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이디어 있습니까? 40대의 동영상 제작자가 메가폰 잡아본 지가 3년 하고도 7개월 되었다고 했을 때, 여배우 미나는 나도 3년 7개월 이상을 굶었다, 영화에 굶고 돈에 굶고 남자도 굶었다, 이렇게 속으로 부르짖었다. 그러면서 비싼 일식에다 여기 고급 바에서 양주를 사주며 메가폰 이야기를 하는 저의가 무엇이냐, 얼른 본론을 이야기해라, 설마 포르노 찍자는 건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였다. 감독은 이어 “뭐 3년 7개월 아니라 37년 간 영화판 주위만 어슬렁거리는 작자도 있긴 하지. 물건만 만들어 낼 수 있다면야 나도 몇 년은 더
날 절대 포기하지 마 40대의 동영상 제작자는 복권 당첨금 중 현금 3백과 일일 한도 500의 체크카드를 갖고 있었으므로 돈에 관해서만은 초조함이 없었다. 그 동안 이 돈 때문에 작업이 더뎌지거나 지장을 받은 게 한 두 번이었던가. 레스토랑에 모셔야 할 걸 순두부집으로 갔고, 호텔로 모셔야 할 걸 모텔로 데려갔고, 승용차로 모셔야 할 걸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배웅하였던 것이다. 해서 다음 데이트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물론 허영심이 덜하고 순정이 있는 여자라면 남자의 그런 모습에서 소탈함과 신중함과 근검정신을 보고
사 준 만큼만 가져라 여배우 민아는 동영상제작자 즉 영화감독이라고 부르는 남자와 저녁을 먹으러 갔다. 여자들끼리는 스파게티니 피자니 하여튼 서양음식에 대한 어떤 선입견도 있을 리 없지만, 남자들이 그러한 데 가는 걸 본 적이 없으므로 그런 음식에 대한 기대일랑 접고 뼈다귀 해장국이나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따라갔다. 그런데 잠깐 눈을 의심한 것이, 감독은 간판도 세련된 일식집으로 향한 것이다. 이러한 일식집은 동네 어귀에 있는 동해수산이니 싱싱해산이니 그러한, 커다란 유리창 안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가 있고 밖의 수족관에는 광어
복권에 당첨된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 1등 복권에 당첨되는 꿈을 꾸는 40대 동영상 제작자의 상상은 끝간 데가 없었다. 예전에 시간이 없어서 챙겨주지 못한 그녀 미나, 그 때문에 가슴 속이 괜히 허전하고 뭔가 미진했던 바, 이제나마 그녀를 챙겨주고 대화를 통해 발전된 관계로 나아가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발전된 관계로 나아간다 하더라도, 주머니에 복권 당첨금 오백이 있고 통장에는 그보다 200배는 더 많은 돈이 있다는 소리는 하지 않을 터였다. 돈이 있다고 밝히는 순간 아무리 순수한 마음을 자랑하는 여자라도 견물생심이
우편배달부냐? 벨을 두 번 누르게 40대의 동영상 제작자가 자신의 승용차를 대리기사가 몰게 하고 뒷좌석에 모델 고대해와 나란히 앉아, 허벅지를 붙였다 뗐다 하며 추억에 잠긴 목소리로 쓰잘데없는 얘기를 하고 있을 때, 고대해는 하품을 참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굳이 남자가 1999년 12월 비오는 날 홀로 다리를 건넜다고 주장하며 그 사연을 밝히고 싶어 하기에 예의상 뭣 땜에 다리를 건너고 그러셨냐고 한 번 물어보았다. 평소의 대화법 같으면, 뭔 바람이 불어 다리를 오가고 지랄하셨냐고 했겠지만 초면에 겨우 술 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 40대의 동영상 제작자가 자신의 차 BMW에 모델 고대해를 태우고 한강 다리를 건너가며 과거를 회상하는 유명한 장면을 지난주에 소개한 바 있다. 1999년 12월 어느 날 이 한강 다리를 비를 맞으며 홀로 걸었다는, 비에 젖은 추억의 목소리를 들려줄 때 고대해는 아무 말이 없었다. 다리를 건너가는 이야기는 많이 있었다. 소설 속에 나오고 영화 속에 나오고 두 시의 데이트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의 사연에도 나온다. 레마르크의 소설 개선문의 첫 장면은 워낙 유명하지 않은가. 세느 강 다리 위에 한 남자가 서 있
40대의 동영상 제작자가 예술가의 시대적 책무에 대해 고뇌할 때 우리의 고대해양은 수삼 한 뿌리를 먹으며 그 깊은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남자는 그녀의 침묵을 그의 고뇌에 대한 동의로 참을 수 없는 동지의식으로 해석하였다. 예술가는 그의 고귀한 작업에 대해 알아주는 단 한사람이라도 있을 때 나락으로부터 절망으로부터 궁핍의 고통으로부터 구원의 한 줄기 빛을 발견하는 법이었다. 남자는 고대해에게서 그러한 구원자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침묵에서 위로를 받았다. “예술은 먼 길을 가는 낙타의 고행에 흔히 비견됩니다. 물 한 방
