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새들 노래소리 맑고 높게 울려퍼지는 계절다래 머루 층층나무 벚나무 참나무 소나무 낙엽송 아카시 밤나무 물푸레 함박나무서로 어울려 정겹게 흥겹게 사는데사람사는 세상 숲처럼 살지 못할 이유 무엇 있나각세우고 날세우고 교조주의 수정주의 기회주의 진보 보수 좌우 남북 남녀 세대경계 모호하거나 구분할 수 없는 언어들이 마구 춤추고우유부단한 사공 만나 우왕좌왕 갈피잡지 못하던 민주군부독재 끝난 자리 검찰왕국 헌납하자진영 넘나들며 사기 춤추는 적폐들의 현란한 못짓우민한 사람들 더 우민하게 만들고정신 혼미해지고 아깝고 아쉬운 시간
그 남자의 오브제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김주선 사내(社內) 남자 화장실에 있는 소변기가 고장 나 설비기사를 불렀다. 부품을 교체하고 센서 감지기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수선비를 지급했다. 주르륵 물이 흘러내리자 그동안 막혀있던 관이 뻥 뚫린 듯 시원하게 씻겨 내려갔다. 누런 때도 벗겨지고 지린내도 나지 않아 속이 다 시원했다. 성역이나 다름없는 곳을 몰래 훔쳐보는 재미랄까. 오래전에 10유로 이상 되는 입장료를 내고 본 미술관이 생각이 났다. 아마 십 오륙 년은 지난 일일 것이다. 독일에 사는 친구와 단둘이 유럽을 여행하게
연당연화(煙堂煙花) / 김주선 예닐곱 살쯤, 나는 담배꽃을 처음 보았다. 내 키만 한 줄기에 넙적넙적한 잎이 어긋나기로 자랐다. 나팔꽃 같기도 하고 분꽃 같기도 한 길쭉길쭉한 꽃이 우산대처럼 핀 모습이었다. 꼭지를 따 쪽쪽 빨아먹으면 벌들도 좋아할 달곰한 맛이 났다. 짓궂은 애들은 담배꽃 무덤에 둘러앉아 담배 피우는 흉내를 내며 놀았다. 나도 엄마 몰래 꽃을 따 입에 물어보기도 했다. 한여름 연초 밭에 꽃이 피면 일꾼들의 손이 바빠졌다. 예쁜 꽃구경은 사치인 양 가차 없이 꽃대를 베어내 꽃무덤을 만들었다. 서둘러 잘라내지 않으면 영
새는 울지만 눈물 흘리지 않는다꽃은 화려하지만 자랑하지 않는다나무는 흔들리지만 눕지 않는다달은 해보다 밝진 않지만 밤하늘을 지배한다해는 구름에 가리워지지만 원망하지 않는다구름은 있다가 사라지지만 후회하지 않는다산은 높거나 낮지만 갈등하지 않는다강은 낮은 곳으로만 향하니 심신이 편안하다바다는 드넓지만 화나면 무섭다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부는 방향이 있다민중은 힘은 세지만 어리석다어리석은 민중은 사기꾼들의 장단에 춤을 춘다인생은 아무것도 아니고 예술은 보석이다
살아가는 이유 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 드는 것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죽고 싶다고 죽어지는 것은 더욱 아니지만산다는 것은 수많은 죽음의 유혹을 이겨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왜 사냐고 하는 물음에 여러 가지 답이 있겠다.누구는 그냥 산다고, 누구는 죽지 못해 산다고, 누구는 모르겠다고 하는 다양한 답을 들을 수 있다. 내가 사는 이유는 행복해지려고 산다.삶 자체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태어나는 순간 고행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다.판도라의 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희망이라는 것이 행복일지 모른다. 살다 보면 어려웠던 수많은 고민과
코로나가 끝나 간다. 아니 끝났음 좋겠다. 정확히는 코로나19, 코로나는 왕관 모양이란 뜻으로 감기 바이러스에 많다. 일반적으론 문제되지 않지만 사스나 메르스나 이번처럼 치명적일 때 위험하다. 역병을 물리친 처용가를 번역하면서 그처럼 우리도 물리치고 일상을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과 고전 시도 해외로 뻗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향가를 선택했다. 향가는 신라시대부터 고려 초중기까지 내려오는 문학이다. 한자에 한글 발음을 더한 복합구성이다. 뜻이 명확한 한자는 내용에 해당하고 뜻 없는 한자는 한글 발음이다. 전해오는 향가 수는 많지 않으나
