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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티의 생일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1.04.13 19:19
  • 수정 2022.06.2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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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생일을 맞은 모든 이를 축복하며

크리스티나 로세티(사진=위키백과 갈무리)
크리스티나 로세티(사진=위키백과 갈무리)

 크리스티나 조지나 로세티(Christina Georgina Rossetti)는 런던에서 1830년 12월 5일에 태어나 1894년 12월 29일 유방암 재발로 사망한다. 미국 발음은 로제티이기도 하지만 영국인이고 영국식 영어에 따라 한국 문법으론 로세티가 맞다. 이탈리아 시인이자 정치 망명자인 가브리엘 로티 로세티와 바이런 경의 친구이자 주치의이자 작가인 존 윌리엄 폴리도리의 여동생 프랜시스 폴리도리 사이에서 태어났다.

 외삼촌 존 윌리엄 폴리도리는 최초 흡혈 소설 『뱀파이어』를 썼으니 엄마 쪽도 작가 기질이 있다. 두 명의 오빠들과 한 명의 언니가 있다. 큰오빠 단테는 영향력 있는 화가이자 시인이고, 언니 마리아와 오빠 윌리엄 모두 작가이며 월리엄은 저명한 평론가이기도 하다. 막내인 크리스티나는 활기찬 아이였고 글을 배우기 전에 어머니에게 첫 이야기를 받아쓰게 했다.

 종교적인 작품, 고전, 동화, 소설을 공부하게 한 어머니에 의해 집에서 교육받아 12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가 양도~~’ 동요도 그녀 작사다. 그들의 집은 이탈리아 학자, 예술가, 혁명가들이 많이 방문했다.

 1840년대에 가족은 아버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악화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1843년 아버지는 영구적인 기관지염, 아마도 결핵으로 진단받았고 시력을 잃어 킹스 칼리지에서 교수를 포기하고 11년을 더 살았지만 우울증을 앓았고 다시는 몸도 회복하지 못했다.

 로세티의 어머니는 가족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가르치기 시작했고, 형제들이 일과 학업으로 떠나자 로세티는 점점 더 고립되었다. 14살이었을 때, 그녀는 신경쇠약에 걸려 학교를 떠났고 우울증과 관련된 질병이 어어졌다. 이 기간 동안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언니는 영국 교회에서 발전한 성공회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종교적 헌신은 로세티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0대 후반 로세티는 화가 제임스 콜린슨과 약혼한다. 그는 그녀의 오빠들과 마찬가지로 전위 예술 단체인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다. 라파엘 전파는 라파엘을 비판하면서 그 전처럼 자연을 그리자는 유파이며, pre는 이전을 의미한다. 제임스가 천주교로 돌아가 1850년에 깨졌다. 천주교과 성공회는 다르다. 14년 후에 아버지의 제자 언어학자 찰스 케일리와 사귀지만 그가 무교라 찰스가 죽을 때까지 친구로만 지냈다. 세 번째 구혼자는 화가 존 브렛이지만 그녀가 이미 결혼에 뜻이 없어 거절했다.

 오빠 그림의 모델을 했으며 폐결핵, 협심증, 갑상선 질환(바세도우씨 병), 유방암, 우울증을 앓았고, 1857년경에는 종교적 위기를 겪었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이후 인정받는 여성 시인이었고, 시인 테니슨에게 찬사받았으며 테니슨 다음 계관시인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로세티의 유명한 사랑 시는 모를 사람이 없기에 마지막 시는 한국에서 거의 번역본을 본 적 없는 철학적인 시로 골랐다. 4월에 생일을 맞는 모든 이에게 사랑을 전한다.

 

Remember  

 

Remember me when I am gone away,        

Gone far away into the silent land;

When you can no more hold me by the hand,

Nor I half turn to go yet turning stay.

Remember me when no more day by day

You tell me of our future that you plann’d:                      

Only remember me; you understand

It will be late to counsel then or pray.                  

Yet if you should forget me for a while

And afterwards remember, do not grieve:        

For if the darkness and corruption leave

A vestige of the thoughts that once I had,

Better by far you should forget and smile

Than that you should remember and be sad.

