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련의 나긋한 손길에, 명품 악기라고 할 수 있는 마돈걸의 육체가 일일이 반응하며 그 표시로 고귀한 신음을 가늘게 내질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여성의 육체는 마음이 완전히 열려 있지 않아도 그날 밤의 기분에 따라 때론 날씨에 따라 뜨거워지기도 하고, 특히 특이체질의 경우는 마음과 상관없이 몸만 따로 놀기도 한다는 것이다. 마돈걸은, 머리에 든 거라곤 돈과 섹스와 온갖 감각적인 쾌락 외엔 없는 유세련과 한 침대에 누워 있게 된 이 밤, 머리는 하얗게 비우고 오로지 몸의 욕구에만 따르기로 한 것인데 이 경우 그 몸을 어느
노을 윤 한 로말 구루마에뙤약볕 빗겨가고긴 팔 아우팔목 시계꽃 본다바깥대미 개똥 보리밭 언저리저녁 노을 붉다해와 달 암벌 수펄처럼 꽁무니를 맞대고 쌍 붙었다우쭐우쭐 바들바들 불 붙었다 해와 달 서로 대가리 틀고좋아라 내빼봐도질긴 꽁댕이 명 길다홀짬맨 듯 떨어질 줄 모른다 빨갛게 떠오른 채거북아, 우리 노을 국에 밥 말아 먹자웨, 순 쌍것들시작 메모 인천에서 어릴 때 보던 노을은 언제나 수도국산 옆탱이에서 인천제철 쪽으로 길게 펼쳐져 있었다. 우리 동네 8번지 날망 바로 맞은쪽이었다. 그 시간이면 국제실업 배 만드는 깡깡부대 소리가
천둥 소리 윤 한 로옛날에, 아주 옛날에 둥둥 하고 울리는 북이 하나 있었습니다그런데 사람들은 너도 나도 이 북이 싫다고 했습니다 머리통 커다란 장구대가리 장군님이 치던 북이라고 퉤퉤, 치던 북이라고 뭐라고 뭐라고들 사람들이 싫다고 하니까 닭들도 싫다고 했습니다닭들이 싫다고 하니까 개들도 싫다고 했습니다개들이 싫다고 하니까 소들도 싫다고 했습니다둥둥, 둥둥 소리 우굴쭈굴하니 산 넘고 물 건너 아무리 잘 울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뭐라뭐라 어쩌고저쩌고들 해서장구대가리 장군님 북은싹이 돋고 코가 깨지고 마침내 수염까지 나게 됐습니다이 세상
빈털터리 백팔만이 당나귀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는 그 시간에 마돈걸은 강남의 한 와인 바에서 아는 오빠인 유세련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세련은 젊은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어학 연수 6개월로 모든 학업을 종치고는 청소부, 주유소 및 슈퍼마켓 종업원을 거쳐 교포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4인조 코리아 밴드를 이끈 끝에, 생활 영어와 국제적인 매너를 몸에 완전히 익히고 조국으로 돌아온 꽃미남 중년이었다. 한국에서는 재미사업가 행세를 하며 여자들로부터 몇 푼 뜯어 먹으며 생활을 영위하였다. 수차례 고소를 당하였으나 그때마다 합의를 보고 곤경을 벗
“투자는 자기 책임 하에!” 주식시장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경마라고 다를 바 없었다. 정보따라 베팅했다 실패한 뒤, 정보를 준 사람을 원망하는 건 루저의 시시한 자기합리화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마돈걸이 정보통 ‘말대가리’를 발견하자마자 사람의 중심 되는 그곳을 콱 움켜쥔 것은 지나친 행동이었다. ‘말대가리’는 마돈걸을 성추행범으로 고소하는 대신, 자신도 망했다는 변명을 늘어놓더니 그녀에게 진짜 새 정보를 주겠다며 ‘7번’ ‘9번’ 말을 추천하였다. “당신이나 많이 걸어!” 마돈걸은 다시 한 번 내 눈에 띄면 그곳을 잘라버리겠
