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렇구나, 2020 보라, 사람이 아프니 다 아프다하늘도 땅도 나무도 새도 버러지도풀도 돌도 구름도 시간도 강물도식당도 철물점도 올갱이집도이발소도 미용실도 통닭집도 농약상회도튀김집도 구멍가게도 도장집도 자전거포도철길도 들길도 미동산도 임도길도논도 밭도 시골 공소도 비닐하우스도 콩나물공장도 원남이도 월려씨네도 한 반천은 허물어진 빈집도거기 고욤나무도 나뒹구는 장화도아픈 사람도아프지 않은 사람마저도 그러나 이 아픔 지나가면이 시간 이겨 내면 겪어 내면 하늘도 돌아오고새도 나무도 바람도 구름도덩달아 돌아오고낮과 밤 아침과 노을 어둠
1 윤기로 번들거리는 검은 말이 갈기를 휘날리며 선두에서 질주하고 있었다. 그 기세가 마치 바람의 기류를 타고 날아가는 독수리 같았다.선봉장 고문세(高門世)가 칼을 높이 치켜든 채 질주하는 말의 옆구리에 박차를 가하며 외쳤다.“최고 속도로 달려라. 뒤처지는 놈은 이 칼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두두두, 두두두두!수천을 헤아리는 기마군단의 말발굽 소리가 들판을 가득 메웠다. 둥, 둥, 둥, 둥!기마군단 뒤에선 대장군 고선지(高仙芝)가 이끄는 당나라 원정군 본대의 북소리가 지축을 흔들었다. 멀리 탈라스(Talas: 잠블) 성이 아스라하게
초록이네 마을 새벽 이슬에새싹들이 초록 초록 아침 햇살에 나무들이 초록 초록 훈훈한 바람 불어씨앗들도 초록 초록 초록이네 잔치에꽃들이 하하 호호
귀촌 2 나라는 사람아름다운 가재골에 참으로 민폐입니다빈둥빈둥 놀면서여전히 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억지 시 치장 시 거짓 시 쓰기를 일삼으니진종일 약 주고 거름 내고 가지 치고풀 뽑고 꽃 따고 해서 지친 분들께늘 죄짓는 마음입니다어느 날 조금이라도 보속이 될 수 있을까가재골 삼류 시인으로서활동 수칙 몇 가지를 주렁주렁 정합니다남들 땀 뻘뻘 흘려 일할 때논둑 밭둑 가로지르지 않고깔깔 크게 소리 내어 즐거워하지 않고미카엘라와 둘이 붙어다니지 않고적어도 대여섯 걸음은 떨어져 다니고털끝만큼이라도 거들먹거리지 않고요란 떨지 않고 특히
참혹한 추위 속에서 부풀어 오르고 올라 터질 것같던 빙벽손만 대면 쨍그랑 깨질 것처럼 팽팽하더니산들산들 봄바람 나긋나긋 따뜻해지는 햇살에긴장 끈 놓으며 마구 녹는다계곡 바위에 기대어 영원히 꽁꽁 단단하게 버틸 것같던 빙벽달려오는 봄의 아우성에 놀라방울방울 눈물 흘리더니 어느새 쪼르륵쪼르륵 물줄기로 변하는구나부정한 권력이 거짓으로 사실을 은폐하고 진실과 정의를 짓누르는 동안에도햇살과 바람은 뜨거워져 빙벽을 녹인다누구의 죄는 먼지처럼 가벼워도 천근만근 무거운 처벌을 받고누구의 죄는 엄중한데도 깃털처럼 가벼운 처벌을 받
또 봄이다. 또 그림이다. 봄도 설레고 그림도 설렌다. 제11회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를 기대하며.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283홀에서 4월 8일부터 10일까지다.여전히 수작들인 B-5 갤러리 봄 부스가 기다려진다. 양정진의 산책나온 펭귄가족들이 귀엽다. 제목은 LOVE2(펭귄가족)이며 65.1x50cm, woodcut, acrylic on wood, 2022 신작이다.One moment in time 이미근 작가 작품 제목이다. 45.5x53cm, oil on canvas, 2021제작이고 150만 원이다. 동백꽃 휘날리며~~우리 앉
미디어피아 소설가 엄광용 전문기자가 연재하던 '대하소설 광개토태왕'을 작가의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연재를 중단한다.이후 엄 전문기자는 새로운 소설 '검은새의 춤'이라는 무협 형식의 소설을 미디어피아를 통해 다시 연재하기로 했다.
