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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정은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2.01.07 17:31
  • 수정 2023.06.0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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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내리는 눈

 

김정은은 한국문인협회 시인이다. 새해를 맞아 신선하게 한국 시인의 시를 영번역해보았다.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김남조 시인 님에게 시를 배우고 신달자 수필가 님에게 수필을 배웠다. 서강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니체 논문 준비 중 세계 여행에 빠져 수료했다. 세계를 빛낸 명작가를 연재하고 있는 필자 본인이다. 세계를 빛내진 못 했지만 빛내고 싶은 작가이다.

시를 잘 짓는 문학소녀인 어머니와 군인인 아버지 밑에서 초등학교를 매년 옮겨다녀서 6년 내내 7번 학교를 옮겼다. 같은 학교를 두 번 다닌 적도 있다. 다른 자매는 전학이 스트레스였다고 하지만 필자는 매번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에 설레일 정도로 외향적이고 명랑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여행을 좋아하며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거의 3일에 한 번 고전문학들을 읽었다. 독서를 많이 한 것이 인성과 인격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오빠는 경찰대학을 나온 현직 총경이고 언니는 카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석사를 받고 관련 업무를 했다.

한시를 썼던 할아버지의 서재를 좋아했고 친척 중에 교육 책과 번역서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와 화가가 있고 대부분 친인척이 의사, 교수다. 번역들이 문법은 정확해도 문학은 아니라 시인이 시를 번역해야 시의 간결성과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있다 생각해서 번역을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에 시가 내리면 ​

크리스마스에 시가 내리면

백석은 나타샤와 흰당나귀와 길을 떠나고 ​

크리스마스에 시가 내리면

프로스트의 작은 말은 누구네 숲에 발을 멎고 ​

크리스마스에 시가 내리면

릴케는 핏속에 시를 실어 나른다

크리스마스에 시가 내리면

나는 너와 말없는 글과 밤눈을 걷고 ​

        크리스마스에 이 내리면

​        크리스마스에 가 내리면

        크리스마스에 가 내리면

If Poems Fall on Christmas

If poems fall on Christmas

Baeksok hits the road Natasha and white donkey,

If poems fall on Christmas

Frost’s little horse halts in someone's woods,

If poems fall on Christmas

Rilke carries poem in his blood.

If poems fall on Christmas

I walk on night-snow with you and wordless word,

                             If Snows fall on Christmas

                             If Poems fall on Christmas

                             If YOU fall on Christmas

크리스마스 첫글자는 항상 대문자다.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이 연상되서 시를 지었는데 실제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인 김춘수가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라는 시를 지어 샤갈 그림 이름으로 알지만 그저 그의 「나와 마을」이란 그림과 다른 고향 그림의 여러 이미지를 차용해서 시를 지은 거고 그런 제목의 그림은 없다. 시인들의 대표 시를 연상해서 시에 넣었다. 가지 않은 길로 유명한 프로스트의 「눈 오는 밤 숲가에 서서」 시를 떠올리며 썼다. 참고로 가지 않는 길로 번역하면 안 된다. 않은은 과거고 가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거고 않는은 미래에 내가 가지 않겠다는 의지표방이다.

시도 시각 언어다. 보여주는 모양도 예뻐야 한다. 그래서 마지막 연은 들어가 있고 행 크기도 다르게 해서 눈 오는 묘사를 하고 너를 강조했다.

필자는 책을 좋아해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2-3일에 한 번 책을 읽었다. 고3 여름방학도 서부전선 이상없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장자 등 고전을 읽다가 공부에 전념하지 못했다. 유명한 고전은 다 읽었고 시간이 아까워 1일 1독을 원칙으로 한다. 하루에 책 한 권을 그날로 다 읽는 걸 말한다.

책은 넘치고 며칠 잡고 있기엔 다른 책을 만나지 못한다. 요새 코로나이니 집에서 독서들을 많이 하면 좋겠다. 소장 책이면 좋은 문구에 줄 치고 빌린 책이면 따로 독서노트를 만들어 명구만 적으면 된다. 거창하게 독후감을 쓰려면 책과 멀어진다. 간단한 감상을 적어두면 저절로 문학적이 되고 자연스럽게 문장을 익힐 수 있다.

책을 읽고 세 번 울어본 적이 있는데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과 레마르크의 『개선문』, 바르콘셀로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다. 첫 책은 죠피의 순수한 모습에 폭풍오열을 했고 전쟁이 끝난 후 진정한 승리는 어딨는지 개선문이 질문한다. 제제의 아줌마는 엉덩이로 벌어먹고 살지 말라는 윤리관을 준다.

