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기 시인의 첫 시집이 나왔다. ‘시를 생각하며’ 부제는 꽃과 나무, 여행과 삶이다. 꽃과 나무에 대한 시들이 특색있다. 개인적으론 꽃보단 나무에 대한 시가 더 와 닿는다.능소화 시가 좋다. 궁에는 왜 능소화가 많은지. 능소화는 양반집에만 심을 수 있다고 해서 양반화라고도 한다. 꽃말에 명예가 들어가서인가? 능소화 한 여름 더위에지칠 듯 지쳐자꾸만그늘로 찾아드는주황빛 옷소매. 그 옛날연모하는 임금님행여 오실까궁궐 담 너머로넘겨 보다가가까이 하지 못한한으로맺혀져 꽃이 되었다더니. 오늘도 오지 않는님 기다리는궁녀 차림새로목 빼고 긴
서울의 봄 하필이면 오늘이 12월 11일이다.하필이면 오늘 종일 비가 내린다. 겨울에 내리는 비는 처량하지 않고차라리 잔인하기 까지 하다.아픈 과거를 뼈 속까지 잔인하게 파고 들어 결국 가슴을 후벼 파는 비를 내린다. 나의 20대 초반 청춘은 겨울비 만큼이나 잔인했다.대학 초년시절 계엄령이 세 번이나 발동 되었고불행하게도 나는 그 원인을 다 꿰고 있었다.결과는 비겁하게 살아온 나의 고백이다. 1212 하루 전날 '서울의 봄'을 봤다.내내 가슴은 아팠고 울분은 상한가 게이지를 찍었다.그 놈 연기를 해주신 배우 황정민님께 감사드린다.
세 귀 귀를 열어 두세요.소리가 들려야 말을 배울 수 있듯이귀를 열어야 마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듣는다는 것은상대의 마음과 내 마음이 어우러진다는 의미입니다.두 악기가 같은 주파수로 울릴 때소리의 하모니가 아름다운 것과 같은 것이지요. 마음의 귀도 열어 두세요.아픔을 들어주는 사람은진심이 통하는 사람이니까요.마음의 귀가 넓을수록더 많은 좋은 친구가 있는 까닭입니다. 이제 생각의 귀도 열어 두세요.생각이 같은 사람만 만나면 좋겠지만세상은 그렇지 못하니까요.다른 생각을 말하는 사람에게생각의 귀를 열어 들어보세요.더러는 그 사람의 말에
[종이컵 시 01] 돌 한밤중만치십만 개 중끽,한 놈만운다는데 * 메모 : 나 같은 놈은 그 소리 평생 들을 수 없다. [종이컵 시 02] 까마귀 까옥 까옥 까옥 이거나먹으라네 까옥 까옥 까옥 이거나가지라네 햐,똥가이 같은 놈 새까만 눔이많이도 컸다 ㅠㅠ * 메모 : 그대, 언제 들어도 얼마나 듣기 싫은가. 그대, 언제 들어도 얼마나 그리운가. [종이컵 시 03] 병신춤 숟가락들고 추리다바가지들고 추리다부지깽이들고 추리다쪽팔리게더 쪽팔리게 * 메모 : 옛날 우리 공옥진이 누님 병신춤을 추듯, 나 병신 시를 쓰고 싶다,
우화 세상은 언제나 삶과 죽음이 교차 되는 곳이다.엄청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삶과 죽음이 하나인 이유이다.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번데기의 변태가 있어야 한다.껍질을 찢는 엄청난 고통을 이겨 내야 아름다운 날개를 펼칠 수 있을텐데우화는 커녕 나는 자꾸만 나만의 동굴을 판다.우화나 파굴도 하나라는 나만의 변명으로… 나비의 우화는 자유를 찾아가는 희망이기도 하고아름다움을 창조하는 행위이기도 하다.혹은 지구가 지구다워지는 섭리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파굴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이다.세상이 자신 없어 회피하는 짓이
숙제 사랑이라는 구슬을행복이라는 쟁반에 담아 사는 삶은참 좋을 일이다. 사랑이라는 구슬은저절로 우리에게 굴러오지 않는다.저만치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구슬은 존재한다.눈에 보이는 구슬은 없다.우리가 그곳으로 다가가야 한다. 구슬을 손에 넣었다 해도부드러운 수건으로 닦아 주어야 한다.빛을 더하려면 광을 내도 좋겠다.이 세상에 당연한 것이 없듯거저 주어지는 사랑도 없다. 행복 쟁반은 마음의 넓이만큼 그 크기가 다르다.마음 결이 고운 사람의 쟁반은 여러 개의 구슬을 담을 수 있다.쟁반에 잘 닦인, 반짝이는 구슬이 담기면 서로 잘 어울리겠다
산국 가을이 익어 간다.온통 노랑으로 꽃을 피운 산국이매혹의 향기를 내며 피어난다.이 길의 끝은 만추로 향하겠지만여인의 노란 향기는 코끝에 남으리라. 네 진한 향기의 유혹이겨울을 준비하는 벌들의 부지런한 날갯짓으로 남는다.꽃과 꽃 사이를 나는 벌에게는이보다 큰 보시가 없으리니 산길을 거니는 나그네 발길도 만추로 향한다.
