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양태철오늘밤 어머니 달 속을 들락이신다.겨우내 말랐던 배롱나무 껍질 곱게 빗은 배롱나무 한 그루호롱불 하나 들고 동구 밖에 서 있다.온몸에 둥근 꽃등이 많아지는 배롱나무. 난생 처음 어머니를 위해첫 월급으로 옷을 사드렸을 때주름이 겹겹이 흘러내리던나이테가 점점 선명하던앙상한 어머니의 꽃불이 일렁이는 그 눈빛에서난 왜 자꾸 전등사 뜨락에서 본꽃등 환한 배롱나무를 생각하였는지 모를 일이다. 가뭄에 바싹 타 들어가는 논바닥처럼 갈라진배롱나무가 뱀처럼 허물을 벗으며기어가는 것을 보았는지 모를 일이다.간신히 마음속에 심지 하나
글을 읽는다. 하얀 종이 위에 누군가의 마음이 펼쳐져 있다. 글을 써내려가는 당시의 상황과 생각, 때로는 숨겨진 의지까지 느껴지곤 한다. 글쓴이는 알고 있을까? 자신도 모르게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숨소리마저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글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순간의 기록을 넘어 인간의 마음, 감정, 때로는 자신도 알지 못했던 숨겨진 비밀이 기어 나오기도 한다. 결국 글이라는 건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를 넘어 세상을 향한 자신의 외침이자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한 한 사람의 노력이라는 것. 비록 눈에 띄게 세상을 변화시키지
다비드 상이 한국에 들어올 때 봤는데 멋졌다. 진품은 아니지만 아름다움은 진품이다. 다비드는 돌로 골리앗과 싸운 소년 다윗이다. 당시 고대 이후 남성 나신 상 중 최대 규모이다. 미켈란젤로는 조각만 하다가 처음 시스티나 천장 벽화를 그리게 됐는데 누워서 5년을 그리다 관절염도 얻고 두 번 다시 회화는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후에 또 그리긴 한다. 르네상스 미술을 다빈치와 이후 라파엘로와 함께 이끌었다.역시 조각의 대가로 지지않는 당당함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5월은 장미와 사랑의 계절이다. 봄이라 좋은 소식도 많이 들린다. 다비드처럼
지구와 병아리 병아리가 엄마따라두 발로 땅을 파요. 지구가 간지럽다고까르르 웃어요.
눈물내 눈은말오줌나무잎사귀눈 슴벅슴벅왠지슬풰어린말자지나무잎사귀대추 넣고 달여 먹으면다리 쑤시는 데도엄청 좋다던데 시작 메모암, 눈물은 깨끗하지. 기쁨보다 엄청 깨끗하지. 또 슬픈 눈물 때문에 떠오르는 말과 오줌과 나무는 서로 얼려 아주 깨끗할 걸. 그런데 우리 힘 겨운 두 다리는 아무리 슬퍼도 울 수 없어. 그저 쑤실 뿐.
어느 누구도 날더러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다허름한 산촌에 내려가 살라 하지 않았다장인 장모 모시고 살자는 아내의 간절한 소망과언제나 고마운 벗 윤시인의 귀향에 화들짝 놀라저지르고 보자 도망치듯 청산한 도시생활배반과 배신이 춤추는 도시진실과 정의를 왜곡하는 선택적 억압이 난무하고진짜 진실과 정의는 얄팍한 생각에 마구 베이고 찔리는 정치둘 곳 없는 마음 추슬러 자리잡은 산촌진돗개 구름이와별과 달 풀 나무 새 꽃 돌 땅 작물 바람과 함께 산 4년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넓어지듯처음 가는 이 길 낯설긴해도모든 것을 용서하
갈 길언제부터인가 나는 가장앞입니다뒤마저 뺏겼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제나보다 벌써, 천천히나보다 더 빨리, 늦습니다해님은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습니다그럼 가나요두 팔 짐짓가위처럼 치켜들고가,갑자기동막 갯벌 꽃게같이앞으로 앞으로, 그러나 가도 가도옆, 옆앞으로 갑니다 시작 메모두 번째 시집 『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를 내면서 이 시를 첫 시로 집어넣었다. 가재골로 내려와 살면서 낮고 겸손한 마음 갖고자 발버둥(?) 쳤으나 이미 나보다 더 낮고 겸손한 사람들 쌔고 쌨더라. 이제 와서 겸손이라니, 또 처절하지 못한 겸손이란 얼
참회 그날 광장에 나는 없었다.베트남이라 불리는 나라중위도로 북위 13도쯤 되는 곳꽝응아이라는 곳에 있었다. 그날의 함성은인터넷이라는 기괴한 기계 덕에시시각각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한 나라라는 거대한 조직을강남 뒷골목 그래도 조금은 유명한미장원 원장에게껌 찍찍 씹으며 반말 짓거리 할 듯한 그년이, 그 드런 년이그보다 조금 더 드러운 년을 개무시하며무슨 짓을 벌였던가? 울화가 치밀고 속내가 뒤집어지고혼잣 욕으로 씨부랄 좃도 해가며쳐 오르는 감정이 북받쳐맛대가리도 없는 그들의 독주를 많이도 들이켰다.함께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그 분
천륜 - 마혜경 비밀의 땅 파미르산양의 심장이 붉은 그림자를 그린다두 개의 꼬리가 깃발을 올린다늑대가 달린다 총 소리에 개가 달려간다 송곳니에 식도가 뚫린 개늑대 눈동자에 맺힌다우리 어디서 본 듯하다그러나 두 눈 꼭 감자새끼에게 돌아가려면주인에게 충성하려면지금은 삼만 년의 핏줄을 끓어야 한다 매너를 중요시하는 인간이 늑대의 새끼를 데려와엄밀히 말하면 훔친 뒤, 개로 키웠다지 패륜이라면 돌을 던지던 그들이늑대와 개 사이에서 무슨 짓을 한 걸까.
