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타자의 아픔을 응시하다- 월평 작가 이문자

김주선 작가,전문기자
  • 입력 2023.09.14 16:00
  • 수정 2023.09.15 1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간 문예지 『한국산문』 2023.10월호에 이문자 작가의 월평이 실렸다.
2023년 계간지 가을호『 계간현대수필』에 발표한 김주선 작가의 신작「현주를 기다리며」에 대한 월평이다.

타자의 아픔을 응시하다

   『계간현대수필』 2023 여름호 월평 - 작가 이문자

 

타인의 감정과 상황에 공감하여 자신을 일깨우는 감성은 작가가 지녀야 할 필수 자질인지도 모른다. 『계간현대수필』 여름호에선 김주선의 「현주를 기다리며」와 박복임의 「겨울 꽃」을 주목하게 된다. 이들 작품은 타자의 시련을 자신의 아픔으로 공유하면서 스스로를 채근하고 격려한다.

수개월 절필을 선언한 채 “빈둥빈둥 티브이 리모컨을 쥐고 살”던 김주선 작가. “머리를 쥐어뜯어도 내 글은 신선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는 화자는 구필口筆작가 이현주를 만나야겠다는 결심에 백방으로 수소문하면서 잠시 잊었던 그녀를 소환한다. 뇌병변 1급 중증 장애인에 혀로 책장을 넘기며 1,000여 권이 넘는 책을 읽었던 그녀. 자판을 누를 수 있었던 건 펜을 문 입술과 혀, 보조키를 누르는 힘없는 새끼손가락 하나가 전부였다.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시작으로 무수한 문학대회와 공모전을 휩쓸었던 고향 후배 작가로 인해 화자는 작가를 꿈꾸게 되었고, 어쩌면 과수원집 막내딸이라는 공통점이 동기부여를 준 셈이라고 말한다.

  한창 수필의 매력에 빠져 글을 쓸 땐 한 달에 몇 편씩 쓰곤 했다. 단숨에 쓰는 글도 있었고 몇 주 걸리는 글도 있었다. 요즘은 글 한 줄 쓰기도 힘들어 멀쩡한 내 두 손이 부끄러울 정도다 .숟가락도 들지 못하는 손가락 하나로 역기力器같은 절망을 번쩍 들어 올린 것은 문학이었다고 말을 하는 이 작가의 인터뷰는 나를 한없이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내 고향 소혹성에는 간신히 움직이는 손가락 하나와 입술과 혀로 글 농사를 짓는 농사꾼 현주 씨가 살았다. 

    죽음도 누군가의 도움 없인 불가능한 일이며, 양보해야 할 사치스러움이라고 했던 이현주 작가를 회상하며 화자는 ”그녀의 산문 밭에서 얻은 씨앗 한 줌“을 자신의 원고지 칸칸에 심어보겠다며 ”문학적 갱생“을 꿈꾼다. 게으름이 덕지덕지 묻은 손을 씻으며 ”당신 앞에서 절필이라니, 교만을 용서하라“는 작가의 결기가 옹골지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