어떡하지? 나도 모르겠어.네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아.그러다가도 문득 문득 네가 생각나. 푸르던 날에는우리 함께 푸르렀는데..함께 마시는 공기는 신선했고함께 쬐던 햇살은 따뜻했는데.. 기억이라는 한계점이 있는 줄 모르고살아가던 청춘이었나?존재하는 모든 일들은변하지 않을 것이란 어리석음이었나? 그땐 참 풋풋했지.빰을 스치던 바람마저 좋았으니까.모르는 아이의 웃음은 나를 향한 응원이었으니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너랑 함께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었으니까. 너무 사랑해서 너무 아픈 걸까?너무 아파서 생각조차 하기 싫은 걸까? 어떻게
늙은 광부 한상림 그는 날마다 노다지를 캐러 간다큰 애야, 얼렁 와 금 캐러 가자갱도를 빠져나오지 못한 석탄 같은 시간의 촉수정지된 캄캄한 기억들이어둠 속에서 그의 머리채를 잡아끈다곡괭이 삽질소리가 그의 심장을 조아 대면이따금 어둠 속에서 전동차 바퀴소리 굴러오고혼자만 아는 구석에 숨겨 둔 은밀한 금덩이를 캐러매일 아침 치쿠호오 탄광으로 간다고물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엇나간 재생음처럼잃어버린 시간들이 자꾸만 노인을 끌고 다닌다.어눌한 삶의 흐릿한 기억들그는 아직 치쿠호오 광산 광부로 살고 있다매일 아침, 전화기에 대고 아들에게 외치
주름 한상림 검버섯 핀 노모 손등에 이랑이 생겼다할머니 손 왜 이래,쭈글쭈글 밀리는 손등을 만지며증손자가 두 눈을 휘둥그레 치뜬다 아가야,이게 바로 사랑이란다사랑은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누군가를 많이 쓰다듬을 때무언가를 듬뿍 퍼주고 싶을눈금처럼 조금씩 자라나는 거지 할머니와 증손자 사이사랑이 자라고 있다 Wrinkles 번역 최용훈 On the spotted back of an old mother’s hand are the furrows seen.What happened to your hand, granny?Touching
귀촌 1 안양은 다 접고 접자 마자떴지요우리겐 여기가 딱이구료길쭉하고 비스듬한 가재골 집강아지 두 마리 머루랑 다래랑 이름 붙이고읍내 철물점 농약상회 들러낫 호미 괭이 삽 등속 갖추랴배롱 매실 앵자두 석류 연산홍서껀사다 심으랴, 오명가명봄빛에 원, 쑥스럽구료 하나부터 열까지이 동네분들 가르침 되우 좋아하시니가지 심다 혼나고 열무 심다 혼나고오죽하면 불 때다 혼나고시골살이 깨치기 어려워 심는 족족 다 죽고 마네에구머니나, 또 밤 오줌 누나베? 이웃 두보 할멈까지훌떡 벗공 마당귀 텃밭에 쫄쫄 거름하니올 물외 한번 달겄고나 거, 인심 한
병신춤 1 그딴 춤이야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에장소팔이 성님처럼 추면 되지옥진이 누님처럼 추면 되지장에 소 팔라 가듯이아니면 봄날 비탈에 뚝방에이른 쑥 캐드키 밭두럭 타고 오줌 누드키후여후여 다릿간이란 다릿간마다다 찾아가 추리다역전이란 역전마다 다 찾아가 추리다아니야아,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고그래애이, 나는 자 위에 기는 자 있다더라병신스러이 병신스러이 추리요접시 물에 코나 박고 칵 빠져 죽어 버릴라아프게 아프게 추리요공갈로 아주 공갈로이쁘게 이쁘게 추리니헤프게 헤프게 추리니우리가 말이요양재기 들고 추리다바가지 들고 추리다부지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