꽃 진 자리 벚꽃이 한창입니다.백옥처럼 하얀 꽃이 있는가 하면연분홍 부끄러움을 간직한 꽃도 있습니다.봄날의 미를 더해주는 꽃입니다. 봄비가 내리고 바람이 붑니다.화무 십일홍이라지만벚꽃은 이내 아쉽게 집니다.세상의 모든 꽃은 잠시 피었다가 집니다.우리네 젊음도, 삶도 잠깐이지요. 벚꽃잎 떨어진 자리는 그럴싸 합니다.목련꽃 진 자리 보다는 말이지요.꽃 진 자리에는 열매맺을 준비를 합니다.연초록 새 이파리 돋고버찌 열매가 오종종 맺힙니다.오월이 되면 새까만 진보라 버찌가 익고새들의 먹이가 되며도로는 버찌 열매 얼룩이 지겠지요. 꽃 진 자
오스카 핑갈 오플래허티 윌즈 와일드(Oscar Pingal O'Flahertie Wills Wilde)는 1842년 10월 16일 아일랜드(당시 영국) 더블린에서 태어나 감옥에서 넘어져 다친 귓병으로 1900년에 수술받으나 실패해 뇌수막염으로 1900년 11월 30일에 사망한다. 중간 이름은 의미 없고 본인도 오스카 와일드로 불리길 바랐다. 아버지 윌리엄은 유명한 안과 의사이며 작가이며 고고학자이고, 어머니 제인은 시인이며 성공한 작가다.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했다. 캐임브리지, 옥스퍼드 트리니티 칼리지와 다른
촛불 매형에게, 다시 쓰기1.그곳에가고 싶다들고 싶다외치고 싶다진실과 정의북받친다나 아무것도 아니지만네까짓 게 뭐냐 하겠지만서도나 아무것도 아니기에막, 가고 싶고 들고 싶다2.하늘엔 예쁜 별그 아래 비스듬 애들 키만큼눈썹 달 하나 그리고 나비록 가재골 머리 허연 노땅이지만3.촛불 드는 토요일이면 가고 싶습니다남부터미널 김밥집 앞씨뱅이 모자에 똥배낭 하나 걸머메고벌 치는 사람처럼 버섯 캐는 사람처럼도서관 갔다 오는 사람처럼합류하고 싶습니다시대가 아무리 타락해도, 막가도 기름져도진실과 정의, 무엇보다 양심 지니고 사는언년이 언놈이들,
들꽃작고 여린그리하여 우리 아주 보잘것없는들꽃이 되고 싶네가짜들꽃아닌 하늘하늘진짜 들꽃이왕보담도 짐승들보담도훨씬 잘 차려 입혀 주신다기 시작 메모곰곰 생각하니, 국민학교 4학년 때 덕수네 다락에서 이 얘기 저 얘기하며 별을 보던 그 무렵이 나한테는 진짜 들꽃 같았다. 다들 꿀꿀이 죽 먹고 와리바시 깎으며 루핑집에 살았지만 덕수도 착했고 나도 참 순수했다. 지금 같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무얼 볼 때나 들을 때나 말할 때 그때로 돌아가 듣고 보곤 한다. 내 마음 개똥갈이 밭뙈기 한 구석 염소 말목쟁이 곁에 하늘하늘 나부끼는 들꽃 같기
크리스티나 조지나 로세티(Christina Georgina Rossetti)는 런던에서 1830년 12월 5일에 태어나 1894년 12월 29일 유방암 재발로 사망한다. 미국 발음은 로제티이기도 하지만 영국인이고 영국식 영어에 따라 한국 문법으론 로세티가 맞다. 이탈리아 시인이자 정치 망명자인 가브리엘 로티 로세티와 바이런 경의 친구이자 주치의이자 작가인 존 윌리엄 폴리도리의 여동생 프랜시스 폴리도리 사이에서 태어났다. 외삼촌 존 윌리엄 폴리도리는 최초 흡혈 소설 『뱀파이어』를 썼으니 엄마 쪽도 작가 기질이 있다. 두 명의 오빠들과
모가지 힘 빼기 세월이 그 빌어먹을 세월이살아가는 것이 그 빌어먹을 삶이숨 쉬는 것조차 힘든 시간을 만났을 때슬기롭게 이겨내는 방법‘모가지 힘 빼기’ 모가지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지가 상전인 양 갑질을 해대고얼굴에는 교만이나 자만이 가득하고나 아닌 사람들은 뒤에서 수근 수근나만 모르는 벌거벗은 임금처럼 되기 전에‘모가지 힘 빼기’ 힘 빼는 것이 어찌 그리 쉽겠냐마는모가지, 배때지, 눈, 어깨쭉지에 후까시를 빼는 순간마음은 둥글어지고말씨는 부드러워지고얼굴에는 웃음이 피고멀었던 이웃이 가까워지고 이왕이면온몸에 힘 빼면 더 좋겠고...