40대 동영상 제작자와 천하제일 모델 고대해가 한정식집에서 일금 삼만 오천원 짜리 코스 에이에 소주 두 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잔잔한 대화를 이어 간 지 어언 한 시간이 지났다. 여기서 잔잔한 대화란, 분위기 자체가 선술집처럼 떠들고 마시는 데가 아니고 음식 하나하나도 결코 막 내온 것이 아니기에 거기에 맞춰 사람들의 대화도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국제 항공기에서 흔히 한국인 사업가가 양말을 벗는다든가, 트림을 연속으로 한다든가, 술주정을 하며 큰 소리를 친다든가,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고함친다거나, 방구
40대 동영상 제작자가 고대해 모델에게, 한정식집에 마주 보고 앉아 어서 메뉴판을 열어보시라고 함에 따라 고대해는 은박 입힌 그 육중한 메뉴판을 좌우로 활짝 열어젖혔다. 웬만한 여성이면 심장이 떨려 조심조심 열어보며 가격을 훔쳐보았을 터인데, 그리고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빛이 되었을 터인데, 우리의 고대해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은박 메뉴판을 활짝 열어젖혔을 뿐 아니라 메뉴의 내용까지 사시눈으로 거만하게 훑어보았던 것이다. 보통 여성이면 매우 공손한 태도로, 또는 내심을 들키지 않으려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태연한 척 하며 메뉴판을 읽어
고대해가 한정식을 추천하고 40대의 동영상 제작자가 이를 받아들여 저녁메뉴는 이 근처에서 꽤 잘 나간다는 한정식으로 결정이 났다. 남녀가 함께 음식을 택할 때 그 주도권은 과거엔 남자가 주로 쥐고 있었으나 차차 여성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게 추세다. 특히 가정주부의 경우 외식 시 남편에게 형식적으로 뭐 먹을까 하고 묻긴 하나, 엄밀히 따져보면 뭘 먹고 싶냐가 아니라 자신이 뭘 먹으면 좋겠느냐는 가벼운 물음의 형식을 띠고 있다 하겠다. 이럴 때 눈치 없이 족발이니 순두부찌개니 해가며 의견을 내봤자, 결론이 이미 나 있는 경우가 많아서
고대해, 37세의 여인으로 비교적 실한 몸에 약간의 위엄이 서린 얼굴, 그리고 찰진 느낌이 나는 목소리를 갖고 있다고 전주에 술회한 바 있다. 지금 그녀가 도심의 한 공원에 와 있다. 때는 4월이고 진달래 개나리 한창이고 벚꽃까지 화사하게 피어나니 여인의 마음 한자로 여심이 싱숭생숭하렸다. 남자들은 그러한 여인들에게서 마침내 봄이 왔음을, 봄이 머물고 있음을, 봄이 햇살과 꽃잎과 향기로 오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여인, 고대해는 지금 홀로 공원을 배회하고 있다. 아니, 여인은 거닌다 해야 하겠다. 배회 란 주로 남자, 발정난 수캐
당나귀 신사 101회를 맞이하여 우리는 고대해의 등장을 예견한 바 있다.다시 한 번 상기하자면 아래와 같은 예고편을 내보낸 바 있다. - 차차 그 면모와 전모가 드러날 터 우리는 고대해의 등장에 이어 그 행적을 차차 따라가 볼 일이다. 고대해는 그럼 몸무게가 바위만 하고, 쇠사슬이라도 끊을 듯한 굵은 목이 상체에 붙어 있고, 허벅지는 대웅전 기둥을 방불케 하며 목소리는 강당을 쩌렁쩌렁 울리고 밥은 전기밥솥을 끼고 사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고대해는 몸이 여느 여인들과 비교해 실하긴 하나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굵지
우리는 당나귀 신사가 100회를 맞이하는 지금까지 여러 여인들의 유형을 살펴보았다. 주식과 경마를 오가면서 뇌쇄적인 몸매를 과시하며 자유분방한 삶을 구가하는 마돈걸, 수상한 카페의 단독마담으로 방만한 육체와 음란한 눈빛을 뿜어내며 남자를 호리는 뱀 같은 여인, 우월한 가슴, 기럭지, 엉덩이, 도도한 눈빛과 당당한 걸음걸이로 남자의 접근을 용이치 않게 하는 도도녀,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의 전업주부로서 낭만과 일탈을 꿈꾸는 중년 여인 등. 오늘의 한국을 대표하진 않더라도 어떤 대표성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는 여인들이다. 이들에게서 우리
