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집 처마에 매년 찾아 오던 제비댐 건설로 수몰되어 나는 고향을 떠났지만제비는 나를 따라오지 못했다둥지 턱밑까지 물이 차올라도제비는 알을 낳고 품고 새끼를 부화했다물에 묻힐라 나는 서둘러 도망쳤다따라오지 않은 제비를 걱정하며 허둥지둥 도시를 비집고 들어섰다묻힘의 아픔 떠남의 슬픔도시는 나의 아픔과 슬픔을 안으려 하지 않았다제비는 차오르는 물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천박한 자본주의가 춤추는 도시는 삭막했다제비가 보고싶었지만 볼 수 없다사람들은 눈 앞의 이익만 탐하고 제비를 잊고 살았다도시의 삶은 시간이 지날
최서해 쑥 들어간 눈에 툭 튀어나온 광대뼈못 먹어서 그런지 삐쩍 말랐다가난과 절규 그리고 왜놈들, 도저히 이 땅에 살 수 없어두만강 건너 오랑캐령 넘어 간도 땅추위에 떨고 처절하게 굶주리며날품팔이 나무꾼 두부장수 비럭질 하다못해 도둑질까지 했구나, 선생 작품 속 우리 민족들은아궁이 잿더미 속에서 귤껍질을 뒤져 먹거나빚에 쫓겨 아내와 딸을 빼앗기거나매 맞거나 찢기거나 되놈 개에 물려 죽고쳐죽일 눔들, 깎아 죽일 눔들,마침내 원한에 이글이글 사무쳐 복수를 하고 살인을 하고 불을 지르니그래! 선생 글은 천재성도 없다풍부한 상상력도 없다
길 1 나이를 먹으며 늙음으로 가는 길은누구나 처음 걷는 길이다.너와 함께 그 길을 가고 있는 나는 참 행복하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나도 너도 등에는 외로운 짐을 짊어지고 간다.내 짐을 네가 덜고 네 짐을 내가 덜어 가는 그 길은 짐이 훨씬 가벼워진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땐너에게 말하며 그 문제의 답을 스스로 찾는다.너도 힘든 일이 있을 때 나에게 말해줘라. 처음 가는 길너랑 박자를 맞추며발자국을 내딛는 걸음은더욱 가벼워질 것이다.언제까지 얼마나 걸을런지 모르지만나는 너랑 같이 갔으면 한다.
남부호프 화장실 감룡아 승호야 꿀꿀한가소맥으로 입가심을 하더니, 82 둘한테엮였다 이제 늙고 지친 애들 특별히아무것도 하지 않는 애들 혼자 사는 애들절은 아몬드 땅콩 몇 알싸운다 씹는다(아작낸다)마치 보석 알이나 되듯어떻게? 잘 나가나?어딘가 멀리 끌려갔다 온 것 같은녹은 눈, 들면 바짝 쫄아라 나아무데도 끌려가 본 적 없어그 마음 모르지만 눈빛만은 잘 알지 이윽고꼬장을 피운다저 시대의 아픔이 흘리고 간 머나먼 학번들한때 시를 쓰고 운동을 하고밥 먹듯 합숙을 했었지꼬장 버겁기 이루 말할 수 없으매좀 됐군, 짐짓 비척 걸어주방 옆 녹
답답함 나라를 잃었을 때 그 시대를 살아 가신 어른들은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살벌한 고등계 형사와 일본 순사, 검찰 밑에서 더 악랄하게 동포를 괴롭히던 앞잡이 놈들 '그대가 조국' 영화를 봤다.내내 갑갑함과 분노 속에서 두 시간이 흘렀다.종영 후 아무도 말이 없었다.아무 말없음은 무수히 많은 말들의 표현이다. 침묵은 동조가 아님을, 순종이 아님을...끝없는 자기 부정과 자기 성찰임을...이 답답함은 마그마가 지표를 뚫고 나오려는 순간임을... 해방 이후 근 8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노덕술은 여전히 존재하며왜놈 밑에서 배운 조작질은 여
오늘은 단오다. 음력 5월 5일. 창포로 머리 감는 날이다. 이젠 아무도 창포로 머리 감지 않는다. 창포 샴푸면 몰라도. 서거정 시에서 창포가 들어간 7언 절구 시를 골랐다. 한글과 영어 필자가 다 번역했으며 시의 간결성을 위해 관사나 조사를 거의 생략했다.복수보다 단수를 좋아해서 단수 위주로 했다. 붓 잡고 시 쓰는 순간은 하나의 시를 쓰니 즉사의 의미도 연관된다.즉사는 바로 눈 앞에 벌어진 일을 말한다. 가을날 보여진 모습을 그린다. 술 먹은 포도라고 번역한 사람도 있지만 술이 된 거니 술 빚은 게 맞다. 와인은 서양 포도주니
너그러움 모기 한 마리가 온 밤을 성가시게 합니다.조금은 너그럽게 대하면 내가 편안할텐데... 다짐을 했습니다.여름엔 모기랑 더위에 너그러워지기로...고까짓 작은 녀석에게 시달리고고까짓 더위에 힘들어하며 살아가는 내가 초라해 보입니다. 겨울에는 추위에 너그러워지려 합니다.봄엘랑 사랑에 너그러워질 겁니다.가을에는 온갖 풍성함에그리고 보름달처럼 환한 사람들에게 너그러워지려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내려 놓음입니다.이제내가 나에게 너그러워지며 살아가렵니다. 이 밤 모두 안녕히 주무세요.
