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떨어진다고 슬퍼하지 말자떨어지는 것이 어디 꽃잎 뿐이랴너와 나의 가슴 속 응어리들도 절망 속을 헤메다견디고 또 견디다 결국은 떨어지나니세상은 버티는 사람들의 몫이 되고방향 잃은 정치 속에서 사대와 매국이 판치고연기 잘하는 사람들만 유능한 정치인이 되는 시절꽃봉오리로 맺지 못한 희망들이 어깨동무 하고 울 때선택적 수사가 칼춤을 추면진실과 정의가 댕겅댕겅 잘려나가고치미는 분노를 삭이고 또 삭이다가분신으로 항거하는 서글픈 꽃잎힘센 권력도 10년 버티기 힘들고아름다운 꽃도 10일 버티기 힘드나니꽃잎 떨어지는 나무
고 김금수 선생의 묘비제막식이 지난 30일 오전 11시 마석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고인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관심을 가졌던 ‘이재유 선생 기념사업회’의 출범일에 맞춰 성사됐다. 제막식에는 고인과 친분이 두터웠던 노동운동가와 유족 등 40여 명이 참여했다. 여는 말씀에서 박중기 고문(추모연대)은 “70여 년을 함께 살아온 고향 친구이자 동지가 먼저 떠날 줄은 몰랐다”며 “혹시라도 고 김금수 선생이 열어놓은 길이 옳다는 생각이 들면 기억해주시고 그 인격을 전파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부탁했다. 고인이 이사장으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67(전쟁의 강풍)본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는 기능인가! 시신경과 뇌신경은 얼마나 유기적으로 잘 엮여 작동하는가!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수록 변화하고 새로운 전경들의 시시각각 변하면서 혼자 9개월 넘게 걸어도 전혀 외롭거나 심심할 틈이 없다. 엄청난 양의 빛과 공간이 눈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와 뇌신경의 사이사이에 저장된다. 나는 마치 치매예방에 좋다는 두 그림 사이에 다른 곳은 찾는 듯 자세히 관찰하며 이 마을 저 마을을 지난다.빨간 기와집들과 창문 안에 서성이는 여인의 그림자,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무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66(판문점 선언은 겨레의 나침반)또 하나의 산을 오르내리며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로 가면서 5년 전 오늘 한반도에 찾아든 평화의 봄을 회상한다. 그때 나는 인류 최초로 아시럽대륙을 성공적으로 화석연료의 도움 없이 오직 두 다리의 힘만으로 거의 완주를 하고 베이징 근방을 달리고 있었다. 나는 평화의 올리브 가지를 입에 물고 판문점을 통과 하여 광화문에 도착하는 평화의 상징적인 인물이 될 꿈에 부풀어 있었다. 노영민 주중대사는 대사관에 초대하여 남북연락사무소가 설치되면 나의 북한통과를 의제로 상정하겠다고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65(오흐리드 호에서 혁명을 꿈꾸다.)알바니아는 옷장 뒤에 숨겨진 비밀의 다락방 같은 나라이다. 이 유럽의 수수께끼 같은 나라는 독재자 엔베르 호자가 40년간 통치하면서 외부세계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되었다. 그의 사후 1985년 이후에 서서히 다락방의 비밀의 통로가 열리기 시작했다.먼지 낀 비밀의 통로로 긴장하며 들어서는데 인적이 들려 돌아보니 그 길은 나만이 아니었다. 태국 스님 네 분이 들어서고 있었다. 우리는 첫 눈에 상대가 동지인지 알아보고 반가워 서로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를
말의 온도 말에도 온도가 있습니다. 공기 중의 온도는 기온몸의 온도는 체온이라 합니다.말의 온도는 말온이 적당할 듯싶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전하는 따뜻한 말은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차가운 말 한마디가 어떤 이의 가슴에 꽂혀 평생을 원수로 살기도 합니다. 기왕이면 말의 온도를 높힐 필요가 있습니다. 시를 쓰며 '따뜻한' 이라는 낱말을 쓰니까 저의 손가락이 따뜻해지는 걸 느낍니다. 말이 따뜻해지려면 먼저 가슴의 온도를 높여야 합니다.가슴이 차가운 사람은 남을 이해하지 못합니다.잘못한 이는 본인인데 늘 무리에서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62(배신의 꽃 박태나무 꽃) 예수를 달랑 30냥에 팔아넘긴 유다는 나중에서야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는다. 예수는 이미 결박되었고 끌려갔으니 돌이킬 수 없음을 알고 너무나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그 돈을 성전 안에다 내던지고 스스로 목을 매어 죽었다. 진분홍빛 꽃이 흐드러지게 핀 박태나무에 목을 매고 셀프 교수형을 당했다. 그때부터 박태나무는 ‘유다의 꽃’이 되었고 ‘배신의 꽃’이 되었다. 예수는 가시 면류관을 쓰고 죽었는데 유다는 진분홍 화려한 유다 꽃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죽었다. 부활의 주에
