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말 / 김미라 저 멀리 뿌옇게 흐린 안갯길에 한 사람이 걷고 있다. 언덕을 넘어오는 사람인지, 넘어가는 사람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안개는 짙다. 흑백사진의 매력이란 이런 것일까. 그녀가 보낸 초대장에 실린 조그만 사진 한 장이 내 마음을 잡아끌었다. 이제 막 예술의 길에 접어든 친구의 개인전에 다녀왔다. 4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직한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은행원이었던 그녀는 정년을 맞이하여 자신의 인생과 앞날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진짜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얼마나 행복
오버 투어리즘 / 김주선 한적한 시골 마을에 대형 버스 한 대가 들어온다. 한국에서 온 듯한 한패가 주차장에 내리자, 온 동네가 왁자지껄하다. 저들도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떠드는 한류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듣고 왔겠지. 패러글라이딩을 타던 중 돌풍을 만난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남한의 재벌 상속녀와 북한 장교의 러브스토리를 말이다. 남자 주인공은 호숫가 부교浮橋 위에서 피아노를 치고, 여주인공은 페리를 타고 부두로 들어오다가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드라마의 결말이기도 한 이 장면을 촬영한 곳이 바로 이젤발트다. 1년에 한 번 휴
한국 번역 문학은 문제가 많다. 번역을 잘못하면 문학과 멀어진다. 독일 작품이면 독일어 전공자가 바로 한국어로 해야 하는데 미국에서 번역한 걸 영어 전공자가 한글로 이중 번역을 하는 경우가 있다.원작과 멀어지고 작품성도 떨어진다. 전집을 내는 곳은 하나만 망해도 다 망하니 단행본보다는 잘한 번역이 많다.몽테뉴 수상록도 버전마다 감동이 다르고 개선문도 시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려한 번역본이 있는가 하면 읽기도 싫은 번역도 있다. 외국 시 번역도 전혀 문학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딱딱한 영어책에 불과하다. 좋은 번역은 좋은 작품과 마찬가
한국예총 중랑구지회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가 후원하는 2023년 민간축제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축제는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중랑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시화전시, 미술품 전시, 사진 작품 전시를 시작으로 11월 10월 31일 오후 2시에 중랑아트센터에서의 개막식 과 11월 5일 오후 2시, 5시에 중랑구민회관에서 진행하는 본행사인 연극“마리서사”(부제:박인환, 그리고 목마와 숙녀)로 이어진다. 이번 축제는 망우역사공원에 묻힌 예술인들의 생애를 재조명하고 기리는 의
한국아트네트워크협회는 오는 10월 27일(금)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서울 중구 필동에 소재한 필동갤러리에서 재불화가 정택영 작가의 에 대한 명사 인문학 특강을 한다고 밝혔다.이번 인문학 특강을 하는 정택영 작가는 한민족에게 사랑받는 시(詩) 향수(鄕愁)의 정지용 시인의 손자이자 홍익대학교 미슬대학 교수를 역임하였다. 이번 인문학 특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지난 10월 11일부터 열리고 있는 "재불화가 정택영 작가의 초대전 " 전시를 직접 관람도 하고 작가로부터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백건이 개인전이 대구 엑스코 인터불고호텔에 있는 갤러리 옴모크의 초대로 2023년 10월 3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 향기가 나는 10월의 문턱에서 꽃과 여인의 향기를 느낄수 있다고 한다. 계명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백건이 작가의 23번째 개인전이다.이번 전시의 테마는 꽃과 여인의 커다란 폭탄머리이다. 여전히 작가의 그림임을 잘 나타내고 있다. 커다란 폭탄 머리는 세상의 쓸데없는 정보력을 가지고 사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화려한 꽃들은 자신
