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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바다로 가는 길

김문영 글지
  • 입력 2021.04.1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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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길>

 

개표가 끝난 아침

절망의 가슴 쓸어내리며 봄 풀린 산길 걷는다

불면에 지친 어깨에

위로처럼 따스한 햇살 내려앉는다

산촌의 봄꽃은 지각 대장이다

늦게 피어서 죄송하다

매화 앵화 행화 도화 이화 기생 같은 꽃들이 피고

답답한 가슴 꽃들에게 맡긴다

수줍은 총각처럼 연녹색 새순들도 고개 내민다

선잠 깬 산새들 춘정에 겨워 날개짓 가볍다

바둑돌 쏟아지듯 계곡물도 반긴다

바다로 가는 먼먼 여행길

막아서는 바위들이 야속하다

바윗덩이 막는다고 흐르지 못할소냐

발원하여 지금까지 수많은 돌들 헤치며 흘러왔는데

바다로 향하는 마음들 모으고 모아

바위 따위 스치고 넘으면 강물 만나기 멀지 않다

반성하고 쇄신하여 출렁출렁 흘러가면

곧 바다에 닿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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