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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관이 없는 아이들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1.04.28 10:51
  • 수정 2021.04.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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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즉생 필생즉사

이순신 장군(사진=네이버 갈무리)
           이순신 장군(사진=네이버 갈무리)

이순신 장군 탄신일이다. 목숨을 다해 나라를 구했는데 요즘 애들은 목숨도 걸지 않는데 나라를 외면한다. 난중일기에는 생즉필사 사즉필생이 아니라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라고 썼다. 손자병법과 함께 중국의 양대 병법서로 꼽히는 오자병법의 必死則生 幸生則死(필사즉생 행생즉사),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고, 요행히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를 약간 바꾸었고, 생즉필사 사즉필생 등 모두 다 같은 말이다. 그런 구호로 300척 이상의 배를 12척으로 막아낸 게 아니다. 진영을 불태웠다 한다. 나가지 않으면 돌아올 곳이 없는 진퇴양난이다. 탈영하면 되지 하겠지만 탈영은 곤장 50대이며 두 번째는 사형이고 잡히지 않으면 가족, 친족에게 해가 되었다. 곤장 50대 맞고 말지 하지만 그 당시 그 정도 맞으면 혈관 터지고 고름 터지고 약 없어 죽을 수 있다.

그렇게 구한 국가인데 신세대들은 통일을 반대한다. 

독일 여행지에서 대학생 애들을 만났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했다. 통일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우리가 왜 통일해야 하냐고, 그게 다 세금이라고, 북한 먹여 살리느라 자기들 가난하게 살기 싫다고 통일 반대라고 한다. 요새 애들의 정신 상태가 참담했다. 아버지가 군인이라 내가 국가관이 강한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통일은 경제문제가 아니라 인권문제다. 우리는 좀 덜 사치하고 사는 문제지만 그들은 죽고 사는 문제다. 숙소에서 일하는 연변 아줌마를 만났다. 그녀로부터 북한 실상을 들었다. 북한은 아이들 잡아먹고 한다고 식량난 때. 자기 아는 아가씨도 언니네 집을 갔다 왔는데 그 가족이 못 먹어 피골이 상접하고 기운 없었는데, 야밤에 형부가 시퍼런 식칼을 가는데 언니가 서슬이 되어 동생에게 너 빨리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그래서 도망쳐 나왔다 한다.

그래도 언니는 피붙이라 동생을 죽일 수 없어 알려준 거라고.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고 힘없는 꽃제비들 죽여서 살을 먹고 길거리에 뼈만 너부러져 있다 한다.

독일에서 북한 기독교 간증 테이프도 들었다. 거기엔 기독교 수용소의 처참함이 육성 녹음돼 있었다. 수용소 탈출한 여자 분이었는데 북한에서 고위층이었다가 끌려갔단다. 매일 아침 모아놓고 기독교 계속 믿을래? 믿는다고 하면 쇳물을 들이 붓는다고. 모두 척추가 녹아 휘고 몰골이 말이 아니라 한다. 가죽만 붙어 겨우 연명한다 말한다. 그런 상태인데 한국 젊은 층들은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에 돌아와 탈북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분들 말이 자기들끼리 북한을 두더지 사회라 부른다 한다. 저녁 6시만 되면 전기 불도 제대로 공급 안 돼 도시 전체가 불이 꺼져 있고, 갈 데도 없어 다 집에 들어가 잠만 잔다고. 서울의 이렇게 화려한 밤거리 놀랍다고. 뭐가 제일 맛있냐 하니 피자가 정말 최고라고 해서 사 주었다.

인권과 자유, 그게 바로 우리가 통일해야 할 이유다.

북한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자유도 없다는 게 문제다. 쉴 권리, 직업을 고를 권리, 자유로운 의사 전달을 할 권리 등은 그곳에선 꿈도 못 꾼다. 일단 이동의 자유도 없다. 가족을 만나러 다른 도시로도 맘대로 못 간다는 게 그곳의 현실이다. 돈이 없어 비싼 걸 살 자유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좋은 걸 바라볼 자유조차도 없다.

삶이 제시되지도 못하는 컴컴한 동굴 속에 우리 형제들이 두더지보다 못한 목숨으로 파묻혀 있는 거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같은 숨을 쉬고, 같은 피가 돌며, 먹고 편히 자면 행복할 그런 사람들이 죽어간다. 내가 명품 가방 하나 둘러메고 가로수 길을 누비며 어떤 브런치를 먹을까 생각하는 동안, 그는 검은 비닐봉지 들고 노동 길을 밟으며 풀뿌리를 캔다.

전쟁도 아니다. 아프리카도 아니다.

단지 조국이 둘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참상이다.

한민족 의식이 없더라도 한 인간으로서 안타까움을 느껴야한다. 대한민국은 통일 사이코패스가 되어가고 있다. 통일에 대해 무감각하다. 경제적으로 봐도 통일되면 풍부한 북한 자원으로 더 강국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원하는 ‘더 잘 살 수’ 있다. 3D 업종 싸게 쓸 수도 있다.

그들은 죽어가고 나는 살아있다. 단지 우리가 조금 더 운이 좋을 뿐.

자유가 없다는 건 누구와의 차이마저도 알 수 없게 만든다. 그들에게도 이런 선진 삶이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기적인 국가관보다 이타적인 국가관으로 대한민국을 더욱 더 발전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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