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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관 시인의 추억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3.11.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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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나무, 자연

     출처 네오딕 출판사
     출처 네오딕 출판사

                                       

송인관은 1938년 과천에서 태어나 2010년 수필, 2011년 시로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다. 할아버지가 서너 채 집 밖에 없던 과천에 정착한 토박이이며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전쟁을 겪었고 박사와 외교관, 공무원이 많은 집안이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이며 과천 율림문학회 회장, 과천문인협회 감사다.

제10회 문학세계문학상 수필, 제25회 율목문학상, 한국예술문화단체연합회 예술문화공로표창장, 경기문인협회 문화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고목에 돋은 새순, 바위뫼테, 내 고향의 어제와 오늘, 나의 문학관, 봄이 오는 길목, 3일간의 시간 여행 등 수필집과 저녁노을, 새벽에 다녀간 사람, 적막 속에 나를 가둬놓고, 오늘 아침, 황혼길, 골목길 등 시집이 있다.

작품 대부분은 가족, 부모님, 사랑, 인생, 친구 주제로 깊은 감동이 있다. 특히 효심이 잘 드러난 시들이 마음에 남는다.

자식이 부모를 보지 않고, 부모가 자식을 돌보지 않고, 우애가 없는 요즘 시대에 많은 울림이 된다.

가족 사랑이 듬뿍 담긴 시들을 골랐고 한글 시처럼 번역 시에 마침표를 하지 않았다.

 

참깨를 터는 아이들

 

구릉진 낮은 산자락에서

흰 수건을 두른 할머니가

올망졸망한 손자들과 깨를 턴다

붉은 잠바에 청바지를 입은

아이는 깻단을 나르고

노랑 잠바에 검은 바지를 입은

손녀는 해맑은 얼굴로 깨를 턴다

 

하얀 광목에 놓인 참깨대는

나뭇가지에 얻어맞아

꼬투리를 열고 깨를 쏟아낸다

 

평생을 빈껍데기로 살다 가신 어머니같이

참깨는 빈 쭉정이가 되어

먼 하늘만 쳐다본다

 

Children Who Shake Off Sesames

 

At low hilly hillside

grandmother wearing white towel

shakes off sesames with her clustered grandsons

 

Child in red jacket and jean

carries sesame bundles;

granddaughter in yellow jacket and black pants

shakes off sesames with clear face

 

Sesame stems placed on white cotton cloth,

getting hit by branch,

opening pods, pour out sesames

 

Like mother who lived empty shell for life and died

becoming empty grain,

sesames stare distant sky only

 

빛바랜 흑백 사진 한 장

 

어머니는 이불속에

미국으로 떠난 막내딸 흑백 사진

한 장 남겨 놓고

 

조팝나무 하얗게 핀

오월 마지막 날

세상을 뜨셨다

 

막내딸

흑백 사진 쳐다보며

속울음 삼키며 그동안

몇 동이 눈물 흘렸을까

 

흘린 눈물 자국

아직도

이불깃에 남아있네

 

흑백 사진 한 장

얼마나 보고 또 보았으면

이렇게 누렇게 바랬고

너덜너덜 피었을까

 

A Faded Mono Photo

 

Leaving under blanket

a mono photo of youngest daughter

who left for United States,

 

on the last day of May

when bridal wreath blooms white,

mother passed away

 

Looking at mono photo

of youngest daughter,

holding back inner cry meantime

how many pots of tears did she shed

 

Tearstain

is still

on blanket

 

A mono photo

how many times did she look,

it is yellowed like this and

is tattered

 

아버지의 삽

 

밭을 일궈가듯이

밭이 논이 우리 형제

키우셔

세상 밖으로

다 보내시고

하얀 아버지 옆

허술한 삽자루

우두커니 서 있네

 

Father’s Shovel

 

Like they grow fields

field and paddy rears

my brothers and

out to world

sends all, and

beside pale father

fragile shovel handle

stands absently

 

첫 시에서 hilly hillside로 라임을 살렸다. bundle은 묶음을 말하고 bunch는 묶여 있지 않다. 여기서는 깻단으로 단이 묶음이니 번들을 썼다.

live empty shell에서 live는 보어를 가진다. gaze 약간 무서운 부정 느낌으로 보는 거라 stare를 썼다.

두 번째 시에서 may away와 and tattered 라임 맞췄다.

세 번째 시에서 field and paddy rears로 부모 느낌으로 단수 처리했다.

밭과 논이 아버지, 어머니를 각각 상징하고 rears를 복수로 하지 않고 3인칭 단수로 함으로써 아버지의 노고, 어머니의 보살핌을 강조했다.

유명한 영시에서도 we is로 쓰기도 한다. we are가 맞지만 we를 여럿이 아니라 우리는 하나다 의미를 위해서다.

번역도 창조다. 필자의 번역은 독특하고 참신하다는 평을 받는다. 문법에만 국한해서 번역하지 않는다. 같은 의미로 sends로 했다. 기르다의 여러 번역이 있지만 s 라임을 위해 rear를 택했고 raise도 있지만 그보단 rear가 기르다에 더 맞다.

밭일하다도 crops fields, work in the field 등 여러 번역이 가능하지만 기르다 의미가 있는 grow로 했다. father field와 슬랜트 라임을 맞추기 위해 fragile을 선택하고 world and 라임을 두었다. they는 사람들 뜻이 있다. stand around, vacantly, blankly, absent-mindedly 우두커니에 대한 여러 영어가 있지만 부재의 의미가 있는 단어를 골랐다.

송인관의 대공원 봄나들이 시에서 떡도 먹고 김밥도 먹고 우정도 먹었다 표현도 좋고, 소주 한 잔에서 무릎이 봄을 몰라보네, 소나무 에서 누가 족쇄를 채웠을까 등 좋은 표현도 많다.

 

골목길

 

세월 참 빠르다

한순간 개발에 사라져간 사람들

바뀐 풍경에 떠오른 낯선 얼굴

나 홀로 남아 거기였다고 짚어보네

함께 놀던 내 반쪽 광식아 죽진 않았지?

별밭을 뛰놀던 옛친구 여전한 별빛

오늘은 초가집 처마 밑 뒤지기가 적당한 밤

참새구이 익어가던 냄새가 그립구나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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