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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보다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2.06.03 16:45
  • 수정 2022.06.0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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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정

오늘은 단오다. 음력 5월 5일. 창포로 머리 감는 날이다. 이젠 아무도 창포로 머리 감지 않는다. 창포 샴푸면 몰라도. 서거정 시에서 창포가 들어간 7언 절구 시를 골랐다. 한글과 영어 필자가 다 번역했으며 시의 간결성을 위해 관사나 조사를 거의 생략했다.

복수보다 단수를 좋아해서 단수 위주로 했다. 붓 잡고 시 쓰는 순간은 하나의 시를 쓰니 즉사의 의미도 연관된다.

즉사는 바로 눈 앞에 벌어진 일을 말한다. 가을날 보여진 모습을 그린다. 술 먹은 포도라고 번역한 사람도 있지만 술이 된 거니 술 빚은 게 맞다. 와인은 서양 포도주니 포도주를 드러내는 단어를 선택했다.

가을날에 보는 것, 가을날을 보다인데 한글시 제목에선 두 가지 다 연상되게 조사를 생략했다.

현실에 만족해서 이상으로 못 돌아간 듯하다. 꿈보다 현실이다. 이루고 싶은 것보다 이루어진 게 더 소중할 수 있다.

 

가을날 보다(사진=Pixabay)

秋日卽事

秋容濃淡坐開窓
舊恨新愁未易降
細聽隔枝鶯囀百
閑看掠水燕飛雙
花開菡菖霏紅霧
酒潑葡萄漲綠江
把筆題詩時遣興
江湖歸夢繞漁艭

 

가을날 보다

가을 깊어 창문 열고 앉으니
옛 한과 새 근심 가라앉지 않네
먼 가지 꾀꼬리 소리 귀기울이고
물 찬 제비 한쌍 한가로이 바라본다
활짝 핀 연꽃과 창포에 붉은 안개 내리고
술 빚은 포도에 푸른 강물 넘친다
붓 잡고 시 쓰며 때로 흥겨우니
자연으로 돌아가는 꿈 고깃배 맴돈다

 

See Autumn Day

Fall is deep, I open window and sit;
old sorrow and new anxiety don't sink.
Listening nightingale sound on distant branch,
leisurely I gaze at pair of swallows kicking water.
Red fog falls on lotus and irises in bloom,
blue river overflows grapewine.
Holding brush and writing poem, I am joyous sometimes;
dream of returning to nature circles fish b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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