12일 오후 6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5층 대강당에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본부장 최정명)의 주최로 권영길(전 국회의원)·한상균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이양수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이 패널로 참가한 ‘절실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노동자 중심의 정치를 위한 ’가 열렸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한규협 정치위원장(민주노총 경기도본부)의 사회로 ▲이양수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의 발제 ▲사전에 받은 질문 중 선별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권영길(전 국회의원)·한상균 지도위원의 답변 ▲이양수 정치위원장의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한규협 위원장은
4부 염소 선생(1) 나삼수를 했습니다만겨우 들어간 대학도시 쓴답시고술 먹고 놀며 어영부영한두 학년 다니다 그만 잘렸네나그래 다시 체력장에다 예비고사를 치곤딱히 갈 덴 없어라또 같은 대학 같은 과에다시금 들어갔습죠잔뜩 지쳐잔뜩 쳐져썩어 문드러진 시쓴답시고 나, 윤 머시기 물건도 아니었습니다괴물도 아니었습니다폐인도 못 됐습니다역사와 시대와 진실에한창 젊음에욕되지 않으려머리띠하고 꽃병 던지고그런 투사도 아니었습니다그러니 진정한 술꾼도 아니었습니다생각하면 부끄럽고 쑥스럽기이루 말할 수 없으니 그렇습니다그저 중간이나 가얐다학점이나 따고졸업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61 (세계 시민) 알렉산드로스의 명마 부케팔로스의 말발굽처럼 만을 형성한 바다는 멀지 않은 곳에 섬들에 둘러싸여서 호수처럼 고요했다. 앞 바다에는 그림 같은 흰 배들이 뒷산은 고급스러운 우윳빛 하얀 대리석의 암(岩)산이다. 비취빛 하늘과 비취빛 바다 사이에는 하연 갈매기들이 수많은 W자를 그린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무지개가 순식간에 떠서 가슴 세상은 화려하게 채색되었다. 멀리 산언덕에 아크로폴리스(높은 곳 도시)가 보인다. 카발라는 ‘말에서 내리다’는 뜻이라고 한다. 네아폴리스는 ‘새로운 도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58(에게 해의 석양)밤새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더니 아침이 되어도 비는 계속 추적추적 내린다. 나는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짐을 싸서 유모차에 실으며 속으로 읊조렸다. 이건 말이지 순례야, 그것도 평화의 순례. 평화의 순례라고 나선 사람들도 많지만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나선 길, 마라톤 평원의 승전보를 기필코 알리고 쓰러진 그리스의 병사처럼 평화의 승전보를 알리고 쓰러져도 쓰러질 것이라 나선 길이야.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빗물을 튕겨주고 가도 그래 이건 순례야! 손이 시리고 코가 얼얼해야 제대로 순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57 (평화의 여신이여!) 마르마라 해를 넘어온 햇살은 너무나 눈부시지만 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그리움으로 가슴이 메인다. 하늘은 명징하고 눈이 시리게 푸르다. 마르마라 해는 북동쪽에 있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흑해와, 남서쪽에 있는 다르다넬스 해협을 통해 에게 해와 연결된다. 마르마라 해의 물길은 다르라넬스 해협을 통해 에게 해로 나가지만 내 발길은 유럽의 끝자락 땅의 구릉지대를 통해 에게 해 방향으로 가느라 오르락내리락 쌀쌀한 날씨에도 구슬땀을 쏟아낸다. 내 유모차는 내 몸이 건강할 때는 한혈마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56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 직선거리로 무려 8.000km 나 떨어진 유럽의 끝자락에 외모는 백인의 얼굴을 하였으나 우리와 같은 몽골반점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과거 한민족과 함께 고구려를 이루기도 했고 이웃해 살던 돌궐족의 후손이다. 연개소문은 돌궐의 공주와 혼인을 맺을 정도로 동맹관계가 끈끈했다. 그래서 그런지 튀르키예 사람들은 유난히 한국 사람에게 친근감을 표사하며 호감을 표한다. 