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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관 시인
  • 입력 2023.11.1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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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내렸나 봐요.

호박잎이 축 처져 있는 걸 보면

 

수풀 속에 숨어 있던

아직은 덜 여문 호박을 찾았어요.

 

호박을 갈무리했어요.

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두어 달 동안 혼자 꿈꾸며 익어 갔을 것이어요.

 

소중함은 스스로 소중한 게 아니라

그 곁에 있는 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소중한 것 같아요.

 

호박을 베고 잠시 누웠더니

수많은 이야기가 들려요.

 

여물어 가는 씨앗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하나 봐요.

 

지난여름 이야기랑 추워지는 날씨 이야기랑

어쩌면 내 이야기도 할 수 있잖아요.

 

호박을 베고 누운 잠깐의 시간은

한여름 저와 호박이 함께 지낸 시간이 압축된 시간인 거예요.

 

그 누군가와 함께 한 시간이 정이걸랑요.

정이 든다는 것은 서로를 향한 관심이걸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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