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2.01.27 09:50
  • 수정 2022.02.01 11: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 그냥 즐기세요

방송인 김태균 님 수필이다. 재밌을까 해서 찾아봤는데 진지한 내용이라 글이 알차 보여 샀다. 내 돈 내 산. 글이 막힘이 없고 자연스럽고 수려하다. 지나친 묘사와 억지로 꾸민 현학적 문구도 없어 잘 쓴 글이다.

우리 아버지도 월남전 가고 중령 제대하셨는데 비슷한 부분이 많다. 아버지는 정보 쪽에 있었는데 전쟁 가서 전투 한 번도 안 해보셨다. 항공기만 타고 사진 찍느라. 덕분에 많은 군인들을 살려 무공훈장을 타셨다.

보훈처가 황당하다. 태균 님 아버님은 같은 병으로 돌아가시지 않아 보훈 대상자가 아니었다고. 아마 고엽제 때문에 암이 됐을 텐데 암은 어디든지 숨어 있다가 생길 수 있다. 소송은 변호사가 꼭 있어야 한다. 친구 아빠가 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에 우유 회사 분쟁을 다뤘는데 한 곳은 회장이 직접 변호했는데 졌다. 그 아버지가 들어보기에 다른 편이 맞는 거 같다고. 전문적인 변론은 필요하다.

울 집 자전거가 몇 대 없어졌는데 태균 님이 가져가셨나 보다. 농담이다. 자전거 도둑이셨다고. 한 번 타고 돌려준 건 대여다. 그게 무슨 도둑인가. 울 어렸을 때는 동네 자전거 따릉이처럼 타고 주고 그랬지. 어린 시절 생각도 나고 재밌었다. 추억 소환 수필이다.

강박 탈출 에세이라더니 강박은 어디에? 넣어 둬 넣어 둬. 별 강박 없으신. 강박 보단 아버지 트라우마가 눈에 띈다. 그 덕분에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으니 그것도 좋게 발현되셨다. 상실이 상실로만 끝날 수 있는데 극복하고 발전하면 좋은 인성인 거다.

 

착해 빠졌다란 말 좀 들으면 어때.

못돼 처먹었다란 말보다 낫지.

 

저 말이 백배 동감. 이 책의 주제다. 요즘 못된 것들이 판치는 세상인데. 못되다는 성질 고약도 있고 뜻을 이루지 못한 의미도 있다. 지질한 것들이 못되기도 하다. 인격이 낮으면 성공도 못 한다. 작가 흉내라는 말은 없다. 글을 쓰면 다 작가다. 문장 한 줄 쓰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길게 자기 얘기를 술술 써 내려가는 건 대단한 거다. 글에 막힘이 없다.

에피소드들이 재밌다. 뚜껑이, 임신부, 화장실, 재혼남. 대가리만 있는 잠자리, 젠장 시리즈도 재밌고, 방송국 놈들 시초도 컬투란다. 방귀논쟁도 재밌다. 현행범이 아니면 안 튼 거다. 심증으로 마녀사냥을 하면 안 된다.

하루하루 내 자신의 행복을 내가 챙기지 않으면 그 어느 누구도 내 행복을 대신 챙겨주지 않는다는 글도 와 닿는다. 부모의 싸움은 아이들에게 오래 기억 남는 것도. 나도 엄마 아빠가 베개 싸움을 한 게 기억나고 가출이랍시고 한겨울에 아빠 빼고 군인아파트 거대한 쓰레기장 안으로 숨었던 기억도 난다.

 

입속으로 엄마의 마지막 매실청을 떠나보냈다

인연은 천천히 다가와 연인이 되었다

이별도 안 했는데 후유증이 생겼다

무릎이 너무 많이 나왔어. 이런 건 다려도 잘 안 펴지는 소재야. 가만히 서 있어도 무릎 꿇고 있는 거 같아

 

라임도 좋고 유머도 있고 문장력도 좋다. 소나무와 어머니와의 평행이론도 짠하다.

 

! 네 글은 너무 친절해

! 형 글은 너무 불친절해

 

원태연 님과 대화도 딱이다. 내 보기엔 태연 님 글도 친절하다.

언니의 위로도 감동이다. 난 울 집구석 언니랑 만날 싸우는데 아직도. 나이 드니 싸우는 게 아니라 의절했다 풀어지고 또 의절하고 반복이다. 의절이 점점 확대 되서 전 가족과 전면적이다. 태균 님 가정은 아내도 착하고 가족 간의 정도 끈끈해서 보기 좋다. 컬투쇼가 할배쇼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