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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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탐방기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0.11.2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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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조예가 깊은 국회의원의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보고 관심이 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거리가 가깝거나 교통 편이 편한 장소도 아니어서 언젠가 한번 들러야겠다 벼르고 있다 올가을의 끝을 조금이라도 잡고 싶은 열망으로 찾아 나선 양주로의 여정,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서 동부간선을 타고 가다 의정부로 빠질 것이냐 아님 강변북로를 타고 고양을 우회해서 갈 것이냐 아님 이도 저도 아니고 서울 통일로를 관통, 삼송과 일영으로 빠질 것이냐 고민하다 동부 간선-의정부 경로를 택했는데 내비게이션이 자꾸 오류가 나는 바람에 헤매기만 했다. 차라리 장흥유원지 간다고 코스를 잡았으면 훨씬 편했을 건데... 장욱진미술관은 그런 곳에 있지 않고 장흥 좀 더 안쪽에 있을 거라 여긴 필자의 판단 미스였다.

도대체 장욱진을 기념하는 미술관이 왜 장흥에 있지? 유럽풍의 고성이나 풍차처럼 멋있어 보이는 것들을 조잡하게 복제한 키치(kitsch)로 넘쳐나는 유흥시설과 러브호텔이 먼저 연상되며 고풍스럽고 고적함과는 거리가 먼 장소일 뿐더러 장욱진이 살았던 덕소나 수안보, 용인 마북리 같이 장욱진이 살고 화실이 있던 곳도 아니지 않는가! 양주시와 장욱진 미술문화재단(장욱진이 타계하기 전 살았던 용인에 위치한)이 협력하여 만든 경기북부 최고의 국공립미술관으로 2014년에 개관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화가 장욱진의 호랑이 그림 <호작도>와 집의 개념을 모티브로 최-페레이라 건축에서 설계하였으며, 중정과 각각의 방들로 구성된 독특한 미술관으로 2014년 김수근 건축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대지면적 6,024㎡와 연면적 1,852㎡에 이르며, 전시실을 비롯하여 영상실, 강의실, 아카이브 라운지 등 복합적인 시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장욱진의 호랑이 그림 '호작도'를 모티브로 한 미술관 건물

미술관 옆 하천을 끼고 조성된 조각 공원은 개표하고 들어오자마자 탁 트인 조망을 선사하며 장흥이라 하면 연상되는 선입견을 대번에 타파시킨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은 조각 공원 내에 구성된 '키즈존'과 '현대조각'으로 공존하면서 서로 조화를 이룬다.

개찰구를 통과하고 문을 열면 시야에 들어오는 탁트인 전경

12월 13일까지 장욱진 서거 30주기를 기념하여 전시 중인 <강가의 아틀리에>는 1975년 민음사에서 발간한 장욱진의 그림 수필집 제목이기도 하다. '강가'는 장욱진이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 머물려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매진하기 시작한 남양주 덕소라는 지명이자 '자연' 전체를 의미하며 아틀리에, 즉 작업장이다.

"자연은 나의 화실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체면과 권위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며 근대화를 통해 파괴되어가고 소외되어가는 자연과의 동화를 평생 꿈꿨던 장욱진이 1990년에 선종하였기에 동구원의 붕괴 이후 급속화된 세계화를 경험해 보지 못한 건 천만다행이다. 황금만능주의와 인간의 브레이크 탐욕은 장욱진이 살았던 때보다 더욱 가속화되어 나만 잘되면 된다는 극단의 이기주의로 치닫고 '나' 아니면 모든 걸 파괴하는데 이르기 때문이다.

자연은 전통적으로 인간이 만들어 낸 다양한 개념을 대신하고 포괄하는 은유이자 해석된다. 우리 눈에 보이는 나무와 숲만 자연이 아니다. 인간만으로 구성된 사회와 비인간만으로 구성된 자연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과 비인간이 결합해 삶을 영위해 왔는데 자연과 사회를 이분법으로 보는 비가시회로 인해 대규모 성장이라는 근대화가 이루어 내었는데 인간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선 비 인간적인 모든 사물을 소비하고 탕진하는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로 자연을 경시한 결과 작금의 지구적 생태 위기와 팬데믹 재앙에 몰려 있다. 장욱진은 이미 20세기 후반에 '개별'과 '특수'에 대한 억압을 경계하는 삶을 살았고 급진적인 성장 추구화로 파괴되고 소외되는 모든 것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고 "나는 심플하다"라고 외치며 사물의 근원과 정신적 본질을 추구했다.

2층의 전시실을 둘러보다 <나날이 좋은 날>이라는 글과 그림에 눈길이 확 쏠렸다. "앞으로 보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표현하는 말이 무엇입니까?" 이 무슨 한가로운 질문이란 말인가!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300명을 돌파하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어 다시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활고를 겪고 이제는 무증상 전파자에 코로나 확산이 특정 집단과 부류에만 일어나는 게 아닌 일상으로 깊숙이 침투되어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못한 와중에, 내가 아무리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고 해도 감염과 무관하지 못한 불특정, 불투명의 일분일초가 불안한 상황에서 보름 후라니.... 괜히 심통이 나고 부아가 나려는 찰라, 답은 '나날이 좋은 날'이라고 한다. 그래! 어찌 되었든 삶은 계속되고 난 살아있지 않은가. 이 순간, 이 자체가 감사요 행복이요 나날이 좋은 날의 연속이라는 다독거림이다.

장욱진의 단순성은 "그리면 그만이지"라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 "나날이 열심히, 행복하게 살면 되지"라고 바꿀 수 있다. 나 같은 작곡가에게 적용하면 "쓰면 그만이지" 연주자에게는 "연습하면 그만이지"라는 어쩌면 가장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인 삶에 대한 자세이자 일상의 영위다. 문을 열고 들어와 실제 작품을 감상하고 조각 공원을 거닐다 보면 입구 전의 장흥이라는 속세도 달리 보인다. 낙엽 떨어지고 쓸쓸한 늦가을의 정경과 장욱진의 그림, 나무가 묘하게 오버랩되면서 다 이뻐 보인다. 미술관 옆은 행주대첩의 영웅 <권율 장군 묘>까지 이어지는데 권율 장군이 누워있는 미술관 뒤산 이름이 개명산이라고 한다. 開明? 밝게 눈이 열린다는 뜻이다. 정말 산 이름을 듣고 눈이 번쩍 뜨였다. 세상의 번잡과 코로나의 공포까지 품을 수 있는 나만의 고요를 담고 간다.

미술관 오솔길로 연결된 권율 장군 묘
미술관 오솔길로 연결된 권율 장군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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