언저리 산유회를 가다 그저산 언저리에서 그저시의 언저리에서 그저삶의 언저리에서 그저술청 언저리에서 저 황혼의 초췌에 비칠거리는 영혼끈적한 눈길 옛날걔네들 아직도그대로네 망가질 듯오오냐, 망가지지 않는다 시작 메모우리는 모든 중심과 중앙 패권 거절했다. 권위 부 저잘남 안위 지성 사색 따위 다 거절했다. 외모 따위 거절했다. 다들 존만했다. 문학이고 사랑이고 시대고 언저리를 맴돌았다. 실패하고 찢어지고 갈라지고 채이고 밤마다 절망에 절어서 깔창을 몇 장씩 날리곤 마침내 연못시장 보은 연지 새집 호텔들에 떼거지로 망가졌다. 새처럼 깃들
槐陰晝枕 老槐偃蹇如虯龍綠陰滿地涵淸風 珠箔錦幕深復深淸晝睡味如粥濃 又 一夢賭得南柯天南柯日月無中邊 枕上片時百年樂不必羽化登神仙 회화나무 그늘에서 낮잠 늙은 회화나무 뿌리 용과 같아녹음 가득 땅 맑은 바람 스민다구슬발 장막같이 깊고 또 깊어낮잠 죽처럼 달다이에꿈속 남가국 가니남가국 시간은 중간도 끝도 없네베개머리 한 때 백년 즐거움이니날개 단 신선 비할 데 없다 Nap under sophora shade Old sophora root is like horn dragon;clear wind permeates into ground full of
상실, 허전함 상실무언가를 잃어버린 상태함께 했던 소중한 인연이랑 헤어졌을 때가족, 연인, 친구, 반려동물 등 원했던, 원치 않았던 그들과의 헤어짐은 상실입니다.그들과 따뜻함을 공유하다 갑자기 그 따뜻함이 멀어집니다.내 마음의 온도는 혼자 견디기에는 춥습니다. 허전함채워졌던 공간이 빈 상태빈 공간에 나만 덩그마니 남아 있는마음의 허기를 음식으로 채우려는 무모함 마음의 공간은 생각보다 넓습니다.공간에 함께한 이들의 흔적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습니다.어려운 일이지만 시간으로 치유하며 인정해야 합니다. 상실, 허전함을 받아들이는 5단계부정
산새들 노래소리 맑고 높게 울려퍼지는 계절다래 머루 층층나무 벚나무 참나무 소나무 낙엽송 아카시 밤나무 물푸레 함박나무서로 어울려 정겹게 흥겹게 사는데사람사는 세상 숲처럼 살지 못할 이유 무엇 있나각세우고 날세우고 교조주의 수정주의 기회주의 진보 보수 좌우 남북 남녀 세대경계 모호하거나 구분할 수 없는 언어들이 마구 춤추고우유부단한 사공 만나 우왕좌왕 갈피잡지 못하던 민주군부독재 끝난 자리 검찰왕국 헌납하자진영 넘나들며 사기 춤추는 적폐들의 현란한 못짓우민한 사람들 더 우민하게 만들고정신 혼미해지고 아깝고 아쉬운 시간
새는 울지만 눈물 흘리지 않는다꽃은 화려하지만 자랑하지 않는다나무는 흔들리지만 눕지 않는다달은 해보다 밝진 않지만 밤하늘을 지배한다해는 구름에 가리워지지만 원망하지 않는다구름은 있다가 사라지지만 후회하지 않는다산은 높거나 낮지만 갈등하지 않는다강은 낮은 곳으로만 향하니 심신이 편안하다바다는 드넓지만 화나면 무섭다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부는 방향이 있다민중은 힘은 세지만 어리석다어리석은 민중은 사기꾼들의 장단에 춤을 춘다인생은 아무것도 아니고 예술은 보석이다
살아가는 이유 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 드는 것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죽고 싶다고 죽어지는 것은 더욱 아니지만산다는 것은 수많은 죽음의 유혹을 이겨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왜 사냐고 하는 물음에 여러 가지 답이 있겠다.누구는 그냥 산다고, 누구는 죽지 못해 산다고, 누구는 모르겠다고 하는 다양한 답을 들을 수 있다. 내가 사는 이유는 행복해지려고 산다.삶 자체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태어나는 순간 고행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다.판도라의 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희망이라는 것이 행복일지 모른다. 살다 보면 어려웠던 수많은 고민과