재즈브릿지컴퍼니가 주관.주최하는 겨울을 여는 따듯한 목소리, 위로와 힐링의 재즈 보컬리스트 스테이시 켄트 내한공연이 2023년 11월 11일 저녁 7시30분에 서울 용산에 있는 용산아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2006년 통영국제음악제를 찾아온 이후라, 무려 7년만의 내한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그녀의 첫 단독 공연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재즈 보컬리스트로서 대중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그녀는, 음반 판매에 있어서도 골드 (500,000), 더블-골드 (500,000 x 2), 그리고 플라티넘 (1,000,000) 세일즈 기
주한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 Korea, 원장 폴 클레멘슨)은 KF(Korea Foundation,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김기환)과 공동으로 ‘2023 한-영 기후변화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에 참여할 ‘연안의 기록들(Littoral Chronicle)’ 프로젝트를 최종 선정했다.2021년 P4G(녹색 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서울 정상회의,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영국 글래스고) 개최를 계기로 발족된 이 한-영 공동사업은 2021년을 시작으로 올해 3년째 추진해 양국 협력을 확대·
재불작가 정택영 초대전이 2023년 10월 11일부터 11월 4일까지 서울 필동에 있는 필동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괏슈, 수채, 아크릴릭, 혼합재료(mixed media) 등의 여러 화구와 색료들을 다양하게 사용해 루브르나 뤽상부르, 몽마르트, 오르세 미술관 등 잘 알려진 곳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생경한 파리의 뒷모습까지 새로운 미감으로 파리의 여러 외면과 내면을 표현한 30여 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빛과 생명”의 유기적 관계, 현대 회화의 의미와 우리의 삶과의 관계에 대한 시각적 체험을 작
남과 북으로 나뉘어진 세계 유일의 민족 분단 국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이에는 다른 나라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용어들이 많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용어가 '비전향장기수'다.'비전향장기수' ....... 민족 분단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이 용어는 국가보안법,반공법, 사회안전법을 위반하여 7년 이상의 형을 복역하면서도 사상을 전향하지 않은 장기수를 일컫는다. 대부분 비전향장기수들은 20년 이상 감옥생활을 했다. 현재 생존해 있는 비전향장기수는 7명이다.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10명이었는데 몇년 사이에 3명이 세
백절불굴의 애국투사인 양희철 시인의 구순 및 시집 '신념의 강자' 출판기념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지난 9월 22일 오후 6시, 정동 프란시스코 회관에서 반미 자주화 통일운동 단체와 양심수 후원회와 전북민주동문회 및 진보단체 성원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시집 '신념의 강자'는 양 시인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작성한 빨치산 추모 시편을 모아 만든 시집이다. 양 시인은 김대중 정권 시절 비전향 장기수들을 석방 시킬 때 마지막까지 37년 옥살이를 마치고 출옥했다.양 시인은 갖은 탄압과 압박에도 구순에 이르기까지 당당하게 투쟁했다.
유심 재창간 행사가 어제 성북구 대사관로 무산선원에서 있었다.신달자 시인님의 사회로 치타, 최성수 외 여러 합창단과 합주단의 축하 노래와 연주가 이어졌다. 치타님은 본인이 불교 신자라서 초대하는 거 같다고. 교통사고로 힘든 일을 겪고 지은 코마 07라는 노래가 감동적이다.최성수 님의 위스키 온 더 락이 역주행한다. 직접 들으니 곡이 너무 좋다. 동행, 해후, 풀잎사랑 등을 불렀다. 두 글자 제목들이 성공해서 두 글자 제목이 많다고 한다. 최성수 님의 앵콜곡에 이어 신달자 님의 즉석 노래도 대단했다.입구에 성모상과 부처상이 함께 있어
수레바퀴 꼬마 도둑 / 김주선 엄마의 지갑에서 동전 한 닢 손댄 적 없던 내가 이종사촌 오빠의 책장에 손을 댄 적이 있었다. 중학생일 무렵 여름방학 때 원주에 사는 이모네 집에 놀러 갔다가 맘껏 책을 읽을 수 있는 오빠가 부러웠다. 소아마비를 앓고 있어 책 읽는 일로 소일하던 오빠였다. 아마도 내가 앙큼한 책 도둑인 걸 알았을 것이다. 돌려줘야지 생각은 했지만, 물놀이 사고를 당해 이모의 가슴에 묻히는 바람에 책은 본의 아니게 유품이 되었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를 볼 적마다 술에 취한 채 강가를 걷다가 물에 빠져 의문