 

시키는 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바람이 새에게 말했다

바람이 시키는 대로

새가 풀잎에게 말했다

새가 시키는 대로

풀잎이 땅에게 말했다

풀잎이 시키는 대로

땅이 바람에게 말했다

땅이 시키는 대로

바람이 마음에게 말했다

그래서 마음은 걸어서 네게로 간다

 

Do As Tell

Do as heart tells

wind said to bird

Do as wind tells

bird said to leaf

Do as bird tells

leaf said to earth

Do as leaf tells

earth said to wind

Do as earth tells

wind said to heart;

heart walks to you

 

이 시는 정호승 님 최근 시와 비슷하지만 필자가 더 먼저 썼다. 아주 오래 전 쓴 시다. 마음은 이미 갈 곳을 안다. 답정녀처럼 답은 정해져 있지만 누군가 말해주길 바란다. 바람은 새가 가고 싶은 곳을 가라하고 새는 바람따라 풀잎에게 순응하라 한다. 풀잎은 새가 날아들든 내려앉든 새의 자유라고 땅에게 말한다. 다시 땅은 풀잎이 자라는 의지대로 두라고 바람에게 당부한다.

바람은 다시 마음에게 말한다. 걸음이 내키는 대로 걸어가라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도 좋다고. 이미 마음은 갈 곳을 향해 있다. 누군가가 그 길이 맞다고 말해주길 바란다.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이 있다. 우리 삶도 가지 않은 많은 곳들이, 말하지 못한 사랑이, 가지 않았어야 할 길이 아쉬울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선택하고 책임지고 그 길을 가야 한다.

연인을 사랑하고 집착하고 문제를 일으키고. 다 부질없다. 바람과 새와 풀잎과 땅은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마음도 땅처럼 굳건하고 정당한 마음이어야 한다. 잘못된 마음은 마음이 아니다. 세상은 넓고 사랑은 넘친다.

걸어나가면 더 좋은 사람이 기다린다. 데이트 살인은 자신을 죽인다. 더 많은 기회가 열린 자신을 사라지게 한다. 어리석은 집착은 벗어나자.

재미있는 유머가 있다. 시험 문제에 신은 죽었다고 말한 철학자는? 한 학생이 니체라고 적은 답을 옆 학생이 보고 나체로 잘못 적고 또 다른 학생이 누드라고 답했다는.

필자는 대학원에서 니체를 전공했다. 니체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이 안타깝다. 그를 허무주의자로 잘못 알고 있지만 허무주의는 긍정적 허무주의와 부정적 허무주의가 있다. 부정적 허무주의는 세상은 아무 의미없다 그러니 삶도 의미없다이고 긍정적 허무주의는 세상은 아무 의미없으니 인간이 가치 있게 삶을 살아내며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거다. 니체는 후자다.

쇼펜하우어도 마찬가지다. 죽음의 철학이라고 허무주의를 말한 줄 알지만 저서를 읽어보면 긍정적 허무사상이고 니체가 이어받았다. 기독교에선 신은 없다고한 니체가 벌 받아 요절했다고 하지만 니체가 말한 신은 힘들 때만 가서 기도하는 허수아비같은 인간에 이용당하는 신은 죽고 강한 신을 요청한 거다.

목사였던 아버지의 죽음 후 혼자 사는 어머니와 남편 죽음 후 혼자 사는 숙모들을 보면서 종교가 전체 인간의 삶을 지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조선시대 과부를 안타까워함과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철학자를 비난한다.

힘으로의 의지를 권력으로의 의지로 잘못 해석해서 나치를 옹호했다는 둥 말하지만 니체의 사상은 생동적이고 역동적인 존재의 힘을 말하는 거지 정치권력이 아니다. 나치가 니체의 사상을 악용했다.

번역서 제목도 힘에의 의지로 해야 한다. 니체는 유대인을 핍박하는 반유대주의를 반대했고, 친했던 바그너의 극우성향을 비판하며 의절했을 정도로 인간을 사랑했고 권력을 혐오했다.

니체 철학은 역동적인 디오니소스와 에피쿠로스 학파와 쇼펜하우어와 라 로쉬푸코의 철학을 이었다. 에피쿠로스 학파도 육체적인 쾌감이 아니라 정신적인 쾌감을 추구한 학파다.

사람들은 철학이 아무 쓸모없는 학문이라 말하지만 철학은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인격과 인성을 고양시킬 수 있다. 철학이 없는 학문은 극단주의와 비윤리에 빠질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이 인문학을 배우지 못해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성적만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

 

명백한 생

세계의 애꿎은 허술함이

명백한 생을 죽였다​

뜨거운 피가 채 마르기 전에

세상의 거짓이 관을 짜고​

원하지 않은 곡을 하며

명백한 삶을 묻는다​

관 위에 덮인 흙이

마르기 전에 ​

해골이 분출하며

저주의 피를 토한다​

거짓 애도자들에 싸여

한 인간의 뼈가 꽃날을 마감한다​

머리 곁에 뿌려진 꽃잎들이

함께 끊어진다​

시간이 흐르면

그대마저 그러리

 

Obvious Life

World’s innocent clumsiness

killed obvious life

Before hot blood dries

lie of world makes coffin

with unwanted wail,

buries obvious life

Before soil on coffin dries

skeleton erupts and vomits blood of curse.

Surrounded by false mourners,

a human’s bones end bloom-day

Petals strewn by head

perish together.

