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였는지 일반 시내 버스였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비좁은 버스에 옹기종기 낑겨 앉아 노래를 부르며 소풍을 떠났다. 첫 노래는 교가였다. 앞부분은 기억이 안 난다. 뒷부분, 그러니까 후렴만 기억난다. “혜화, 혜화, 혜화, 하늘과 땅과 나라의 은혜로 우리는 변함이 없구한다.” ‘없구한다’가 무슨 뜻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아마 ‘없으련다’라는 뜻일 것이다. 김밥과 사이다와 삶은 계란을 가지고(어떤 애들의 가방에는 바나나도 있었다) 학교 밖으로 멀리 나간다는 것만으로 들떠서 아이들은 자못 씩씩하게 노래했다. 교가보다 더욱 씩씩하게
'존엄'([尊嚴)........국어사전에 검색하니 인물이나 지위 따위가 함부로 범할 수 없이 높고 엄숙하다고 나와있다. 뭔가 와닿지 않고 막연하다. 그럼 임금이나 고위 관료 등의 출세하신 분에게만 붙일 수 있는 단어이고 일개 서민, 백수, 하층민은 존엄하지 않다는 뜻인가? 북한의 어떤 치에게 가져다 붙이는 최고존엄이네 뭐네 하는 인간 추종과 우상화가 연상이 되어 콧방귀만 낀다. 괜히 상대적 열등감의 발로로 삐딱선을 타는 게 아니라면 신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인간은 전부 존엄하다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는가? 영어로는 dignity
삭풍이 몰아치는 12월 14일 월요일 저녁, 일신홀에서 열린 박정은 작곡발표회의 첫 곡은 피아니스트 Jared Redmond의 위촉으로 작곡되어 올해 2월 미국에서 초연된 (2020, 국내 초연)였다. 복잡한 장단을 가로지르는 기교적인 발짓에서 영감을 얻은 이 곡은 서양의 탭댄스와 같이 현란한다. 발걸음의 음형들은 빠르고 날카롭다. 그 파편들은 온 사방으로 흩뿌려지며 한 번만 찌르지 않고 페달을 통한 잔향과 울림으로 연속적으로 쑤셔진다. 발표회의 유일
12월 7일 월요일 오전 11시 천주교 사제단 3,951명이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하였다. 전직 기자인 정영화씨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였다. 제도권 언론은 현재까지 보도하지 않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천주교 사제단의 시국선언문 전문을 아래에 전재한다.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천주교 사제· 수도자 3,951인 선언1. 잠잠히 고요하게 지내야 할 사제와 수도자들이 이렇게 나선 것은 숱한 희생과 헌신 끝에 이룩한 우리의 민주주의가 또 다시 갈림길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이 순간 많은 사람들이 ‘검
당신은 자동차를 운전해본 경험이 있는가?자동차 운전은 하나의 행위로 보이지만 다수의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다.먼저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여러 인지능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속도조절을 하는 동안 브레이크와 엑셀을 수시로 밟아야 하고, 변속기를 교체해야 한다. 전방주시와 함께 앞과 좌우에 달린 반사경을 보면서 도로상황과 신호등을 살피면서 혹시 모르는 돌발 상황에 곧바로 대처할 준비를 하면서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폴리매스 역시 인생이라는 각자 자동차의 운전대에 앉아 시동을 걸고, 브레이크
현대적인, 현대적이라는 영어 단어의 Contemporary에서 유래한 듯한 의 창단, 첫 번째 발표회가 12월 6일 일요일 오후 7시 30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작은마당에서 열린다. 중앙대학교와 영국런던왕립음악원 출신들 중 대전 & 충남을 거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들이 한데 모였다.중앙대를 졸업하고 현재 중앙대학교 교수로 있는 이재문의 로 포문을 연다. 파울 클레(Paul Klee)의 시화(詩畫)