타자의 아픔을 응시하다 『계간현대수필』 2023 여름호 월평 - 작가 이문자 타인의 감정과 상황에 공감하여 자신을 일깨우는 감성은 작가가 지녀야 할 필수 자질인지도 모른다. 『계간현대수필』 여름호에선 김주선의 「현주를 기다리며」와 박복임의 「겨울 꽃」을 주목하게 된다. 이들 작품은 타자의 시련을 자신의 아픔으로 공유하면서 스스로를 채근하고 격려한다.수개월 절필을 선언한 채 “빈둥빈둥 티브이 리모컨을 쥐고 살”던 김주선 작가. “머리를 쥐어뜯어도 내 글은 신선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는 화자는 구필口筆작가 이현주를 만나야겠다
꽃잎과 칼끝의 대결, 그 ‘착란의 변증법’ 『한국산문』 9월호 월평 오정주 우리 인생의 꽃잎은 칼끝에서 한순간 스러지기도 하고, 영혼이 불타올라 더 많은 꽃잎을 피우기도 한다. 세찬 바람에 흩어지지 않으려면 위기의 순간을 잘 버텨내야 한다. 현대인들은 어떤 황당한 고민일지라도 윤리적인 문제와 현실적인 갈등의 칼끝에서 선택을 종용당하는 착란의 상태에 처하기도 한다. 어떻게 극복하는 게 현명한 방법일까? 『한국산문』 9월호에 실린 김주선의 『바둑 두는 여자』와 박지니의 『두 여자 사랑하기』는 인기 드라마와 소설을 읽고 그 의미를 촘촘하
1980년대 말 노동자대투쟁시기 '내딛는 첫발은' '새벽출정' '내일을 여는 집' 등 노동현장을 생생하게 다룬 소설을 써 로 명성을 떨쳤던 방현석(본명 방재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소설가가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등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다룬 대하소설 '범도'를 출간해 화제다.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1권 629쪽, 2권 670쪽으로 발행되었다.『범도』는 신동엽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방현석이 다년간의 취재와 자료 조사를 거쳐 1
블로그를 지우며 / 김주선 단풍나무 이파리가 파닥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비가 제법 내리는 주말, 꿀맛 같은 낮잠이었다.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개인 웹 사이트를 정리하고자 컴퓨터를 켰다. ‘나도 너처럼 장미였노라’ 블로그 대문을 장식하는 헤드라인 문구에 먼지가 낀 듯 침침하게 보였다. 돋보기를 꺼냈다. ‘나도 장미였던 시절이 있었노라. 누군가의 가슴에 선홍빛으로 핀 장미였던 시절이.’ 블로그에 적힌 한 줄 소개 글이 무색하리만치 온기를 잃은 방은 적막이 가득했다.나는 블로거였다. 초창기에는 주로 라이프, 요리, 여행을 다루었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일본마의 완승으로 끝난 2023 코리아컵과 스프린트결과였다. 일본마가 작년의 패배를 설욕하고 한국 경마상금을 싹쓸이 하려는 야심(?)이 현실로 됐다.9월 10일, 서울경마장 제8경주 1800m경주에서 한 경주 상금 16억원의 2023 코리아컵(IG3, KG1) 국제경마는 일본말 크라운프라이드(Crown Pride)의 10마신 이상의 대차 압승으로 끝났다. 2위도 일본마 글로리아먼디(Gloria Mundi)가 차지했다. 앞서의 상금 14억원이 걸린 7경주에서도 일본마 리메이크(Remake)가 우승, 바스라트레온(
바둑 두는 여자/김주선 한때 프로 바둑이 인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재능이 보이는 진득한 남자애들은 학원까지 보내주었지만, 언감생심 여자애들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어깨너머로 한 수 배운 아이들은 사랑방 전용 반상을 펴고 어설프게 집 짓기 놀이를 했다. 고만고만한 실력인데도 또래들은 행마의 규칙을 알려주는 훈수를 뒀다. 귀(귀퉁이)부터 돌을 놓는 애들은 초가집 정도는 지을 줄 아는 편이고 정중앙부터 포석을 치는 아이는 바둑을 1도 모르는 아이다. 바둑 좀 두는 집안에서는 아이들의 실력과 흥미를 키워주느라 화점 위에 9점을 깔아주고
대구에 있는 갤러리 전은 2023년 9월 12일부터 10월 14일까지 "사물의 보이지 않는 진실" 이상민 초대전이 열린다고 전했다. 9월 14일 오후 3시에 이상민 작가가 참석하여 전시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한다. 갤러리 전 전병화 대표는 초대의 글에서 이번 전시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전병화 대표의 초대의 글사물의 보이지 않는 진실, 이상민 작가의 시리즈는 10mm 독일제 판유리를 이용해서 작업한다. 두꺼운 유리판 위에 뒷면을 인그레이빙 방식으로 음각으로 연마해 조선 시대 백자, 달항아리, 그릇 등 를 표현하는데 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