코로나가 끝나 간다. 아니 끝났음 좋겠다. 정확히는 코로나19, 코로나는 왕관 모양이란 뜻으로 감기 바이러스에 많다. 일반적으론 문제되지 않지만 사스나 메르스나 이번처럼 치명적일 때 위험하다. 역병을 물리친 처용가를 번역하면서 그처럼 우리도 물리치고 일상을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과 고전 시도 해외로 뻗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향가를 선택했다. 향가는 신라시대부터 고려 초중기까지 내려오는 문학이다. 한자에 한글 발음을 더한 복합구성이다. 뜻이 명확한 한자는 내용에 해당하고 뜻 없는 한자는 한글 발음이다. 전해오는 향가 수는 많지 않으나
헤세의 정원 가는 길 마혜경 송추로 뻗은 길햇살이 칠해진 도로는 들꽃의 환영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돼지를 태운 트럭과 내가 나란히 굴러간다어디로 가는 걸까분홍색 눈동자가 편지를 쓰지만단어가 모자라 갈림길에서 헤어진다 헤세가 있나요그는 오지 않습니다크림을 덮은 베이컨이 정갈하게 누워있다 여긴 어딜까헤세는 없고 정원만 기다리는 나이프와 포크가 승리를 시연하기 위해날카롭게 빛나는 곳
돌국 햇빛 친친암튼 벼논 하늘에비뚜름 긴 목 왜가리 서고 심드렁갸들아 오면찌그러진 살강 냄비에주먹 자갈 여나믄맑비린 또랑물 몇 줌훔쳐다 붓네 냇갈 삭정이 불 활활 휘휘버들캉 다 걷어 내네퉤애오라지퉤 돌만 넣고 물만 붓고가뭄에 땀 뻘뻘갈그치는 웃통 벗고 햐언제 가득 신발 벗고 버럭바가지 마음이야 달겨들어 퍼마시겨갸들 속곳 누덕한 쪼가리 삶아 마시듯병도 씻네퉤눈도 밝데뭐 시작 메모‘개 돼지’는 될지언정 ‘개돼지’는 되지 말아야지. 그러려면 먹지 말아야지. 자지 말아야지. 싸지 말아야지. 듣지 말아야지. 보지 말아야지. 말하지 말아야지.
개미집 연못시장에 해 떨어지고돈 떨어지고런닝구 떨어지고 시 쓰는 또라이소설 쓰는 또라이아무것도 쓰지 않는 또라이 퉤, 다들존만 해 가지구 시작 메모노가리로 뛰던 개미집 시절 막가던 젊음,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빌빌대던 나날, 청자 담배에 절어 술이나 퍼먹던 시대, 날마다 날마다 깔창 한 장씩 날렸지. 아, 우리들 뉘리끼리한 런닝구 시절, 시와 흘레붙던 저 존만한 청춘을 나는 이제야 나한테 바치는구나.
아카시아 오월의 눈부신 찬란함은 말로 다 하기 힘듭니다.계절을 사람에 비유하자면 오월은 싱싱한 청년입니다.이팝나무 소담하게 밥 한그릇 소복이 피우더니아카시아 꽃눈이 서둘러 올라옵니다.오월의 잔치에 그 어떤 향수보다 진한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어릴적 배고플 때 만개한 아카시아꽃을 좍 훑어서 소담하게 먹던 일이 생각납니다.청춘의 싱그러운 처녀가 치열 고른 이를 내놓고 화사하게 웃는 모습같이 꽃이 핍니다.더워지는 날 초저녁에 툇마루에 앉아 뒷산에서 내려오는 아카시아 향기를 선물로 받던 때도 생각납니다.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할 마음이 생기
시 도깨비 홍두깨니 신발짝이니 빗자루니 고무래니몇십 년 묵으면사람 마음 백히고욕심 백히고 때도 묻어도깨비가 된다던데밤중만치 괜 사람 홀리고방구들장 뽑아 던지고밥숟가락이며 솥뚜껑이며 요강단지며동당이치며 심술부린다던데 글이니 시니 이런 것들도몇십 년 깔짝거리다 보면웬 기쁨에 슬픔에 아픔에 눈물에 콧물에절망까지 쪽쪽 다 빨아먹어 마침내즤 시가 저한테씨름하자 들고 홀리려 들고밤새 쿵쾅거리며 깨부수고 흐트러뜨리고 그러단산내끼로 칭칭 묶듯 묶어 놓곤 노래시키고 얘기시키고난장판을 치는 데야도깨비보다 더하면 더했지퉷퉤,라빗자루니 똥막대기보담도 별
물푸레 별 벨라뎃다*저년은 나쁜 년 벨라뎃다저년은 못된 년 퉤무식하고 교만한 년 그저그렇고 그런 년 * 프랑스 루르드의 천주교 성녀 시작 메모만 권 책을 읽느니 단 한 번 희생 선행이 훨씬 낫구나. 온갖 지식 지혜 다 갖느니 양심의 가책 한 번, 그 괴로움이 훨씬 값지구나. 세상 부귀 영화 명예 영광 속에 빛나느니, 겹겹 몸을 두르느니, 나쁜 년, 못난 년, 야비한 년, 사람들 모욕과 분노 증오로 손가락질, 얼굴에 침뱉음 당함이 훨씬 기쁘구나. 애시당초 귀하고 부유한 몸으로 태어나느니 벌거숭이 물방앗간 천민 딸로 태어났음이 훨씬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