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 대하여
드디어 허리를 편안하게 눕히는 나만의 시간이다.
나의 이야기는 발가락에서 시작된다.
하루 동안 나를 지탱해 준 신체의 모든 부분이 발이다.
발가락은 보조 부분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오해이다.
엄지나 새끼 어느 한 발가락이 없다면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한다.
욕실에서 양치하고 세면을 한다.
어제 샤워를 해서 오늘 샤워는 생략한다.
마지막 내 행위는 발을 씻는 의식이다.
예수의 세족례는 거론하지 않으련다.
변기 뚜껑을 열고 발을 올린다.
경건한 마음으로 샤워기를 발로 향하고 발가락 사이사이를 정성껏 씻는다.
하루 동안 내가 지구를 디딜 수 있게 해준 고마움이다.
나의 과오를 버텨 준 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하나가 남았다.
발가락 하나하나 구석까지 발수건으로 정성껏 닦는 일이다.
하루 노고에 대한 내 보상의 마음이다.
작지만 잊고 살기 쉬운 일상에 대한 내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