비록 경마에서 큰돈을 잃었지만 재차 승부를 걸겠노라고 주먹을 불끈 쥔 백팔만의 용기에 주목해보자. 돈을 건 경주에서 크게 패한 이후엔 잠시 호흡을 고르고 침착하게 다음 레이스에 대처해야 하는 게 경마인의 바람직한 자세이거늘, 백팔만은 분한 마음과 오기에다 본전을 찾기 위한 조급함으로 뒤범벅이 되어 곧장 승부에 결연히 돌입하고자 했다. 이에 감명을 받은 마돈걸은, 엉터리 정보로 큰돈을 날리게 한 정보통 ‘말대가리’를 다시 호출하였다. 말대가리보다 못한 그 인간이 이번에는 또 뭐라고 지껄이는지 들어볼 작정이었다. 그러나 말대가리의 휴대
지난주에 우리는 마돈걸이 건네 준 정보대로 3번 말과 9번 말에 나름 큰돈을 걸었다가, 그 허망한 결과에 망연자실해진 백팔만을 목도한 바가 있다. 백팔만은 마돈걸에게 욕을 할 수도 뭐라고 투덜댈 수도 없었다. 정보야 그녀가 줬지만 판단은 결국 자신이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준 정보야 지금까지 뭐 하나 시원찮은 게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떡하니 믿고서 질렀으니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평소에 사내답고 제법 담대하다고 자부하고 있던 그는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했다. 언젠가 크게 한 번 맞추고는, 그동안의 실패 스토리가 파노라마처럼 떠오
찾아온 기회를 발로 차 버린 사나이. 그 사람이 바로 자기라고 당나귀 신사 백팔만은 한탄하였다. 제대로 작전 걸린 주식을 쥐꼬리 수익만 먹고 제 풀에 놀라 팔아버렸으니 누굴 원망하겠는가? 증권회사가 흐뭇해하며 바라보는, 끊임없이 사고팔고의 대가가 바로 백팔만이었다. 그렇게 자주 사고팔면 어떻게 되는가? 물론 증권회사는 수수료를 자주 벌게 되며 파는 경우에는 국가도 수수료를 거둬간다. 백팔만은 금융업의 번창에 기여하는 거래중독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애인이 화장실 가는 시간도 못 참는 열혈 연인처럼 한 레인도 쉬면 안 되는,
당나귀 신사 백팔만은 간이 콩알만했다. 해서 칠성테크 주식이 전날에 이어 오늘도 오르자 떨어질 때보다 더 안절부절못하며 그만 내다 팔고 말았다. 150만원의 수익이 이틀 만에 생겼으니 이만하면 성공이라고 자위하며 어디 다른 싼 주식이 없나 시세판을 서핑하였다. 이런 점이 백팔만이 큰 인물이 될 수 없음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었다. 큰 인물의 특징인 인내심이라든가 배짱이라든가 추진력 따위가 도통 보이지 않는 것이다. 대박 증권회사 트레이딩 룸에는 전날 함께 술을 하고도 맨 정신처럼 택시를 타고 가버린 마돈걸이, 일시적인 수익에
칠성테크 주식에서 딴 60만 원도 수익이라고 경마계의 패셔니스타 마돈걸이 바짝 신경 쓰는 걸 보고, 당나귀 신사 백팔만은 참으로 개미 인생은 가엾다는 생각을 하였다. 지수가 올라도, 내리면 내리니까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결국은 기관과 외국인이 거둬가는 수익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는 게 개미들인 것이다. 개미들은 우선 정보와 자금력에서 뒤지고 기업의 미래가치 분석도 도저히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에게 펀드를 권하는 게 아니냐고 금융기관과 펀드사들이 점잖게 말하고 있다. 허나 본인의 책임 하에 투자하고 싶다는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