 

기억해줘요

 

나를 기억해줘요 내가 떠나          

침묵의 땅으로 멀리 갈지라도      

그대 더 이상 안을 수 없거나                      

내가 죽어가더라도            

나를 기억해줘요 더 이상 날마다                                

그대 그렸던 우리 미래를 말할 수 없더라도  

나만을 기억해줘요. 그대는 알죠      

변명도 기도도 이미 늦은 걸                        

그대가 잠시 나를 잊어야 한다면

훗날 기억해줘요 슬퍼하지 말고

나의 어리석고 잘못된        

생각이 사라진다면                                        

그대가 잊지 않고 슬프기보다

잊고 웃는 편이 더 나으니

 

 내가 죽을 때를 기억하란 소리가 아니라 내가 죽더라도 나를 기억해달라는 말이니 when은 though로 해석해야 한다. 죽는 순간을 기억하란 말이 아니다. Nor I half turn to go yet turning stay는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상태, 거의 죽어가는 걸 말한다. 숨을 헐떡이다나 목숨이 더 몸부림치지 못한다는 번역도 있지만 시적이지 않다.

 변호도 한국어에선 변명하고 감싸주는 것이니 counsel을 변명으로 번역했다. darkness and corruption를 어둠과 부패로 번역하면 뜻이 와 닿지 않는다. 자기가 한때 가졌던 늘 기억해달라는 어리석고 잘못된 생각이 떠나면 당신이 행복한 게 좋은 것이니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둠이니 부패는 시적이지도 않다. 시인의 원 의도를 잘 번역해야 한다. yddy yddy ee eded로 각운을 잘 맞췄다.

 로세티는 급성 폐렴으로 죽을 고비도 넘겼고, 1893년에 유방암 수술을 했지만 다음 해 재발하여 사망한다. 평생 죽음의 고통과 죽은 후 잊혀지는 불안을 느꼈을 거다. 결혼도 안 해 자식도 없었으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진다는 절망감을 많이 가졌을 듯하다. 게다가 존경했던 큰오빠 단테가 자리에 누워 10년을 투병하다 50대에 죽어 엄청난 충격도 받았다.

 우리 모두는 이성으로는 연인이 나를 잊고 행복해야 함을 알지만, 감성으로는 고통스럽더라도 나를 기억해주길 바란다. 변명과 안일한 기도보다 살아있을 때 적극적 지지가 필요하다.

 

A Birthday

 

My heart is like a singing bird

Whose nest is in a water’d shoot;                

My heart is like an apple-tree

Whose boughs are bent with thickset fruit;

My heart is like a rainbow shell

That paddles in a halcyon sea;

My heart is gladder than all these

Because my love is come to me.

 

Raise me a dais of silk and down;    

Hang it with vair and purple dyes;                

Carve it in doves and pomegranates,

And peacocks with a hundred eyes;

Work it in gold and silver grapes,                                      

In leaves and silver fleurs-de-lys;  

Because the birthday of my life

Is come, my love is come to me.  

 

생일

       

내 마음은 높은 가지에 둥지 튼

노래하는 새이고                        

내 마음은 무성한 열매로

가지가 휘어진 사과나무고                                    

내 마음은 고요한 바다를

휘젓는 무지개 빛 조개이나      

내 가슴은 이보다 기쁩니다

내 사랑이 오기에                      

 

실크와 깃털 단상에 나를 세워        

그곳을 모피와 보라색으로 꾸미세요    

비둘기와 석류와

백 개의 눈을 가진 공작을 새기고

금 은색 포도와

흰 백합과 잎을 수놓으세요                          

내 삶에 생일이 오기에                  

내 사랑이 오기에

 

 시인이 제목을 내 생일로 하지 않고 그냥 생일로 한 건 실제 태어난 날을 말하는 게 아니라 연인을 맞이하기에 인생에 다시 태어나는 생일이기 때문이다. 보통 1연만으로 전문이라고 하거나 1연에 2연의 마지막을 잘라 붙여 해석한 것도 있는데 2연까지가 전문이다. 일부 번역자들이 시를 번역할 때 자기 맘대로 자르고 생략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인의 시를 함부로 재단하면 절대 안 된다. 시인의 의도와 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down과 dyes는 발음 슬랜트로 비슷한 발음을 배치함을 말한다. water’d shoot에서 water’d는 watered로 e를 ’로 바꾼 거고 shoot은 어린 가지, 새싹을 말한다. watershoot는 웃자란 가지다. bird와 슬랜트로 water’d를 쓴 듯하다. 윗가지에 둥지를 지어야 뱀이나 천적으로부터 안전하다. fruit 각운과 열매 가지 의미를 맞춘 거고 물가로 번역한 건 오류다. 물가에 둥지 틀면 떠내려간다. is come은 come, came, come 마지막 과거 분사며 has come보다 문어체이다.

