쓰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