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제비와 함께 사는 산촌

김문영 글지
  • 입력 2022.06.14 06: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비와 함께 사는 산촌>

 

고향 집 처마에 매년 찾아 오던 제비

댐 건설로 수몰되어 나는 고향을 떠났지만

제비는 나를 따라오지 못했다

둥지 턱밑까지 물이 차올라도

제비는 알을 낳고 품고 새끼를 부화했다

물에 묻힐라 나는 서둘러 도망쳤다

따라오지 않은 제비를 걱정하며 허둥지둥 도시를 비집고 들어섰다

묻힘의 아픔 떠남의 슬픔

도시는 나의 아픔과 슬픔을 안으려 하지 않았다

제비는 차오르는 물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천박한 자본주의가 춤추는 도시는 삭막했다

제비가 보고싶었지만 볼 수 없다

사람들은 눈 앞의 이익만 탐하고 제비를 잊고 살았다

도시의 삶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팍팍했다

육신의 편리를 향해 치닫는 생활 마음은 한없이 불편했다

숨쉬기 조차 어려운 도시 호시탐탐 탈출의 기회를 노렸다

2017년 식목일 도망치듯 도시를 떠나 산촌에 스며들었다

천박한 자본주의가 춤추는 생활은 어디가나 마찬가지지만

산촌은 그래도 숨쉴만 하다

산촌에 산 지 3년 만에 제비가 나타났다

고향을 떠난 지 40년 만에 만나는 제비

그 긴세월 버텨냈구나

인간들만 탐욕스럽게 도시를 자꾸자꾸 키웠구나

인간들의 탐욕을 쪼아대는 제비

이리저리 탐색하더니 집을 지었다

알을 낳고 품어 새끼 5마리를 부화했다

올해는 3마리의 새끼를 키우고 있다.

작년에 태어났던 그 제비들일까

처마 밑 두 곳에 또 집을 짓는다

제비집이 늘어날 때마다

놀부 심보를 버리고 흥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아내와 나

겨우겨우 숨쉬는 지구와 함께 안도의 숨을 쉰다

도시의 배설물이 지구를 공격하는 시간

부패한 권력이 정치를 점령했다

촛불정부는 촛불의 꿈을 짓뭉갰다

민주는 분열로 망하고 적폐는 부패하고도 정권을 탈취했다

그래도 제비는 자유롭게 똥을 싸며 산촌의 품에서 노래한다

제비의 지지배배 노래를 들으며 먼데 산을 본다

산봉우리 넘어 푸른 하늘가로 흰구름 둥실 떠간다

제비는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른다

날지 못하는 인간들이 한없이 불쌍하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