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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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ool
  • 김정은 전문 기자
    김정은 전문 기자 1poemday@naver.com
  • 승인 2021.05.3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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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바보

 

저만큼 영화와 ost가 딱 맞아 떨어지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베를린 국제 호러 영화제에 갔다 숙소에서 만난 영화 스텝 한다는 한국 남자를 따라간 거다 그와 여러 편을 같이 보았는데 그 중 두 작품이 맘에 들었고 첫 번째 본 영화의 ost가 beautifool 이었다 독일 사람들은 영화가 다 끝나도 나가지 않는다 자막이 다 올라오고 완전히 모든 영상이 끝나야 끝나도 끝난 거다 나도 늦게 일어나 마지막 ost 자막에서 저 노래 제목을 보았다

​먼저 나갔으면 놓칠 뻔했다 바보 같은 아름다움, 아름다움은 바보다 라는 영화 주제에 딱 맞는다 첫 장면은 왕이 아름다운 여자를 왕비로 삼는 신이다. 500년을 산 마녀였는데 그녀는 청혼을 완강히 거절하고 있었다 그러나 왕은 그녀를 사랑해서 약탈해온다 한국식 보쌈이다 드디어 첫날 밤, 승자는 전리품을 획득한 듯 득의만만이다 신부의 면사포를 올리는 순간 그는 기절할 정도로 놀란다

​아름답던 왕비는 500살 늙은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부질없는 아름다움에 속는 어리석음을 경고했고 달아나는 왕의 얼굴을 할퀸다 최대 난관이다 그녀가 할머니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에 상처가 생긴 것이 문제였다 그 나라는 가장 잘 생긴 사람이 왕이 되는 나라다 아름다움 국가, 미의 국가였던 거다 얼굴에 조그마한 흠집이 있어도 왕위를 박탈당한다 왕의 취미는 번지점프다 거꾸로 매달려서 그가 보는 건 못생긴 사람들이 추방되어 사는 지하 세계다 그걸 한 번씩 구경하면서 자신의 자만심을 고양하는 게 유일한 취미였던 그는 이제 그 어둡고 더러운 지하 세계로 자기도 내쫓김을 당할 처지가 되었다

​그는 흉터에 부분 가면을 하고 정치를 한다 복면가왕인 셈이다 하지만 곧 들켜버려 지하로 쫓겨난다 그곳에서 부족한 양식과 오염된 환경으로 점점 흉한 몰골이 된다 신체를 바로 잡으려 밀매꾼에게 모은 돈을 주고 다른 사람의 깨끗한 팔과 자신의 썩은 팔을 맞바꾸려한다 그런 교환이 수시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밀매꾼은 사기꾼이었고 왕은 팔이 하나 잘려나간 더 추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그는 발버둥쳤다 다시 아름다움을 얻어 왕국을 통치하려 했고 사람들에게 비웃음이 되어 버린 초라한 자신을 회복하려 했다 그를 돕는 착한 소녀가 말한, 목숨을 걸고 찾아가야 하는 어느 깊은 숲속 비밀의 연못에 들어가면 다시 아름다움을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을 믿는다 물속에 들어간 왕은 얼굴의 흉한 흉터도 사라지고 팔도 다시 얻은 완벽한 자신을 보게 되지만 그건 환상이었다

기대감에서 물에서 나온 몽환가를 기다리고 있는 건 그전보다 더 일그러진 모습일 뿐이었다 왕궁으로 노리개처럼 끌려가 여왕이 된 마녀와 하인들에게 조롱을 당하는 그에게 마녀는 다시 묻는다

아름다움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내용은 대충 그랬고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는 이제 자신을 받아들이고 더 이상 헛수고를 하지 않는다 지하세계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즐겁게 끝난다

영화가 끝난 후 로비에서 선 채로 파티처럼 리셉션이 있었고 일반인도 갈 수 있었다 독일 배우들은 연예인 병이 없다 친구처럼 와인 들고 같이 옆에서 사진 찍고 얘기한다 남자 배우는 소탈하지만 멋진 스프라이트 와이셔츠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실물에 실망했다 나는 그에게 영상이 더 낫다고 말했고 그는 당황하지 않고 쿨 한 척 과하게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영화가 좋았냐고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오래 얘기하며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어 주었다

영화 주제에 맞는 인물을 고른 듯, 여배우도 극 중에서는 최고 미녀로 나오지만 화면과 실물 둘 다 이쁘진 않았다 우락부락한 매니저 덕에 못생겼다는 돌직구를 할 순 없었다 타국에서 개죽음 맞이할 일 있나? 매니저 겸 보디가드 한 명만 대동하고 여러 사람들 속에 빽빽이 섞여 서서 대화하는 모습이 한국과 너무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인상적인 건 작가와의 만남이었는데 코가 루돌프인 술을 좋아하는 아저씨였다 어느 정도 걸려 쓴 작품이냐고 했더니 2년 전에 구상하고 6개월 만에 쓴 작품이라고 한다 자기는 호러 쪽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자신이 쓰고 영화화 된 SF 캐릭터 스티커를 줬는데 최근까지 가지고 있다가 버렸다

마녀는 인간들이 아름다움에 집착해 그것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고 성공의 척도가 되는 세상을 조롱한 거다 탐욕에 집착할수록 비참한 결과를 얻는다 주제도 좋았지만 내가 감동받은 부분은 왕이 미모를 복구하려고 아무리 애써도 철석같이 믿었던 회복의 진실도 다 외면 받는 부분이었다 당시 나는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독일을 간 거고 그 장면을 보면서 내 처지와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돌이키려 할수록 일은 점점 더 엉망이 되어 갔고 신뢰하고 믿었던 모든 것들로부터 난 배신당했다

​어쩌면 저 연못처럼 진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은 내 사고 속의 한계 내에서지 세상의 진실은 나와 다르게 흘러간다. 진리라고 우길수록 나는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영화의 결말과 다르게 내 인생은 끝이 났다 영화는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 자포자기식 행복감으로 끝났지만 내 삶은 결국 내가 이겼다 둘의 차이점은 내가 추구한 건 탐욕이 아니라 진정한 진리였기 때문이다 

인간은 진리를 얻지 못할 수도 있고 진실이 호도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이어야 하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고 추구해야 한다는 거다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중도에서 포기하는 건 무엇이 옳은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집착하는 삶과 다르지 않다 후자가 비난 받으면 전자도 비난의 대상이다 어리석은 인생을 살지 말자

내 일생이 언제나 올바르고 진실 되고 영원한 것을 추구하는 삶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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