2018년 11월, 아힘 프라이어의 연출로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바그너 (Der Ring des Nibelungen)중 첫 번째인 (Das Rheingold) 공연비평은 시기적으로는 늦은 감이 있지만 공연비평의 활성화와 공론화란 의미에서 몇 자 적는다.바그너의 음악극 니벨룽엔의 반지는 게르만의 기사도 문학인 니벨룽엔의 노래를 토대로 하여 바그너 자신이 직접 모든 각본을 쓰고 작곡한 작품이다. 바그너 필생의 역작으로 무려 28년에 걸쳐 작곡되었으며,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원장 김양순)는 ‘KICA 산업카운슬링사업단’ 출범을 위한 발대식을 11월28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대식은 코로나19 정부 방역관리지침의 철저한 준수로 외부인사는 초청없이 축하 메시지로 대체하고 내부인사만으로 진행한다. KICA 산업카운슬링사업단은 최근 사회와 직장에서 사람존중의 이념으로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산업카운슬링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일하는 사람과 조직을 지원할 목적으로 출범한다.이날 발대식은 김양순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 원장의 개회인사, 조화건 총괄단장의 취지선언, 이정문 대외협력단장
안양시가 2021년도 본예산 안으로 1조5천426억원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올해 본예산 1조5천662억원 대비 1.5%가 감소한 액수다.일반회계는 1조2천475억원으로 618억원 증가한 반면, 특별회계는 2천951억원으로 854억원이 감소했다.일반회계 재원 중 자체수입은 지방세 4천100억원, 세외수입 560억원으로 4천668억원이며, 국도비 보조금 등 의존재원은 6천699억원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20일 열린 시의회 정례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며 스마트행복도시 건설에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했다.내년도 예산안은 ►시민주
미술에 조예가 깊은 국회의원의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보고 관심이 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거리가 가깝거나 교통 편이 편한 장소도 아니어서 언젠가 한번 들러야겠다 벼르고 있다 올가을의 끝을 조금이라도 잡고 싶은 열망으로 찾아 나선 양주로의 여정,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서 동부간선을 타고 가다 의정부로 빠질 것이냐 아님 강변북로를 타고 고양을 우회해서 갈 것이냐 아님 이도 저도 아니고 서울 통일로를 관통, 삼송과 일영으로 빠질 것이냐 고민하다 동부 간선-의정부 경로를 택했는데 내비게이션이 자꾸 오류가 나는 바람에 헤매기만 했다. 차라리
1막의 무대가 되는 로마의 성 안드레아 델라 봐레 교회의 내부. 이 교회의 성모상을 그리는 화가 카바라도시와 성당지기의 모습엔 최근 프랑스 니스에서 발생한 무차별 혐오 범죄가 연상되었다. 모든 인간사의 고통을 잊고 지극히 평화롭고 신과의 영적인 만남의 장소가 되어야 성당 내부가 혈흔이 낭자한 살육장이 되어버려 충격을 주고 있다. 푸치니의 토스카도 짧지만 강렬한 전주곡에 이어 정치범 안젤롯티가 성당으로 도망쳐 오는 걸로 시작한다.이제는 낯설지가 않다. 지난 7월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 방문하게 된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은 서구식 대형
구로문화재단·서울오페라앙상블은 공동기획으로 오는 10월 30일(금)부터 31일(토)까지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에서 푸치니 걸작 오페라 ‘토스카’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2020년 서울문화재단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의 선정작이며 올해로 5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구로문화재단과 서울오페라앙상블의 ‘공연장-예술단체’의 윈윈 협업 프로젝트다.푸치니 3대 오페라 중 하나이자 드라마틱의 정수 토스카는 긴박감 넘치는 극과 음악의 완벽한 결합으로 베리스모(사실주의) 오페라의 최고봉으로 일컫고 있다. 토스카 역에 소프라노 오미선 & 조현애,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 장림 깊은 골로 /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요즘 핫한 판소리 밴드 '이날치'가 부른 의 노랫말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한 케이팝 아이돌 가수 레드벨벳의 컬래버레이션을 소개하니 학생 중 한 명이 이날치 밴드가 연상된다고 소개했다. 범상치 않은 복장으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동서양의 조화이자 이상적인 컬래버레이션의 전형을 보는 거 같아 눈이 번쩍 뜨였다.'조선 힙스터' 밴드라고 불리는 이날치 밴드는 전통적인 국악 판소리와 현대적인 음악 스타일의 퓨전을 시도하며 2019년