아침에 길을 나선지 얼마 안 돼서 한 소녀가 “안녕하세요!”하면서 꾸벅 머리를 숙인다. 오래간만에 날씨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55(이스탄불)이스탄불에 도착했다. 동서양을 함께 품은 땅, 이 땅의 주인은 수 천 년 동안 수도 없이 바뀌었다. 그러는 동안 바람도 섞이고 문화도 섞였고 사람도 섞였다. 터를 잡고 살다가 정 붙이지 못하면 다시 떠나기도 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곳에 새 역사를 써내려가기도 했다. 실크로드의 종착역이었던 이곳은 평화 시기에 장사꾼들이 중국에 가서 실크를 사다가 백배나 되는 가격을 받아 팔고 흥청망청 하던 곳이다. 그야말로 모든 인종과 물류가 이곳에 모였다가 각지로 흩어졌다.터키 총영사 이우성 씨의 배
갈필, 못다 쓴 편지 / 김주선 이보게 용식이. 한문 서체보다 한글이 서툴렀음에도 아버지는 매번 이름만 반복해서 써 보고는 종이를 접곤 했다. 글씨 쓰기를 연습하는지 붓의 결을 테스트하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모필에 먹물을 흥건하게 묻혀 쓰는 매끈한 글씨체도 아니고 뻣뻣한 갈필로 쓰는 비뚤비뚤한 글씨였다. 게다가 먹물도 잘 먹지 않는 붓인지라 글씨의 획은 각질이 생긴 발뒤꿈치처럼 텃고 거칠었다. 삼십여 년 전 엄마의 거울처럼 맑은 달이 뜬 밤이었다. 제삿날에 지방紙榜을 쓰는 듯한 정갈한 자세로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먹을 갈았다. 지금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54 (나마스테 마하바라트!(안녕 위대한 인도!))싹을 띄워낼 게다.봄바람 하늬바람 불어오지 않느냐내가 지나온 발자국 위에 구름이 몰려와 비가 쏟아질 게다. 저 들판에 바람이 실어온 풀씨들 내 흥건한 땀으로라도 싹을 띄워낼 게다.내 몸을 썩혀서라도 싹을 띄워낼 게다. 풀씨 향기로 피어나는 날옆의 그 누구라도 부여안고 어화둥둥 춤을 출 게다. 그 향기 하늘 아래 가득히 퍼지는 날부르튼 발 질질 끌면서아름다운 봄을 노래 부를 게다. 신비한 나라, 낯설고 이색적이어서 충격을 안겨주었던,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봄이 오려나 보다 아이들 숨결이 부드러워진다.잦은 잔기침이 안으로 자리한다.햇살도 덩달아 제 몸의 온도를 높인다.봄이 오긴 오려나 보다. 봄은 많은 소리를 간직하고 온다.보이지 않는 땅속에서는 한층 바쁘다.고로쇠나무 뿌리들이 물질을 한다.쭐쭐쭐 빨아올린 수액을 인간이 도둑질을 한다.머지않아 꽃들은 팡팡팡 꽃눈을 열어 제낄 것이다. 아프지 않은 사랑이 있으랴마는저마다 꽃들도 수많은 아픔을 이겨내는 인고의 시간을 보냈으리라.지고 난 사랑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꽃들에게 배울 일이다.아픔을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방법을 물어봐
지난 10일 오후 3시, 권영길 지도위원(민주노총/평화철도 이사장)은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서정선세미나실에서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간부들과 지부장들을 대상으로 두 시간에 이르는 열강을 했다. 강연에서 권영길 위원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빙자한 ‘민주노총 죽이기’에 대해 설명하며 영국 탄광노조 파업, 미국 항공 관제사 노조, 일본 총평(일본 노동조합총평의회)의 와해를 불러왔던 일본 국철 노조 파업을 예로 들어 ‘위기의 민주노총‘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 정부의 총선 전략으로 노동조합 탄압이 더 심해질
3부, 한 스텝에 한 장발 휘날리며(7) 어떤 형이냐늦은 밤 우리는 그 형이 개미집 회벽에 기대어흐느껴 우는 줄만 알았다 가슴이 아팠는데가만! 그게 아니었다형편없이 술에 취해아아, 오줌을 깔기고 있는 중이었다우린 이래서 개미집이 더욱 좋더라조그만 놈들 까부는 저 위두 번 다시는 올라가고 싶지 않더라 달마산 노가리들 최루탄 냄새노가리 냄새쉰 막걸리 냄새 텁지근한여자 후배 머리카락 냄새뉘리끼리, 80년대 얼룩진 런닝구여방바닥도 닦고홀로이 깊은 밤잡아당겨 얼룩 눈물도 훔치고
당신 너의 숨결이 살갗을 간지럽히면내 마음결에는 어느새 부드러운 파문이 입니다.살갗에 돋은 잔털이 떨리고간지럼은 어느새 행복한 떨림을 가져옵니다. 목젖이 보이며 깔깔대는 소녀의 웃음은 아니지만볼우물 살짝 패이는 보이듯 말듯 웃어주는 미소는마음결에 파문을 만들고가슴에 일렁이는 파도로 다가옵니다. 바라만 보아도 흐뭇해지기란쉬운 일이 절대 아닌데어려운 일을 쉽게 만드는 당신은나에게는 선물 같은 사람입니다.당신이 있어 그냥 행복하답니다. 세상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지만당신과 함께라면 거친 파도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익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