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케 안에 있던 어떤 끈이 뚝 소리 내며 끊겼다. 아마도 그건 아버지 어머니와 맞닿아 있기를 바라는 마지막 마음의 끈일 터였다. 그것이 뚝 끊겼다.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나오는 말이다. 사업에 실패한 가족과 야반도주한 아들 고스케가 아버지에게 느꼈던 끊어진 마음의 끈이다. 아들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강물로 차를 몰고 갈 심산이었던 부모였다.컬트 삼총사가 해체된 게 궁금했다. 그저 한 사람이 너무 뛰어나서 팀을 떠났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실제로 해체된 후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더 친했던 두 사람의 뒷담화
저만큼 영화와 ost가 딱 맞아 떨어지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베를린 국제 호러 영화제에 갔다 숙소에서 만난 영화 스텝 한다는 한국 남자를 따라간 거다 그와 여러 편을 같이 보았는데 그 중 두 작품이 맘에 들었고 첫 번째 본 영화의 ost가 beautifool 이었다 독일 사람들은 영화가 다 끝나도 나가지 않는다 자막이 다 올라오고 완전히 모든 영상이 끝나야 끝나도 끝난 거다 나도 늦게 일어나 마지막 ost 자막에서 저 노래 제목을 보았다먼저 나갔으면 놓칠 뻔했다 바보 같은 아름다움, 아름다움은 바보다 라는 영화 주제에 딱 맞는다
미국에서 민박을 했다. 계약서를 쓰는 첫날, 사무실에 남자애가 무릎에 손을 모으고 조신하게 앉아 있었다. 첫인상에 피부가 참 깨끗하지 못하단 생각을 했다. 여드름 자국이 그대로인, 얼굴에 전혀 투자하지 않는 남자애다. 내 속도 모르고 나를 보며 해맑게 웃는다. 그렇게 웃지 마라, 넌 웃어 봤자 이미 매력은 없다. 내 입주 동기다. 한 날은 밥 사 준다 길래 한류 메뉴인 비빔밥 랩을 먹었다. 주문할 때 녀석에게 피클을 빼 달라 했는데 들어있다. “너 이거 빼라 했잖아” “말했어요”그러면서 자기 방금 화장실에서 손 씻었다고 나를 안심시
이순신 장군 탄신일이다. 목숨을 다해 나라를 구했는데 요즘 애들은 목숨도 걸지 않는데 나라를 외면한다. 난중일기에는 생즉필사 사즉필생이 아니라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라고 썼다. 손자병법과 함께 중국의 양대 병법서로 꼽히는 오자병법의 必死則生 幸生則死(필사즉생 행생즉사),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고, 요행히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를 약간 바꾸었고, 생즉필사 사즉필생 등 모두 다 같은 말이다. 그런 구호로 300척 이상의 배를 12척으로 막아낸 게 아니다. 진영을 불태웠다 한다. 나가지 않으면 돌아올 곳이 없는 진퇴양난
나는 폼 나는 반장이었고 걔는 폼 없는 루저였다. 이원수. 그 아이의 이름이다. 그 이름을 보면서 저 애의 부모는 쟤를 얼마나 원수같이 여겼으면 이름도 저렇게 지었을까 의아했다. 옷은 항상 다 낡아빠지고 늘어진 진한 국방색 티, 게다가 여기저기 구멍도 많다. 얼굴도 시커멓고 몸에 때 국물이 줄줄 흘렀고 몇 달을 씻지 않은 상태였다. 원수는 수업에 거의 참가하지 않았다. 교실에 진열된 장식품처럼 들어와만 있는 존재였다.수업 시작을 알려도 바닥에 누워 잠만 잤다. 선생님도 포기하셨는지 간섭하지 않았다. 그 애와 나의 전쟁은 매일 시작되
내 머리 어때?첫 독일 여행에서 게스트 하우스 룸메이트는 게이였다베를린에 가기가 무서웠다 워낙 반공 이미지로 자란 나는 그 도시 소식을 부정적으로 들었고 문화적 매력이 있는 곳도 아니었다 하지만 큰 맘 먹고 길을 떠났다 여름에 도착한 그 곳의 밤 9시는 대낮보다 밝았다 백야라 한다 거기도 백야가 있는 줄 몰랐다 알래스카나 북유럽에만 있는 거 아닌가 겨우 밤 11시가 되어서야 어둑어둑해졌고 늦게 나다녀도 안전해서 좋다고 생각했다 4인 룸에 나 혼자 방을 써서 신났다 문을 걸어 잠그고 잠을 자는데 누군가 얼굴을 들여다보는 인기척에 눈
자율 주행 자동차가 나온 마당에도 여전히 산타의 썰매지기 루돌프는 정체성은 순록이나 사슴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순록인데 발음이 노래로 어울리지 않아 사슴으로 부르는 거지 원래는 순록이다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호랑이가 고양이과라고 해서 고양이로 불러도 되냐 하면서. 루돌프는 순록이지만 한국어에선 사슴으로 불러도 된다. 사슴이 종으로는 순록과 다르지만 국문법에서 사슴은 사슴과 동물을 총칭하는 단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종속과목강문계가 아니라 고라니, 순록, 사슴 류를 다 사슴으로 명명한다. 그러므로 루돌프가 한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