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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65

문정기
  • 입력 2023.04.25 11:07
  • 수정 2023.04.2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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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흐리드 호에서 혁명을 꿈꾸다.)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65

(오흐리드 호에서 혁명을 꿈꾸다.)

알바니아는 옷장 뒤에 숨겨진 비밀의 다락방 같은 나라이다. 이 유럽의 수수께끼 같은 나라는 독재자 엔베르 호자가 40년간 통치하면서 외부세계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되었다. 그의 사후 1985년 이후에 서서히 다락방의 비밀의 통로가 열리기 시작했다.

먼지 낀 비밀의 통로로 긴장하며 들어서는데 인적이 들려 돌아보니 그 길은 나만이 아니었다. 태국 스님 네 분이 들어서고 있었다. 우리는 첫 눈에 상대가 동지인지 알아보고 반가워 서로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태국을 출발하여 미얀마를 거쳐서 방글라데시 인도, 튀르키예, 그리스, 알바니아로 나와 행로가 거의 비슷했다. 그들은 파리가 최종 목적지이고 나는 바티칸이 최종 목적지이다.

 

그러나 들고 있는 횃불은 ‘평화’로 같다. 스님들도 염불로만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좌절감으로 길 위로 나섰다. 목소리를 증폭시키기 위해서 길 위에 나선 것이다. 혁명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횃불을 높이 들어 동조자를 규합하는 것이다. 가슴의 불덩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이시키는 것이다. 꽃피는 혁명의 계절에 세상을 바꾸는 혁명 동지들을 만났다.

또 하나의 산등성이를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른다. 분단과 독재로 일그러진 현실을 외면하고 살았던 젊은 날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무거운 손수레를 밀며 가파른 산등성이를 오른다. 이마에는 땀이 나지만 바람이 차가와 손이 시려서 양말을 손에 신는다. 이런 날씨를 예상을 못 해 장갑을 미처 준비를 못 했다. 어! 왜 장갑은 손에 ‘낀다’이고 양말과 신발은 발에 ‘신는다’인가? 발은 소와 같이 묵묵히 힘든 일을 하는데도 손에 비하여 차별을 받는다. 발은 그래서 억울하다.

발이 더 없이 소중할 축구 선수들이나 육상 선수들의 발도 마찬가지로 홀대를 받는다. 그들의 발도 예외 없이 상이나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안 된다. 세계를 벌써 두 바퀴째 도는 소중한 내 발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상에는 못 올려놓지만 산에는 아무리 험한 산이라도 올려놓아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건강해서 산에 오를 수 있을 때 산을 오르자!

산신령은 관대해서 건강을 덤으로 선사한다. 바라건대 이렇게 많은 산을 손수레를 밀며 다리가 저리도록 손이 저리도록 산에 오르면 우리가 그렇게 원하는 ‘평화’도 덤으로 주었으면 좋겠다.

 

굽이굽이 산 정상에 오르니 산신령이 언제나 덤으로 선사하는 절경이 펼쳐진다. 단내가 나던 입에서 카! 하고 탄성이 저절로 새어나온다. 바다 같이 넓고 유리 같이 맑고 푸른 호수가 내려다보인다. 파란 호수 건너편에는 하얗게 눈이 덮인 설산이 천상의 조화를 이룬다. 빨강 기와지붕들의 작은 도시가 내려다보이고 산을 지그재그로 깎아 만든 도로에는 주말을 맞아 나선 나들이객들의 차에 행렬이 펼쳐진다.

나의 혁명

길 위를 달리는 것

그리하여 가슴이 뜨겁게 달구어지는 것

뜨거워져야

쇠도 칼이 되고 보습이 되고

흙도 달항아리로 태어난다.

뜨거워야 사랑도 하고

뜨거워야 언어가 시가 된다.

무엇이라도 되려고 길 위에 달린다.

이것이 나의 혁명이다.

현실을 딛고 먼 곳으로 달려가는 것

알바니아의 물가가 참 싸다. 비프스테이크와 샐러드를 시켰는데 10불 정도이다. 아름다운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1불이면 된다. 이것이 주머니가 가벼운 나그네에게는 대단한 즐거움이지만 현지인들의 각박한 삶을 대변해준다. 알바니아가 이렇게 된 것은 지도자 하나 잘 못 만난 탓이다. 그러니 주체성도 없으면서 역사의식은 결여되었고 국가 자긍심도 없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매우 불안하다.

 

대통령이 믿는 종교가 불안하다. 무속신앙을 믿는가보다 했더니 ‘동맹’신을 더 없이 떠받친다. 대한민국을 들어 몽땅 동맹 신에게 바칠 기세이다. 밖에서 보는 조국은 내 발걸음보다 더욱 절름거린다. 정상에 오르긴 힘들어도 저렇게 절름거리다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엔베르 할릴 호자는 2차 세계대전 중 파시스트 이탈리아와 나치 독일에 맞서 알바니아 민족해방전선을 이끌며 독립운동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정권을 장악하고 공산국가를 수립했다. 그는 85년 사망할 때까지 40년 동안 철권통치를 한 독제자이다. 그는 혁명 동지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혁명동지들은 그가 정권을 잡고 난 이후에는 정적으로 여겨졌다. 하나씩 피의 숙청을 감행하고 사진에서 지워버렸다. 사진은 나중에 독사진이 되었다.

철저한 스탈린주의자였던 그는 빨치산 동료였던 티토가 유고 연방을 세우고 알바니아를 가입시키려 하자 티토를 수정주의자로 비난하며 소련과 손을 잡는다. 그러나 스탈린 사후 소련도 수정주의라고 매도하면서 소련과도 관계를 끊고 철저히 고립주의의 길을 걷는다. 그는 동구권 공산국가 연합인 바르샤바 군이 쳐들어올지 모른 망상에 휩싸여 인구 200만의 나라에 70만개의 벙커를 지으며 전국토를 요새화 했고 전 국민에게 무기를 지급하기도 했다.

오흐리드 호는 해발 700미터에 있는 발칸반도에서 제일 크고 수심이 250 미터나 된다. 이 아름답고 맑고 크고 깊은 에메랄드 빛 호수를 절름절름 달리면서 나는 나의 혁명을 꿈꾼다. 새 시대를 열고 분단 체제의 극복을 위한 피 없는 혁명의 대열에서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 바칠 것을 다짐한다. 시인의 가슴으로 수구기득권세력에게 되치기 당해 쓰러진 ‘촛불혁명’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정리 j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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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이 절실합니다. 후원구좌 농협 352-1344-2258-63 예금주 강명구

전문기자 문정기

공학박사/과학문화평론가

전 국가과학기술위원

 

*본 기사는 강명구씨와의 협의에따라 시리즈로 연재되는 기획기사입니다.

 

*강명구씨의 이후 일정,  (   )는 주행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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