만추 해도 저물면 붉어지듯낙엽도 저물어 붉어집니다. 낙엽이 저마다의 꿈으로 떨어지듯저물어 가는 것은 꿈을 꾸는 것입니다. 내일이 오면 저문 해가 다시 뜨듯봄이 오면 꿈들은 초록으로 피어날 테지요. 가을이 저물어 갑니다.
송인관은 1938년 과천에서 태어나 2010년 수필, 2011년 시로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다. 할아버지가 서너 채 집 밖에 없던 과천에 정착한 토박이이며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전쟁을 겪었고 박사와 외교관, 공무원이 많은 집안이다.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이며 과천 율림문학회 회장, 과천문인협회 감사다.제10회 문학세계문학상 수필, 제25회 율목문학상, 한국예술문화단체연합회 예술문화공로표창장, 경기문인협회 문화공로상 등을 수상했다.고목에 돋은 새순, 바위뫼테, 내 고향의 어제와 오
7부 퉤퉤 코로나여빨리가라그리하여 다음과 같은시대 올지니 퉤퉤 1 작은 것들큰 것보다훨씬 더 강한,약한 것들강한 것보다훨씬 더 기쁜,슬픈 것들기쁜 것보다훨씬 더, 잘난못난 것들잘난 것보다훨씬 더 많은,없는 것들있는 것보다훨씬 더 빼어난,못 쓴 것들잘 쓴 것보다훨씬 더 큰 그런 시대 올지니그런 시대 올지니 퉤퉤 2 땟국 좔좔 흐르는 것들이거들먹거리는,챙피하고 쪽팔린 주제들이교만방자한,지질한 게 시들시들한 게야들야들한 것들한테갖은 미움 질시 받는,우둘투둘한 게 꺼끌꺼끌한 게매끈매끈한 것보다 쩸맛없는,존만 한 것들시시껄렁한 것들도외투깃
정 서리가 내렸나 봐요.호박잎이 축 처져 있는 걸 보면 수풀 속에 숨어 있던아직은 덜 여문 호박을 찾았어요. 호박을 갈무리했어요.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두어 달 동안 혼자 꿈꾸며 익어 갔을 것이어요. 소중함은 스스로 소중한 게 아니라그 곁에 있는 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소중한 것 같아요. 호박을 베고 잠시 누웠더니수많은 이야기가 들려요. 여물어 가는 씨앗들이서로의 이야기를 하나 봐요. 지난여름 이야기랑 추워지는 날씨 이야기랑어쩌면 내 이야기도 할 수 있잖아요. 호박을 베고 누운 잠깐의 시간은한여름 저와 호박이 함께 지낸 시간이
발에 대하여 드디어 허리를 편안하게 눕히는 나만의 시간이다. 나의 이야기는 발가락에서 시작된다.하루 동안 나를 지탱해 준 신체의 모든 부분이 발이다.발가락은 보조 부분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오해이다.엄지나 새끼 어느 한 발가락이 없다면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한다. 욕실에서 양치하고 세면을 한다.어제 샤워를 해서 오늘 샤워는 생략한다.마지막 내 행위는 발을 씻는 의식이다. 예수의 세족례는 거론하지 않으련다.변기 뚜껑을 열고 발을 올린다.경건한 마음으로 샤워기를 발로 향하고 발가락 사이사이를 정성껏 씻는다. 하루 동안 내가 지구를
가을은 가을은 비움의 계절입니다.온갖 풍요를 선물한 가을 들녘은휭하니 부는 바람 한 자락으로 답합니다. 산마다 온통 푸름을 선물한 신록은가을볕에 나름대로 그리움 가득한 낙엽이 되어몸뎅이를 스스로 떨굽니다.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입니다.덜 익은 대추마냥 풋풋했던열대여섯 그 애를 생각나게 합니다. 낙엽이 지듯내 인생도 비움으로, 그리움으로가을과 닮아갑니다.