헤세의 정원 가는 길 마혜경 송추로 뻗은 길햇살이 칠해진 도로는 들꽃의 환영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돼지를 태운 트럭과 내가 나란히 굴러간다어디로 가는 걸까분홍색 눈동자가 편지를 쓰지만단어가 모자라 갈림길에서 헤어진다 헤세가 있나요그는 오지 않습니다크림을 덮은 베이컨이 정갈하게 누워있다 여긴 어딜까헤세는 없고 정원만 기다리는 나이프와 포크가 승리를 시연하기 위해날카롭게 빛나는 곳
돌국 햇빛 친친암튼 벼논 하늘에비뚜름 긴 목 왜가리 서고 심드렁갸들아 오면찌그러진 살강 냄비에주먹 자갈 여나믄맑비린 또랑물 몇 줌훔쳐다 붓네 냇갈 삭정이 불 활활 휘휘버들캉 다 걷어 내네퉤애오라지퉤 돌만 넣고 물만 붓고가뭄에 땀 뻘뻘갈그치는 웃통 벗고 햐언제 가득 신발 벗고 버럭바가지 마음이야 달겨들어 퍼마시겨갸들 속곳 누덕한 쪼가리 삶아 마시듯병도 씻네퉤눈도 밝데뭐 시작 메모‘개 돼지’는 될지언정 ‘개돼지’는 되지 말아야지. 그러려면 먹지 말아야지. 자지 말아야지. 싸지 말아야지. 듣지 말아야지. 보지 말아야지. 말하지 말아야지.
개미집 연못시장에 해 떨어지고돈 떨어지고런닝구 떨어지고 시 쓰는 또라이소설 쓰는 또라이아무것도 쓰지 않는 또라이 퉤, 다들존만 해 가지구 시작 메모노가리로 뛰던 개미집 시절 막가던 젊음,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빌빌대던 나날, 청자 담배에 절어 술이나 퍼먹던 시대, 날마다 날마다 깔창 한 장씩 날렸지. 아, 우리들 뉘리끼리한 런닝구 시절, 시와 흘레붙던 저 존만한 청춘을 나는 이제야 나한테 바치는구나.
아카시아 오월의 눈부신 찬란함은 말로 다 하기 힘듭니다.계절을 사람에 비유하자면 오월은 싱싱한 청년입니다.이팝나무 소담하게 밥 한그릇 소복이 피우더니아카시아 꽃눈이 서둘러 올라옵니다.오월의 잔치에 그 어떤 향수보다 진한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어릴적 배고플 때 만개한 아카시아꽃을 좍 훑어서 소담하게 먹던 일이 생각납니다.청춘의 싱그러운 처녀가 치열 고른 이를 내놓고 화사하게 웃는 모습같이 꽃이 핍니다.더워지는 날 초저녁에 툇마루에 앉아 뒷산에서 내려오는 아카시아 향기를 선물로 받던 때도 생각납니다.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할 마음이 생기
대한민국 종교인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인물, 동아시아 최초의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책이 출간됐다.100년 전 우리 곁에 왔다가 13년 전 떠난 김 추기경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교훈을 되새겨 보는 책, '우리 곁에 왔던 성자'를 통해 고인이 살아생전 인간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를 만나볼 수 있다. 김 추기경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공동선의 추구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 실천과정에서 불의와의 타협을 거부해야 한다고 역설해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지주이자 인권 옹호자라는 명
시 도깨비 홍두깨니 신발짝이니 빗자루니 고무래니몇십 년 묵으면사람 마음 백히고욕심 백히고 때도 묻어도깨비가 된다던데밤중만치 괜 사람 홀리고방구들장 뽑아 던지고밥숟가락이며 솥뚜껑이며 요강단지며동당이치며 심술부린다던데 글이니 시니 이런 것들도몇십 년 깔짝거리다 보면웬 기쁨에 슬픔에 아픔에 눈물에 콧물에절망까지 쪽쪽 다 빨아먹어 마침내즤 시가 저한테씨름하자 들고 홀리려 들고밤새 쿵쾅거리며 깨부수고 흐트러뜨리고 그러단산내끼로 칭칭 묶듯 묶어 놓곤 노래시키고 얘기시키고난장판을 치는 데야도깨비보다 더하면 더했지퉷퉤,라빗자루니 똥막대기보담도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