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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경의 시소詩笑] 단풍놀이

마혜경 시인
  • 입력 2020.10.21 10:20
  • 수정 2020.10.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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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이 났어요.
언제나 이맘때쯤 있는 일이죠.
이미 예고된 일.
오늘 바깥 나들이 어때요.
불구경이라면 얼마나 좋은지...

ⓒ마혜경

단풍놀이

- 마혜경 
 
 
 

얼마나 좋은지

렌즈를 닦고 조리개를 맞춘다

불붙은 나무를 마주 본다

활활 타들어 가는 순간이 짜릿하니까

불씨의 흔들림을 바라본다

밤엔 또 얼마나 좋을까

재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숲으로 간다

숲으로 번진 불이 어둠에 붙는다

어둠이 불을 감추고 있다

방화범을 숨기고 있다

신고할 사람이 없어

경찰도 소방관도 오지 않는다

불구경이라면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달아오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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