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생각 가을이 내려앉은 자리에그대 향한 그리움도 머뭅니다. 선혈 낭자한 핏빛으로 단풍잎이 떨어집니다.잊으려 했던 내 모습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가을은 참 아픈 계절인가 봅니다.
억새꽃 바람이 날숨을 내쉴 때반짝이는 은빛 몸들이 바람결 따라 눕는다. 바람이 들숨을 들이마실 때은빛 몸들은 잇몸을 드러내고 하얗게 웃는다. 하늘에 자기보다 더 하얀 구름이 지나갈 진데아무런 질투 없이 손가락 쫙 펴고 손을 흔든다. 서걱이는 마른 잎들이 속닥거리고손가락 마디 털어 수많은 연등을 날린다. 노을빛 가득한 해거름이 되면반짝이던 웃음이 부끄러운지홍조 띤 얼굴에 추억을 묻는다. 곱거나 거칠거나 바람이 숨결이 되어야만억새밭은 물 만난 고기처럼 춤사위를 펼친다.
해바라기 그것 봐.내 그럴 줄 알았어. 엄마 말씀 안 듣고해님만 바라보더니 얼굴이 까맣게타버렸잖아. 아침에 나갈 때모자라도 쓰지.썬크림이라도 바르지.
'엄마'라는 말 세상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말말속에 따뜻함이 가득한 말언제 불러도 사랑 가득 담긴 말부르면 괜히 눈물이 나는 말마음 울적할 때 기분 좋아지는 말곁에 없어도 곁에 있는 말포근한 구름에 감싸이는 말언제나 그리움으로 끝맺는 말
파리채 내가 네 집에 들어왔기로 서니내가 네 피부를 건드렸기로 서니내가 네 몸의 액즙을 조금 빨았기로 서니그리 무자비하게 모기채도 아닌파리채로 나를 쳐? 그런데 네가 부럽다.나도 어느 날 갑자기너처럼 죽고 싶다.
가을 문턱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 일고귀뚜라미 뚤뚤 뚜루루알았어요. 알았어.가을이 오고 있다고요. 하늘색이 달라지고알곡은 영글어 가고어느새 밤톨은 떨어지고글쎄, 알았다니까요.
소나무 굽으면 굽은 대로풍광과 어울려 가지를 뻗고비슷하거나 똑같은 것 없이하늘이 뿌려 준 햇살과 빗물에 고마워하며욕심 없이 자라난 너는자연에 순응하며 도를 닦는노스님의 모습이다. 인간은 자신의 노력과 타고난 운명으로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스스로의 업보로 복을 받거나 화를 자초하기도 한다.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간은 듬성듬성 보일 뿐이다. 땅 밑 뿌리도 바위가 걸리면 바위를 보듬고가지가 걸리면 옆뎅이 공간으로 손을 내민다.껍질이며 자태가 여간 고결해 보이지 않는다.못난 소나무가 산소를 지킨다는데잘난 소나무는 인간들 손을 타고야 만
바다는 그 너른 바다는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폭우에도 소나기에도그저 묵묵하게 침묵할 뿐이다. 바다는 물을 가리지 않는다.찬물이나 더운물, 혹은 더러운 물이나 흙탕물일지라도그저 넉넉하게 품을 뿐이다. 말수가 적은 착한 사람이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그저 사람 좋은 웃음을 웃는 것처럼... 바다는 생명을 잉태하고만물이 살아가는 소금도 말없이무한정 내어 줄 뿐이다. 이런 바다에반감기 20000년 이라는방사능 가득한 핵 오염수를 쏟아내는인류의 암덩어리들이 있다.바로 이웃한 우리나라에는 그자들 행위를인정하고 용인하고 홍보해 주는 자들도 있다
부재구중 (斧在口中) 비가 내립니다.비님이 내리는 소리는 다양합니다. 초록 나뭇잎에 닿는 소리는 싱그럽습니다.장독대에 닿는 소리는 둔탁합니다. 사람의 목소리 색도 다양합니다.사람의 입속에는 도끼가 들어있다 합니다.입속의 도끼를 잘 다루어야 합니다. 어떤 이는 도끼가 날카로운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어떤 이는 도끼로 땔감을 만들기도 합니다. 비가 상대를 만나 이야기하는 소리가 사뭇 다르듯이사람들도 상대를 만나 도끼 날을 무디게 하면 좋겠습니다. 말에도 향기가 나는 까닭입니다.
세시 십오 분 열대야 여름밤새벽잠이 깬 시각다시 잠들려고 두 눈을 꼭저 멀리서 달구들이 홰치고창 뜰에서는 귀뚜라미 뚤뚤뚤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한 낮세시 십오 분엊저녁 놓친 잠 때문인지까무락 까무락고개 떨구고
덕분에 왜 사냐고 묻지 말아라.살다 보니 그냥 살아지더라. 왜 좋아하냐고도 묻지 말아라.나도 왜 좋아하는지 모르고그냥 좋아지더라. 왜 사랑하냐고, 사랑했냐고제발 묻지 말아라.묻는 사람도 사랑했던 추억이 있지 않느냐?사랑에 무슨 이유가 있더냐?살다보니 그냥 사랑했지 무슨 까닭이 있겠냐? 세월이 지나 보니 그냥 살았고그냥 살다보니 좋아했고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냥 사랑하지 않았느냐? 그러나 잊지 말아라.그냥 살아는 지겠지만 모두는 모두의 덕분에 살았고모두의 덕분으로 살아질 것이다.덕분이란 덕을 나누는 것 아니겠느냐?
밥 어려웠던 시절 한 끼를 해결할 때마다어머니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아이고, 잘 넘어갔다 '라고도대체 어딜 넘어간다는 것인가 했다. 밥을 먹고 때를 잇는 것을 끼니라 한다.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을 잇는 것이다.명줄이 이어져야 생명을 잇는다는 말일 것이다. 어머니 말씀의 '잘 넘어갔다'는살아가는 고개가 그리 녹록치 않았다는 말씀이리라.유월 난리 후에 태어난 많은 자식들 호구에 밥 밀어 넣는 일이 그리 힘드셨으리라. 우리네들에게 밥은 생명이요, 삶인 것이다.가장이 한 순간에 직장을 잃고 목숨을 끊는 것도 밥 때문이리라.밥멕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