 조개는 헤엄칠 수 없다. 가리비만 헤엄치는 조개로 부른다. 위험에 처하면 두 껍질을 여닫으면서 분출되는 물의 반작용을 이용해 몸을 띄워 움직이는데 토끼가 팔짝팔짝 뛰는 것 같고 헤엄치다로 묘사한다. 여기선 무지개색 조개를 말하니 헤엄치기보단 돌아다니는 걸 뜻한다. 춤추다나 헤엄치다로 한 번역들도 있는데 다양하게 해석할 순 있다. 휘어진과 어감을 맞춰 필자는 휘젓다로 했다. 백 개의 눈을 가진 공작은 꼬리의 동그란 무늬를 눈으로 표현한 거다.

 silver fleurs-de-lys에서 실버는 위 행 실버와 맞춘 거고 그녀의 다른 시 「In The Willow Shade」에서도 흰 버드나무를 ‘silvery weeping willow tree’로 흰색을 실버로 표현하니 여기서도 흰 백합을 말한다. 마지막 5행 첫 부분을 한 글자로 글자수도 맞추면 더 시적이다. carve는 식탁에서 고기를 썰어 나누다도 된다. 예전엔 공작 요리 후 공작 깃털을 꽂아 장식해서 식탁에 올리기도 했는데 요리도 연상하는 이중적 의미란 생각도 든다.

 dais라는 연단, 단상이 어떤 건지 잘 알아야 해석을 잘할 수 있다. 연단은 원래 가정집을 만들 때부터 부엌 벽면과 연결된 부분에 한 단을 높게 건축한 마루 같은 건축양식이다. 탁자처럼 가져올 수 있는 게 아닌데 raise를 마치 테이블 가져오듯 연단을 가져오라고 한 번역은 틀렸다. 모양은 천주교 제단과 공주 침대를 연상하면 된다. 조각이 새겨있고 천으로 커튼을 드리우기도 한다. 실크 천에 깃털 장식을 한 연단에 나를 올리는 걸 상상하면 된다.  

 모피는 귀한 물건이고 귀족들은 옷에 장신구처럼 걸기도 했고, purple 보라색은 왕족, 귀족이 고귀한 색이라 생각해서 보라색 옷을 즐겨 입기도 했다. 예전 시들에선 purple이 진홍색, 붉은색이기도 하다. purple은 pomegranates과 두운을 맞췄다. 이 시에선 복장이 아니라 연단을 장식하는 걸 말하지만 이것도 본인이 모피와 보랏빛 옷을 입고 싶지만 종교적 경건함 때문에 연단 장식으로 끝난, 중의적 의미일 수 있다. 모피를 걸다 보다 꾸미다가 더 시적이라 꾸미다로 했다.

 비둘기, 공작, 석류, 포도, 백합 등은 종교와 회화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비둘기는 성령과 평화, 공작은 천국과 불멸, 고대 그리스인들이 공작의 육체는 죽은 후 부패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불멸을 상징한다. 초기 기독교에 이어졌고 꼬리 깃털 눈 무늬는 모든 것을 보는 하느님과 교회, 우주를 뜻한다. 통치하는 곳 왕좌를 영국령으로 교체하는 것과 부활과 오만을 상징하기도 한다.

 포도는 가장 성스러운 과일이고 석류는 꼭지에 6개 잎이 왕관을 닮아 면류관을 상징하기도 하고, 씨를 많이 가져 왕권, 희망, 내세의 삶, 부활, 교회, 많은 교인, 다산, 풍요, 번영을 의미하기도 하며 영광과 아름다움도 상징한다. 백합도 신성, 평화, 순결을 뜻하고 성공회에선 성모 마리아를 상징한다. 연인을 위해 최고로 꾸미지만 어쩜 시인의 사랑은 종교일지도 모른다. 성령과 천국과 하느님과 성스러운 면류관과 성모 마리아. 종교를 위해 결혼도 포기했고 시에서도 본인을 꾸미기보다 연단만 꾸미니 그럴 수도 있겠다. 게다가 시를 쓸 시기엔 연인이 없었고 로세티에게 종교적 위기가 있어서 더욱 매달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my life는 내 연인의 뜻도 있으니 내 연인의 생일일 수도 있다.