어떤 의자 - 마혜경 사람이 다가온다연필처럼 걸음이 걸음을 긋고 온다그는 지팡이를 짚고 있다지팡이가 점을 찍으면 두 발이 점을 잇는다그 사람이 지팡이보다 늦게 걸어온단 말이다사람이 지팡이를 따라오는 것 같지만사실 지팡이가 친절한 사람에게 밀려오는 것이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지팡이는 길을 알고 사람은 모른단 말이다지팡이가 수명을 다해 부러지면사람은 길을 몰라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그의 가슴이 부러진 지팡이를 품으면그것이 의자란 말이다두 개의 다리로 일어설 수 없을 뿐우리는 여태 그것을 모른단 말이다
개표가 끝난 아침절망의 가슴 쓸어내리며 봄 풀린 산길 걷는다불면에 지친 어깨에위로처럼 따스한 햇살 내려앉는다산촌의 봄꽃은 지각 대장이다늦게 피어서 죄송하다매화 앵화 행화 도화 이화 기생 같은 꽃들이 피고답답한 가슴 꽃들에게 맡긴다수줍은 총각처럼 연녹색 새순들도 고개 내민다선잠 깬 산새들 춘정에 겨워 날개짓 가볍다바둑돌 쏟아지듯 계곡물도 반긴다바다로 가는 먼먼 여행길막아서는 바위들이 야속하다바윗덩이 막는다고 흐르지 못할소냐발원하여 지금까지 수많은 돌들 헤치며 흘러왔는데바다로 향하는 마음들 모으고 모아바위 따위 스치
봄비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그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고. 나 잠든 사이에보슬보슬 비가 온 것은 알았는데 온통 산마다온통 들마다 새싹이 돋아나고꽃들이 한바탕 피었어. 넌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민 것이야?
돌이켜보면 걸어온 길간절함 배어 있지 않은 발자국은 없었다당신과 나, 우리를 속이는 현실 한없이 얄미울 때정치가 죽고 적폐가 승리를 환호할 때기다림의 시를 쓰자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촛불들어 밝혔던 소원이 짓뭉개지고쌓여 있던 폐습이 청소되지 못하고다시 시퍼렇게 살아나 아니 붉게 살아나더욱 사납게 난동을 부리니별들도 빛을 잃고 달도 기울어 우는구나그래도도도한 정의의 흐름을 가로막을 순 없다진실의 역사를 없앨 수 없다기다림의 시를 쓰자과거로의 회귀냐 불안해 하지 말자분노하고 반성하다보면 미래로의 전진도 힘을 받나
또 하나의 공연을 놓쳤다. 코로나 감염예방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공연장의 일정 비율로만 관객을 받으며 1칸 띄어앉기를 시행하다 보니 많은 수의 공연이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가 보다. 지난 2월에도 목 프로덕션의 2개의 연주회와 KBS교향악단의 정기공연이 매진이라 못 갔고 이번 4월 9일 금요일의 앙상블 오푸스의 제17회 정기연주회 역시 알아보니 매진이라고 한다. 작년 이 맘때즘 우후죽순으로 연주회들이 취소되고 강제적으로 홀이 폐쇄된걸 상기하면 언제 또 공연장이 셧다운 되고 문 닫을지 모르니 뭐든지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