As time go

so will you

 

봄에 너를 만나다

겨울에 눈을 만나고

가을에 낙엽을 만나고

여름에 폭풍을 만나고​​

봄엔 너를 만난다

겨울에 시린 발을 쥐고

눈밭을 굴러

가을에 서런 맘을 숨겨

낙화 속을 헤치고

여름에 속절없이 비를 맞아

눈물도 씻고

봄엔 너를 만난다

너에게 봄은 아직도 멀고

어쩌면 오지 않겠지

내 소박한 봄을 네게 선물하고

등을 돌린다

봄은 또다시 봄처럼 오지만

보낸 너는 오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봄이 지나야

봄다운 봄이 올지

나는 아직도 모르고 싶다

 

원치 않는 여행

원치 않는 여행이었어

아무도 떠밀지 않아도

가야만 했지

길은 하루씩 멀어지고

원하는 건 닿지 못했어

돌아올 이유도 없지만

남을 이유도 없지

하나의 영혼은 그곳에 남겨두고

지친 영혼은 고향에 왔지

떠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까

항상 묻지만 답은 없어

결국 아무것도 없어도

결국 떠났을 거야

이렇게 올 줄 모르고

모른 채 즐거웠을 거야

같은 하늘에 네가 없어

알고 있지만 네가 없어

다음 세상엔 아무도 모르는

그곳에 혼자 떠날래

돌아온 것도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나 혼자 멀리 떠날래

원치 않는 여행이겠지만

모두 그렇게들 떠나

외로울 일도 아쉬울 일도

모두들 그렇게 떠나

우리도 떠나​

 

윤종신의 기다리지 말아요를 들으니 내 여행과 비슷해서 시를 썼다. 뮤비의 바닷가 모래 역풍 멋지다. 허름한 옷차림도 배낭 메고 들고, 공항에 혼자 뜨고 내리는 비행기 보는 모습이 너무 나와 같다. 스위스 머물던 집 모양도 비슷하고. 칼레로 떠나는 여정이다.

'칼레의 시민'이라는 로댕 작품이 있다. 백년 전쟁 때 영국 왕 에드워드 3세가 프랑스 칼레에 처들어와 시민들이 살려달라 하자 6명의 목숨을 내놓으면 치지 않겠다고 해서 자원한 시민들이다. 누구는 머리가 크고 누구는 발이 크게 조각했다. 내 생각엔 로댕이 머리 큰 사람은 이성을, 발 큰 사람은 행동력을 상징한 듯하다.

영국 왕의 아내가 자발적 죽음에 감동해 내 뱃속에 당신의 아들이 있는데 저들을 죽이면 아들에게 안 좋을 거 같다고 죽이지 말아달라 애원해서 모두 살았다. 우리는 '칼레의 시민'이 될 용기가 없다. 또한 누구의 명백한 삶을 뺏아서도 안 된다. 누구를 향한 검의 날은 다음 날 우리에게 겨눠진다. 죽음을 각오한 용기도 대단하지만 힘을 가진 왕의 죽음을 거두는 결단도 대단하다.

천문학 강의를 들은 적 있다. 인체 구성성분 물, 인, 탄소, 철 등을 환산해보면 아래와 같다해서 시로 만들었다. 여기 꼴은 얼굴이 아니라 사람을 말한다. 세상엔 꼴값떠는 사람이 많다. 겨우 오만원도 못 되면서.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수많은 공간 중에 그 많은 시간 중에 아내 앤과 같은 시기, 같은 곳에 태어남을 감사한다고 썼다. 당신은 어떤 이에게 감사할 대상인가 아닌가?

​사람의 값 (부제 : 꼴값)

생수 사십리터

성냥 이백개

연필 삼백개

못 칠점오센티

합계 오만원

 

우주에 인간으로 태어날 확률은 489억분의 1이다. 부모는 생명을 주신 걸로 모든 일을 다했다. 내게 시 감수성을 주셨고 시인의 시 못지 않은 내 어머니의 시를 소개하며 엄마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얼굴이 하얀 당신은                        

얼굴이 하얀 당신은 어쩌면 그렇게도 마음에 듭니까

당신과 사귄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얼굴이 하얀 당신의 품에 제가 안기어 있으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잊어집니다

또 당신은 저와 같이 꽃들도 좋아하십니다

이제 제가 당신 곁을 떠나면

얼굴이 하얀 당신 생각에 일생을 잊지 못할 겁니다

당신의 친절과 당신의 곁에 있는 꽃들도...

얼굴이 하얀 당신과 이별을 해서

그때 당신이 보고 싶으면 또다시 당신을 찾아올까요

아니면 못내 그리다가 울어버릴까요

얼굴이 하얀 당신과 나는 얼마 안 가

이별해야 하는 숙명에 놓인답니다

얼굴이 하얀 당신도 아시고는 계시죠?

언젠가는 저와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당신이 좋아하는 꽃들과 저와도 헤어져야 한답니다

아쉬움을 남기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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