그대 생각 가을이 내려앉은 자리에그대 향한 그리움도 머뭅니다. 선혈 낭자한 핏빛으로 단풍잎이 떨어집니다.잊으려 했던 내 모습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가을은 참 아픈 계절인가 봅니다.
억새꽃 바람이 날숨을 내쉴 때반짝이는 은빛 몸들이 바람결 따라 눕는다. 바람이 들숨을 들이마실 때은빛 몸들은 잇몸을 드러내고 하얗게 웃는다. 하늘에 자기보다 더 하얀 구름이 지나갈 진데아무런 질투 없이 손가락 쫙 펴고 손을 흔든다. 서걱이는 마른 잎들이 속닥거리고손가락 마디 털어 수많은 연등을 날린다. 노을빛 가득한 해거름이 되면반짝이던 웃음이 부끄러운지홍조 띤 얼굴에 추억을 묻는다. 곱거나 거칠거나 바람이 숨결이 되어야만억새밭은 물 만난 고기처럼 춤사위를 펼친다.
6부 언눔이 (2) 얀마, 하고 언눔이가 왔다, 늦은 갈가랑잎에 발목 푹푹 빠지며굵은 박달나무 지팡이 짚고신발엔 방울 달고 뱀 쪼치느냐방울소리 딸랑거리며 왔는데들마루에 앉아 소주 한 병 까더니뭐, 또 약초 얘기부텀 매실, 버섯, 개,벌통은 도둑맞네 산불감시원 떼이네거지반 말아먹었단 거인즉슨, 은행구린낸풀풀 풍기며, 잘난 척은 푸지게 하드람, 언눔이이제 자식들 따위, 시 얘기 따윈 아예 입 밖궁굴리지도 못하게설라컨이스토록, 밤이슬 젖는 터얀마, 아까 소장수 님께 잘해 드려 담장은 헐코성당엔 또 잘 나간나, 요란터니 제풀에애달픈 듯 초
해바라기 그것 봐.내 그럴 줄 알았어. 엄마 말씀 안 듣고해님만 바라보더니 얼굴이 까맣게타버렸잖아. 아침에 나갈 때모자라도 쓰지.썬크림이라도 바르지.
'엄마'라는 말 세상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말말속에 따뜻함이 가득한 말언제 불러도 사랑 가득 담긴 말부르면 괜히 눈물이 나는 말마음 울적할 때 기분 좋아지는 말곁에 없어도 곁에 있는 말포근한 구름에 감싸이는 말언제나 그리움으로 끝맺는 말
남과 북으로 나뉘어진 세계 유일의 민족 분단 국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이에는 다른 나라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용어들이 많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용어가 '비전향장기수'다.'비전향장기수' ....... 민족 분단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이 용어는 국가보안법,반공법, 사회안전법을 위반하여 7년 이상의 형을 복역하면서도 사상을 전향하지 않은 장기수를 일컫는다. 대부분 비전향장기수들은 20년 이상 감옥생활을 했다. 현재 생존해 있는 비전향장기수는 7명이다.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10명이었는데 몇년 사이에 3명이 세
백절불굴의 애국투사인 양희철 시인의 구순 및 시집 '신념의 강자' 출판기념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지난 9월 22일 오후 6시, 정동 프란시스코 회관에서 반미 자주화 통일운동 단체와 양심수 후원회와 전북민주동문회 및 진보단체 성원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시집 '신념의 강자'는 양 시인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작성한 빨치산 추모 시편을 모아 만든 시집이다. 양 시인은 김대중 정권 시절 비전향 장기수들을 석방 시킬 때 마지막까지 37년 옥살이를 마치고 출옥했다.양 시인은 갖은 탄압과 압박에도 구순에 이르기까지 당당하게 투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