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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15] Critique: 리움챔버오케스트라 오작교 프로젝트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10.0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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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저녁, 한가위 마당 같은 각양각색의 혼존과 혼합

추석 당일 저녁에 열린 리움쳄버오케스트라 오작교 프로젝트 <La Danse> 음악회는 한가위를 맞아 온 가족이 모여 차례하고 성묘 지낸 후 마을 장터에 가서 명절을 즐기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재현이라도 하듯, 경복궁, 민속촌 또는 테마파크에 온 듯한 축제였다. 바이올린 협연부터 첼로 2대, 유포니움 2대에 사물놀이 그리고 라틴 댄스까지 추석 저녁 한가위의 풍성한 마당처럼 프로그램이 가지각색이었다.

이현주 작곡의 '노리'

서로 다른 성격의 대상을 하나로 합한 혼합은 여러 유형이 파생된다. ‘경합하다’의 뜻을 지닌 라틴어의 동사 콘체르타레(concertare)란 단어에서 유래한 협주곡은 문자 그대로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양립되어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융화되면서 하나의 온전한 유기체가 형성된다. 즉 1+1=2이면서 1도 되는 기악 양식이다. 성악곡의 반주를 살펴보자. 단순한 노래, 즉 합주의 솔로 주자를 보조하는 데에 그치기도 하고 아님 반주부가 독자적인 기능을 수행하여 하나의 복합체로서 가공되기도 한다. 각각의 영역과 특성이 충돌을 일으킬 수 있고 그 충돌로 인해 기대치도 않은 결과가 창출되기도 하지만 현 수체에 따라 장르 간 융복합은 자연스러운 섞임이 관건이다. 악기와 연주 형태 상의 분류 말고도 무용과 연극, 음악, 기술, 필름 등 타 장르 간의 융합은 도처에 널렸다. 기능적 욕구를 충족하는 기능 음악상의 접근은 음악이 일정한 <기능>이나 <목적>을 채우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중요하다. 장르는 일정한 일을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따라서 좋은 음악과 기법적으로 훌륭하냐에 따른 판단 기준은 얼마나 작곡된 곡이 그 목적이나 기능을 채우느냐 채우지 못하느냐에 있다. 즉 지금 연주되는 음악이 춤을 추기 위해 얼마나 적합하고 노래를 부르는데 얼마나 최적이냐는 관점이다. 결론적으로 자연스러운 조화에 도달하는게 최종목표다. 

김은혜 작곡 Danse des Animaux(동물의 춤)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피경선(좌)
김은혜 작곡 Danse des Animaux(동물의 춤)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피경선(좌)

소리의 질량과 증폭, 공간과의 밸런스 등을 감안하면 사물놀이, 풍물패는 야외에서 하는 놀이다. 일정한 양식과 틀보다는 연주하면서 절로 흥이 돋아나고 즉흥적이다. 민속촌이나 장터에서 '곡예'와 함께 딱 적합하다. 우리 한국인 특성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막춤, '막'이란 접두어는 꾸밈없고 투박한 지극히 한국적인 양식이다.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는 허튼춤이 양식화된 서양의 춤과는 엄연히 시작점부터 다르다. 우리 군악대가 외국에 초청되어 외국인들 앞에서 야외무대에 단 8-9분으로 여러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혼합한 형태의 공연에 서양 관객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우리 시골 할머니들을 초청하여 무대에서 몸이 움직이는 대로 막춤을 추게 하여 프랑스 파리지앵들을 놀라게 한 한류의 근원은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이 막 섞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적이고 창조적인 조화다. 배경의 역할을 충족시키는 음악, 북을 치는 사람이나 보고 있는 사람이나 같이 무아의 경지에 빠져들게 만드는 현란한 두드림의 타악, 농악대 상모돌리기에 비보잉까지 뭔가 자유로운듯하면서 질서가 있고, 슬픔과 기쁨과 환희와 위트가 뒤섞여 있다. 그리고 음률과 춤선이 너무 아름다우며 모든 게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으며 평등하게 버무린다. 우리네 비빔밥 같다. 따로 놀지 않는다.

이상적인 창조적 융합에 대한 전제조건은 융합의 대상이 되는 분야에 대한 확실한 이해과 학습이다. 서로 다른 요소의 어설픈 배합으로는 사회적, 미적 영역의 구분은커녕 자가당착에 불과하다.무대 위의 타악과 시각적인 퍼포먼스와 전혀 별개로 음악이 진행되고 고려되지 않는다면 오케스트라라는 서양양식의 연주 형태는 존재가치가 희박해진다. 당위성이 형성, 그건 음악 스타일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양식이든 장르든, 기법이든, 동서양이든 따로 국밥, 겉도는 것만큼 부자연스러운 게 없다. 어차피 이상적인 혼합을 추구하고 거기에 근접해야 하는 건 대한민국 작곡가들의 평생의 과제겠지만 그걸 다시 고민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김은혜 작곡 <La Danse for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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