 대관절 내 생일인가 연인의 생일인가 신의 생일인가? 연인 생일을 꾸며주든, 신앙의 재탄생이든 어떠리. 시는 읽는 자의 상상력이다. 개인적으론 소유격이 중요한 영어에서 my birthday라 하지 않은 건 신앙심 깊은 시인이 신을 칭송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생일 시는 하나인 거 같고 새가 노래하고 사과 수확도 10월 가을이고, 실제 시인은 겨울에 태어났다. 물론 상관없지만 내가 쓴다면 내 계절에 맞출 거 같다. 연인의 생일이라도 본인을 치장할 텐데 자신을 가꾼다는 말도 전혀 없다. 어쩌면 자기 자신, 연인, 하느님 모두를 찬양하는 의미를 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모든 번역은 그 문화를 알아야 더 잘 이해하고 옮길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에 집에서 우울해 하지 말고 많은 책들을 읽자.

 

Aloof  

 

The irresponsive silence of the land,

The irresponsive sounding of the sea,

Speak both one message of one sense to me:--

Aloof, aloof, we stand aloof, so stand

Thou too aloof, bound with the flawless band  

Of inner solitude; we bind not thee;                            

But who from thy self-chain shall set thee free?

What heart shall touch thy heart? What hand thy hand?                        

And I am sometimes proud and sometimes meek,

And sometimes I remember days of old   

When fellowship seem'd not so far to seek,              

And all the world and I seem'd much less cold,

And at the rainbow's foot lay surely gold,    

And hope felt strong, and life itself not weak.  

 

냉담한

               

대답 없는 침묵의 땅                                  

대답 없는 깊은 바다          

내게 말한다                                  

냉담한, 냉담한, 우리가 냉담하여        

그대도 냉담하니 맺어라 내면 고독과  

완전한 유대를. 우리는 그대 묶지 않으니  

누가 그대를 스스로의 사슬에서 풀어주는가?                  

누가 그대를 위로하나? 누가 그대 손 잡아주나?              

나는 때론 당당하고 때론 무력하여        

때때로 옛날을 추억합니다.

친구가 멀리 있지 않고                                  

세상과 내가 냉정하지 않고          

무지개 끝에 황금이 있고            

강한 희망으로 삶이 나약하지 않던                  

 

 --는 여기서 땅과 바다가 말하는 걸 의미한다. 무지개 끝에 황금이 있다는 건 무지개 끝에 황금 항아리가 있다는 미신이다. 영국 북아일랜드 신화에 붙잡으면 보물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장난기 많은 레프러칸( leprechaun)이라는 작은 초록색 요정이 무지개를 타고 다니는데 무지개 끝에는 요정이 숨겨놓은 황금 항아리(a pot of gold hidden by the leprechaun)가 있다.

 a crock (pot) of gold at the end of the rainbow는 결코 얻을 수 없는 보답이나 부를 말하며 crock은 항아리지만 쓸모없는 것, 거짓말(쟁이), 괴짜, 동사로는 폐인되다도 돼서 무지개 같은 허황한 걸 쫓으면 안 된다는 의미를 주는 거 같다. 무지개 끝에는 황금이 없지만 시인은 그런 희망을 말한다. 희망은 무지개 끝에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끝에 있다. 인간의 행동과 양심과 발전이 황금을 만든다. 본인에게도 남에게도 가치 있는 삶을 주는 황금이 되자.

 냉담한 세상이다. 내가 남에게 등 돌리면 남도 내게 등 돌린다. 아직 그 등이 보이지 않는다고 오지 않는 건 아니다. 삶은 내가 가꾸는 모양대로 이루어진다. 당신의 삶은 어떤 모양인가? 4월은 잔인한 달, 엘리엇의 「황무지」 시에 나온다. 잔인해서 잔인한 게 아니라 꽃피는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 자신의 비참이 더 느껴진다는 반어법이다. 잔인한 아름다움. 겨울 눈으로 덮었던 고통이 드러나는 감정의 잔인. 우리의 4월은 새로운 탄생으로 아름다우리.

                                                                                                              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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