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겨내기] 마스크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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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겨내기] 마스크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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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2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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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피아 코로나 이겨내기 에세이 공모전에 참여해주신 이재현님의 작품 '마스크는 죄가 없다' 입니다.

마스크를 하나라도 더 구입하기 위해 약국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던 모습이 아직 기억에 생생합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충분히 마스크를 보급받고 확진자 역시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 때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 내 마음대로 활동할 수 없는 사실이 답답했었는데, 코로나 감소를 위해 싸워주시는 의료진들과 불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따라주는 시민들의 모습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마스크가 고맙게 느껴지는 글입니다.

현대인에게 마스크란 무엇인가?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마스크는 오염된 공기를 막아주고, 2020년에는 코로나 예방 필수 아이템으로서 든든한 현대인의 방어구가 되어줬다. 실로 고마운 존재이지만, 현대인은 마스크를 혐오한다. 전 세계 사회에서 반 마스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 없이 번화가를 누빈다. 해외에서는 마스크를 거부하는 행위예술이 행해지고 있다. 전염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유일한 갑옷을 미워하는 실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나 자가 격리할거야” 

이 말을 하기 전의 나에게도 마스크는 필요악일 뿐이었다. 불편한 감촉도 싫고, 나갈 때마다 마스크를 찾는 상황이 코로나 사태를 상기시켜 주기만 했다. 코로나도 무서웠기에 한동안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니 외로워졌고, 결국 친구들과 개방된 공간인 한강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코로나에도 한강 트랙에는 의외로 긴 마스크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마스크만 없었다면 평범한 여느 주말 저녁과도 같았다. 저녁의 쌀쌀한 공기와 아이들의 외침이 섞여 자유로운 분위기를 형성했고, 우리는 마음껏 바깥을 즐겼다. 돗자리에 앉아 친구들과 함께 농담 섞인 푸념을 했다. 돗자리에 앉아 주변을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맨 얼굴을 내놓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 역시 마스크를 풀고 있었고, 이 시간만큼은 나는 예전과 같이 행복했다.

아침이 되자 어젯밤의 해방감은 신데렐라의 마법처럼 사라져 버렸다.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얼굴은 뜨끈하고 목구멍이 거칠었다. 불안감을 물로 씻어내려 했지만 무언가가 목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두려웠다. 단 한 번의 외출로 무엇이 달라진 걸까? 덜컥 겁이 났다. 별안간 나이 드신 부모님과 열심히 공부하는 언니의 얼굴이 떠올랐고, 어느새 나는 마스크를 쓰고 내가 잡았던 것들을 소독하고 있었다. 가족들이 귀가하자, 나는 문 안에서 긴말 않고 말했다. 나, 자가 격리할거야. 앞으로 삼 일간. 내 방에만 있으면서 밥도 따로 먹고, 마스크도 쓰고 있을 거야. 일방적인 통보에 가족들은 상당히 당황했지만, 나의 입장을 이해해주었다. 단 한 마디의 타박이나 비웃음 없이, 나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가족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렇게, 나의 외로운 자가 격리가 시작되었다. 나의 주요 활동 시각은 가족들이 자는 새벽이었고, 내 방에서도 항상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안 그래도 더운 방안에서 마스크를 쓰니 천 밑이 찐득거렸다. 그러나 자가 격리를 하는 동안 제일 고통스러웠던 건 신체적인 게 아니었다. 만약 내가 마스크를 벗지 않았더라면, 순간의 신체적인 불편함을 인내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후회가 나를 괴롭혔다. 나로 인해 가족이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너무 힘들었다. 그렇기에 지금 나와 나의 가족을 지켜주는 마스크가 싫기는커녕 믿음직스러웠다. 삼 일 동안, 이 얇은 천은 나의 동반자였다. 나의 가족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수호자였다. 이틀째 저녁 즈음, 열감과 무거운 기침이 가셨을 때 나는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게 별거 아니지 않았냐고 나를 위로해주는 부모님의 말이 맞았다. 제삼자의 눈에는 나의 자가 격리 사건이 과잉 걱정에서 비롯된 웃기는 사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삼 일간의 투쟁을 통해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한 때 마스크는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나 미세먼지와 코로나를 거친 2020년의 사람들에게 마스크는 달가운 물건이 아니다. 현대인에게 마스크는 단순한 물건이 아닌 코로나 시대를 상징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마스크는 보이지 않는 위험의 지속적인 알람 벨이고,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이다. 나도 한 때 끝나지 않는 코로나와 마스크에 질려 버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마스크는 죄가 없다. 자유를 유지해주는 충신을 개탄하는 대신, 마스크를 사랑하자. 우리 모두가 마스크를 질린다고 차버리지 말고, 그것이 충분하다는 사실에 감사한다면 

미디어피아 코로나 이겨내기 에세이 공모전에 참여해주신 이재현님의 작품 '마스크는 죄가 없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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