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태균 님 수필이다. 재밌을까 해서 찾아봤는데 진지한 내용이라 글이 알차 보여 샀다. 내 돈 내 산. 글이 막힘이 없고 자연스럽고 수려하다. 지나친 묘사와 억지로 꾸민 현학적 문구도 없어 잘 쓴 글이다. 우리 아버지도 월남전 가고 중령 제대하셨는데 비슷한 부분이 많다. 아버지는 정보 쪽에 있었는데 전쟁 가서 전투 한 번도 안 해보셨다. 항공기만 타고 사진 찍느라. 덕분에 많은 군인들을 살려 무공훈장을 타셨다. 보훈처가 황당하다. 태균 님 아버님은 같은 병으로 돌아가시지 않아 보훈 대상자가 아니었다고. 아마 고엽제 때문에 암이
고스케 안에 있던 어떤 끈이 뚝 소리 내며 끊겼다. 아마도 그건 아버지 어머니와 맞닿아 있기를 바라는 마지막 마음의 끈일 터였다. 그것이 뚝 끊겼다.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나오는 말이다. 사업에 실패한 가족과 야반도주한 아들 고스케가 아버지에게 느꼈던 끊어진 마음의 끈이다. 아들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강물로 차를 몰고 갈 심산이었던 부모였다.컬트 삼총사가 해체된 게 궁금했다. 그저 한 사람이 너무 뛰어나서 팀을 떠났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실제로 해체된 후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더 친했던 두 사람의 뒷담화
[고정숙 한자교실] 영면(永眠) 19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9일 영면(永眠)에 들었다.이번 한자교실에서는 영면(永眠)을 파자로 알아보겠다. ‘永’ 자는 점 주(丶), 물 수(水)의 조합이다. 갑골문을 보면 긴 물줄기가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여러 갈래로 흐르는 물줄기가 합쳐지고 갈라지며 멀리 흘러간다는 데서 ‘길다’나 ‘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眠’ 자는 눈 목(目), 백성 민(民)의 조합이다. ‘目’ 자는 사람 눈을 그린 것으로 갑골문을 보면 사람의 눈과 눈동
김정은은 한국문인협회 시인이다. 새해를 맞아 신선하게 한국 시인의 시를 영번역해보았다.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김남조 시인 님에게 시를 배우고 신달자 수필가 님에게 수필을 배웠다. 서강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니체 논문 준비 중 세계 여행에 빠져 수료했다. 세계를 빛낸 명작가를 연재하고 있는 필자 본인이다. 세계를 빛내진 못 했지만 빛내고 싶은 작가이다.시를 잘 짓는 문학소녀인 어머니와 군인인 아버지 밑에서 초등학교를 매년 옮겨다녀서 6년 내내 7번 학교를 옮겼다. 같은 학교를 두 번 다닌 적도 있다. 다른 자매는 전학이 스
책소개독자의 시각과 취향 모두 만족시킬 예술성과 문학성 뛰어난 수필 60편2022년 수필문단에서 주목해야 할 빛나는 수필가들의 수필 60편을 만날 수 있는 『The 수필, 2022 빛나는 수필가 60』이 출간되었다.이혜연 선정위원은 「발간사」에서 “『The 수필 2022』의 작품 선정에는 기존의 블라인드 방식 외에 선정위원이 추천한 작품에 자기 점수를 매기지 않는 채점 방식을 추가해보았다. 조금이라도 더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였다. 심사를 거듭할수록 심사하기가 어려워진다. 공정이라고는 했지만, 위원 각자의 시각과 취향이 다르니
6. 무언의 약속 들판에는 파릇한 풀들이 한창 돋아나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저 먼 곳에선 풀냄새 싱그러운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푸릇푸릇한 새싹이 한 뼘쯤 자라난 초록 들판을 말 두 마리가 달리고 있었다.나란히 달리는 말 위에는 남녀가 각자 타고 있었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들판을 가로 질러 강가에 닿자 두 사람은 말을 멈추었다. 왕자 이련과 연화였다.“이 강줄기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태백산이 나온단 말이지요? 태백산 정상에 천지가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정상에 그런 큰 호수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이
K-굿 / 김주선 독일 뒤셀도르프에 사는 친구에게 한국의 ‘굿’ 열풍을 들은 건 이삼십 년 전이었다. 사실 믿기지는 않았다. 베를린에서 진혼굿을 하는 김금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편견이 심해 남의 나라까지 가서 왜 저러나 싶어 심드렁했다. 무엇보다 기독교인이었고 미신이라고 터부시할 때라 별 관심이 없기도 했는데 오히려 독일인 친구들이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신비한 무녀 비단 꽃(금화)에 열광했단다. 에너지가 폭발하는 매력적인 무속 의식에 푹 빠져 한국으로 유학 온 학생도 있었는데 관련 자료가 컨테이너 한 대 분량이라며 그 열의를 놀
식구 울 밑꽈리 누나 길섶까마중 형 오늘도 빨강 코씀바귀 아부지 뉘엿뉘엿 해는 지고올갱이 식구들 아차차니저발엿고자 진한 초록 사발익모초 엄마 시작 메모 그게 이제 저 육십 년 전이구나. 누이들은 울타리 꽈리나무에 꽈리를 따서 입에 넣고 불며 놀았다. 늘 배가 고픈 형과 우리들은 뻑하면 길 가 까마중이나 보리밭고랑 깜부기를 훑어 먹기 일쑤였다. 소주에 절어 살던 아부지. 개다리소반에 달랑 그 쓰디쓴 씀바귀 무침 한 종지를 안주로 삼는데 취하면 새빨갛게 달아오르던 코가 가장 무서웠다. 아직도 선하다. 뉘엿뉘엿 해거름 저녁이면 냇가에 돌
《어둠의 시대 불꽃이 되어》 그 삶과 투쟁의 기록 기념행사1970년대 민주노동운동의 현장: 그 삶과 투쟁의 기록 지난 11월 26일(금) 오후 4시, 의왕시 내손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대강당에서는 아주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개최됐다. 이 행사는 지금은 백발의 어르신이 된 70년대 노동운동 활동가들 40여 명이 직접 쓴 투쟁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판하는 기념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70년대 노동자들 100여 명이 함께 해 출판기념회를 축하했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70년대민주노동운동동지회가 주최하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하여 진행됐다
2. 굶주린 모정 천제를 끝낸 대왕 사유는 일단 동부욕살 하대곤에 대한 의심을 접어두기로 했다. 그의 아들 해평의 무술 실력을 높이 평가해, 앞으로 고구려를 이끌어갈 장재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앞섰다. 더구나 말을 1천 두 이상 기르는 종재 하대용과 여러 차례 담화를 주고받으면서, 그가 말을 기르는 것이 앞으로 고구려 군사력을 키우는데 보탬이 되게 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듣고 적이 안심이 되기도 했다.군사들을 이끌고 하가촌을 떠나 다시 국내성으로 가면서 대왕은 하대용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하 대인, 왕자가 이곳에 머
11월 13일(토) 오전 11시,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이소선 묘역에서 제51주기 전태일·제10주기 이소선 어머니 합동 추도식이 진행됐다. 이날 합동 추도식은 제29회 전태일 노동상 시상식을 마지막 순서로 진행돼 마무리되었다. 이날 합동 추도식은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되어 《민중의례→추도사(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장남수 유가협 회장)→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 보고→노래 공연(연영석 민중가수)→추도사(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허권 한국노총 상임주위원장)→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