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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 키우기] 기념일

안소랑 전문 기자
  • 입력 2020.10.2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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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식사를 주어야 합니다.
내면에 자라는 씨몽키가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바다로 향할 수 있도록.

 

 

 

 

그대 꼬박꼬박 상자에 이름 쓰는가요

그게 만약 내 이름이라면

변덕이라 칭했던 서로의 추억이

그대 나를 잊지 않고 살아줄 수 있나요

 

이미 약지에 낀 반지가 불에 타버리니

태양에 아른거릴 수 없는가요

무지개빛이 벽을 타고 흔적 남기는 것을

미련하다 말하며 좋아했었는데

 

벽을 메운 상자 모서리를 조금만 뜯어내니

까만 글씨가 쏟아져 내려

낱말을 조합해서 내 맘대로 해석한다면

그대 곁에 나는 거짓이 되는가요

 

불행하게도 우리는 서로 너머를 바라보고

변화하고도 유리는 새로 나무를 바라보길

내가 그렇게 미쳐가길 바랬는가요 그대

 

트럭을 모는 기사의 유리를 두들겨

상자를 실어 나르는 사이에

반지가 실처럼 가늘어지고

왈칵 눈물이 쏟아진 이유가 한 가지 뿐이라는 게

 

해가 지고 무지개가 매달리다 지쳐

흙 속으로 뚝뚝 떨어지는 걸 보니

그대 온전히 내 곁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나요

내가 알 수 없을 곳으로 스며들었는가요

 

곧 우리의 추억이 싹으로 태어나

열매를 얻기 전 화려함으로 자라난다면

그건 무지개 빛깔의 작은 상자려나

상자 뚜껑을 열어보면 그 안에 작은 반지 있겠죠

 

불행하게도

그대, 변화하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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