강릉시는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대응하기 위하여 주민수요와 지역특성을 반영한 강릉형 뉴딜 종합계획을 수립하였다. 강릉형 뉴딜은 한국판 뉴딜에 대응하는 사업을 발굴하여 정부의 예산확보 및 각종 뉴딜관련 공모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도록 4개 부문 12개 분야 95개 과제로 구조화하였으며, 2025년까지 1조2,340억 원의 투자를 통해 83,000여 개의 공공 및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 견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도에 2,6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4개 부문은 IT를 기반으로 미래산업과 행정혁신
[미디어피아] 황인성 기자= 축산산업과 경마산업 종사 단체들로 구성된 축산경마산업 비상대책위원회(회장 김창만)가 10월 19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온라인 마권발매’의 조속한 입법과 농림축산식품부장관·한국마사회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경주마 생산농민과 경마산업 종사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생존 위기에 놓인 국내 말산업 현실적인 대책 마련은커녕 대안으로 여겨지는 ‘온라인 마권 발매’ 추진마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농림부와 한국마사회를 규탄하는 자리였다.오전 11시부터 농
강릉단오제전수교육관은 월드뮤직그룹 디에보의 ‘다르고 아름다운(Différents at beaux)’ 공연을 오는 16일(금) 19시에 강릉단오제전수교육관 공연장에서 온라인 유튜브 중계로 개최한다. 이번 공연단체 디에보(Diebo)는 ‘différent et beaux(다르고 아름다운)’이라는 뜻을 지닌 프랑스어의 합성어로 재즈, 일렉트로닉, 국악 그리고 아프리카 전통음악 등 다름 속에서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조화를 연주하는 월드뮤직 그룹이다.드럼의 오종대(드럼)를 필두로 원영조(신디사이져), 김성수(콘드라베이스), 시나(보컬&기타),
경기도가 디지털 정보 표준화를 통해 정보 접근과 활용의 선두 주자로 나선다.이재명 경기지사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라는 글을 올렸다.이 지사는 지식과 정보를 폭넓게 활용하는 사회가 되어야 발전한다고 전하며 그러기 위해 어떤 기계와 프로그램에서도 정보를 읽을 수 있도록 디지털 정보의 표준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현재 경기도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문서 작성 프로그램은 특정 프로그램에 종속되어 개방형 문서표준포맷(ODF)와 어긋나며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모바일 시대에 사
오페라의 필요성과 존재 이유? 오페라라는 외형 속에 우리 사회의 본질을 파악하고 우리 민족의 정서와 공감대, 시대상을 담아내 지나치게 짧은 현대의 유행과 세태에 강한 면역력을 가진 감성과 이성, 육체와 영혼이 조화를 이룬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성장과 행복의 원천이기 때문이다.아직도 구독을 하지 않으셨나요? [성용원의 음악살롱]은 여러분의 구독과 사랑 그리고 후원으로 운영됩니다.영상 보시고 맘에 드셨다면 구독 꼭 눌러주시고 아래 후원에 동참해 주셔야지 미디어피아에서만 보고 들을 수 있는 양질의 클래식 음악콘텐츠를 계속 공급할 수 있습니
추석 당일 저녁에 열린 리움쳄버오케스트라 오작교 프로젝트 음악회는 한가위를 맞아 온 가족이 모여 차례하고 성묘 지낸 후 마을 장터에 가서 명절을 즐기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재현이라도 하듯, 경복궁, 민속촌 또는 테마파크에 온 듯한 축제였다. 바이올린 협연부터 첼로 2대, 유포니움 2대에 사물놀이 그리고 라틴 댄스까지 추석 저녁 한가위의 풍성한 마당처럼 프로그램이 가지각색이었다.서로 다른 성격의 대상을 하나로 합한 혼합은 여러 유형이 파생된다. ‘경합하다’의 뜻을 지닌 라틴어의 동사 콘체르타레(concertare)
[평화철도 목요 특별대담 27] 미국의 전쟁범죄와 한반도 평화의 조건 9월 17일 오후 3시 광화문 교보생명 노동조합 회의실에서는 평화철도 제27회 목요 특별대담이 진행되었다. 이날 진행은 (사)평화철도 정용일 사무처장이 맡았으며 AOK(Action Oe Korea)의 정연진 상임대표와 김은희 공동대표가 출연해 ‘미국의 전쟁범죄와 한반도 평화의 조건’이란 주제로 대담을 나누었다. 아래는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AOK에 대한 소개... 정연진 상임대표> “통일운동단체 중에 유일한 영어 이름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진행자: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