개다리 소반 윤 한 로쐬주 반 종재기에어김없이 마늘 한 점툇마루 끝 대추씨 아버지오종종하니 낮술 삘겋게 째렸구나 경장히 무서워라웅틀붕틀 뒤틀린 개다리 소반군둥내에 절어뻑하면 담배 꼬바리에 지진 흉들닳고 닳아 평생을 잘도 굴러먹길어느새 이순(耳順)한쪽 다리가 논다시작 메모내일 모레면 나이가 예순,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이다. 허옇게 센 머리에 철사 콧털에 쭈글쭈글 손도 늙고 발도 늙고 하다못해 목소리도 늙고 시도 늙고 마누라도 늙고 친구들도 늙고 거기다 어떤 친구들은 훨씬 더 늙고, 점점 머리도 나빠지고 점점 성질도 때갈스러워지
수상한 카페의 마담 ‘살찐 뱀’이 얼마나 뇌쇄적인지 설명했던가? 눈동자가 칠흑의 밤처럼 신비하며 엉덩이가 방대하고 가슴이 당당하며 허벅지가 뭉클하고 팔뚝이 강건하며 입술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목소리가 사물을 녹이며 손짓 몸짓 하나하나가 무한한 의미 속에 다함없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했던가? 일부는 독자 여러분들이 잊어버렸을 수가 있고 일부는 설명이 부족했던 점도 있다 하겠다. 그러나 이제 그녀의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라도-결코 설명이 충분하단 할 수 없지만-나열해 놓고 나니 새삼 그녀의 신비와 매력이 가슴에 회오리쳐
리얼 스토리(real story) 윤 한 로아파트 주차장 여중생 성추행범이 잡혔다범인은 땅딸막한 사십대 일용노동자로 처자식도 다 거느린 사내였다 해거름쯤 평소와 같이 연장 가방을 챙겨들고그 일 벌써 새까맣게 잊었겠구나뒷주머니에 스포츠 신문 한 장 쿡 찔러 넣고 웬일로 좀 일찍 들어온다 싶더니 붙잡혔다, 오든마튼번짐 처리 얼굴에서 꼭 애 것도 같고 고양이 것도 같고 어찌 보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변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어어, 당신들 도대체 뭐야 하며둬 번 딱 잡아떼다간 갑자기 꼬리를 내린다무슨 생각을 했는지? 죄송하다며, 자기가
삼월달 윤 한 로가아옥 가아옥 까마귀손 닦기 싫어 발 닦기 싫어목 닦기 싫여새 책 새 선생님학교가 싫어 공부가 싫여가아옥 가아옥 우는장구머리 옥희 누나비리직직 쉰 목소리에눈은 밝아 귀도 밝으야일이나 밸쳐 장사나 할쳐 수도국산 염생이나 멕일쳐콘크리트 기역자 골목쟁이아침마다 가아옥 가아옥대며 울고가는 까마귀 회충약이 싫어 성냥갑이 싫어똥검사가 싫여시작 메모무지각, 무조퇴, 무결석이 무섭다. 또 삼월이 왔구나.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소매 끝을 파고드는 바람이 칼끝 같다. 작은 애들은, 없는 애들은, 못난 애들은, 히쭈그레한 애들은,
까마귀 윤 한 로치운 하늘 구덩 때갈스럽게 우짖는다마치 제 밥숟갈 동가리라도 훔쳐간다는 듯내 느닷없는 도둑놈 되어이렇게 설맑고이렇게 값지고이렇게 기쁠 줄이야삼시세끼 송장 파먹는가막 잡놈다 쉬어터진, 퉤퉤 재수 옴 붙은 그 두어 마디밭 갈다 찾은숨겨진 보물일 줄이야시작 메모헐벗고 메마른 겨울 산 구덩, 느닷없이 전나무 삭정 가지 쪽에서 쉰 목소리로 우는 까마귀. 마치 제 밥숟가락 동가리나 훔쳐가는 듯 때갈스럽게 울부짖는다. 정나미가 뚝 떨어지는 듯 역겨우면서도 이보다 더 깨끗한 놈 있을까 싶다. 새겨볼수록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
천하의 바람둥이 유세련이 기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마돈걸의 육체, 아직 그 표피에 머물며 탐색하고 있을 즈음 어디서 아련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사람을 슬프게 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디론가 한없이 끌고 가는 감미로운 음악이었지만 지금 온 감각이 한 가지 목적으로 불타오르고 있는 유세련에겐 성가신 방해거리로 다가왔다. 아니다 다를까, 마돈걸이 “아이”하며 몸을 뒤채더니 일어나서는 가방을 주섬주섬 뒤져 기어코 휴대폰을 받는 것이었다. 걸려오는 전화에 대한 즉각적이고 신속한 반응이야 말로 나이 불문 모든 여성들의 공통점인데 뜨거운
여자에게 술을 잔뜩 먹여 이성을 마비시키고 하체에 힘이 빠지게 해 원나잇 투어로 이끄는 게 천하의 바람둥이 유세련의 장기인데, 마돈걸은 오히려 앞장서서 더 마시자고 하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다. 커피나 한 잔 하자는 유세련의 건의는 바로 묵살 당했다. 그는 마돈걸에게 손목을 잡혀 요사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는 막걸리집으로 끌려 들어갔다. 예전에는 일일 노동자 아니면 마실 나온 동네 아저씨가 이런 곳에 주로 찾아와 사발에 철철 따른 걸쭉한 막걸리를 선 채로 단숨에 들이켜고 소맷자락으로 입술을 쓱 한 번 훔친 다음, 김치 한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