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윤 한 로참매미떼 숫제 땅이 떠나가라 시끄럽게 울어쌌고내군집이란 놈께아나,고누 한 판 이기는여름 대낮 개꿈아아, 싫여라긴잎사귀 속속 남빛 하늘 고운 누더기 설렘 군집이라?왜, 아무리 매를 맞아도우린 하나도 안 아프오그러잖냐시작 메모 십계명은 못 외도 이 세상에 천주를 아는 것 하나면 넉넉하오. 천주를 위해서라면 아무리 매를 맞아도 아프지 않소. 헌종 병오년 박해에 순교한 치명자 임군집요셉. 사람 마음에서 이런 신심이 나올 수 있을까. 임군집 성인은 정오부터 저녁때까지 줄창 매를 맞았으나 죽지 않아 목이 졸려 순교한다. 매를
돼지 윤 한 로면사무소 돌아서 옥천 나가는 길문득 벼논 하늘에 비뚜름 큰 왜가리 날고파란 트럭 짐칸 덕순이 희돌이 몇 바리귀 찢어져라 대이구꽥꽥대며 덜컥거리니도라지꽃 방뎅이하곤들, 엄청 좋은 데 놀러라도 가는 듯 시작 메모 옛날 사람들이 돼지를 트럭에 싣는 걸 보니, 트럭에 널빤지를 걸치고 밑에서 돼지 앞다리를 잡아당기니 돼지는 사람께 끌려가지 않으려 버팅기면서 대이구 뒷걸음질 치매, 힘 하나 들이잖고 트럭에 싣는다. 어떻게든 거꾸로 버팅기려는 짜른 뒷다리가, 똥방뎅이 무게가, 고생스러움이, 모순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렇게 무던
초여름 윤 한 로가자, 이눔아이번엔 아주 홀랑 벗고 누우련다노량진 남씨네 빚 받으러난생 처음 서울 가는 길허둥지둥 내 손목 잡아끌다 경인선 만원 기차간에 하냥 떨구고 말았네옥빛 고무신 한 짝무슨 놈에 빚은 받겠다고것도 다 외입이여, 외입하여간 창피해 죽는 줄 알았다그게 저 육십년대, 망둥이나 말렸으면 딱 좋을 눈부신 초여름날이었네신강출이 불쌍한 우리 어먼네노상 깨끗이 빨아 신던 코고무신하곤서울아!잘 먹고 잘 살아라시작 메모 우리 어머니 입에 노상 달고 사는 말 하나가 있는데 바로 ‘외입’, ‘오입’이다. 올바르지 않은 행실, 못된
유령 해변이 아름다운 작은 도시에서 사는 G는, 바다라면 연상되는 태양 빛에 그을린 탄탄한 피부를 갖고 있지 않았다. G가 하얀 머플러를 바람에 휘날리며 산책하는, 단순히 바다를 좋아하는 소녀인줄 알았다. 거의 한달 동안 바다바람에 까맣게 탄 내 얼굴은 G의 하얀 낯빛과 대비되어 보였다. 그녀는 산에서 살았던 늑대아이처럼 야성적이면서 어찌 보면 숲의 요정처럼 기묘하게 아름다웠다. 오후 해변이 보이는 거리를 산책할 때마다 나는 G와 조우했다. 우리는 가벼운 인사와 눈웃음을 나눌 뿐이었다. 하루는 그녀가 내가 두 달 예정으로 묵고 있는
또, 귀거래사(歸去來辭)* 윤 한 로이오덕 선생님의 ‘일하는 아이들’을 새로 읽는다옛날 두메산골 국민학교 애들이 쓴 시언제 읽어도 싱그럽구나풀 베고 밥 나르고 거름 내고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안다5,6학년 애들보다도 3,4학년 애들이 잘 쓰고3,4학년 애들보다도 어떻게 1,2학년 애들이 훨씬 더 잘 쓰곤 어리면 어릴수록 낮으면 낮을수록꾸밈없고 짠하고 앞니 빠진 쪼무래기들 삐뚤빼뚤 쓴 시야말로 가장 아름다우니라그 시 펼치고 평상에 누워 읽는 맛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후덥지근한 이 여름에 * 귀거래사(歸去來辭) : 당나라 도연명이 쓴 시
1. [특별기획] 경마,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2. 서울시, 용산 장외발매소 반대 표명 ''부적절 논란''3. 아시아챌린지컵, 국가대표 6두 최종 선정4. 여름방학 맞아 각지서 어린이 승마캠프 열려진성훈 기자 (cionsh@krj.co.kr)진성훈 기자 (cionsh@krj.co.kr)진성훈 기자 (cionsh@krj.co.kr)진성훈 기자 (cionsh@krj.co.kr)진성훈 기자 (cionsh@krj.co.kr)
1. 서부지법, ''용산장외발매소'' 재논의 화해 권고 결정2. "경마팬 도박꾼으로 폄훼, 사과하라" 1인 시위 열려3. 세 가지 관전 포인트로 보는 제10회 부산광역시장배4. 뜨거운 여름, 말(馬) 공부하며 ''이열치열''김동용 기자 (xoui909@krj.co.kr)김동용 기자 (xoui909@krj.co.kr)김동용 기자 (xoui909@krj.co.kr)김동용 기자 (xoui909@krj.co.kr)김동용 기자 (xoui909@krj.co.kr)김동용 기자 (xoui909@krj.co.kr)
천사들 윤 한 로장례미사 고별식이 끝나고망자가 떠나네긴 상체에 짧은 다리시골 사람 두엇울고불고 하진 않지만에어컨 바람에 컹컹거리며유족 뒤를 따라가네그새 파리 한 마리 붙었다 떨어졌다두 외인들 나무 가장이처럼 벌어지네훌륭하이! 장지에 가거들랑막걸리에 홍어서껀잘 대접받으시게시작 메모여름 감기가 엄청나게 독하다. 선풍기, 에어컨 바람을 조금만 쐬도 목이 부서질 것처럼 기침이 쏟아진다. 3주는 고생을 해야 낫는댄다. 공부하는 애들도 영화보는 애들도 미사하는 사람들도 다 기침이다. 살벌한 건 있어도 기괴한 건 있어도, 찡한 건 없는 세상인데
구름 윤 한 로멧비둘기란 놈은 괜히 괙괙 울고어머니와 단 둘이 따작밭두럭 꽁당보리밥 한 덩어리물 말아 먹는다새파란 하늘흰 구름 천천히 떠가는 날두개무덤 동규처럼 작약이나 키울라요앙고라 토끼나 멕일라요공부고 지랄이고 후레자슥 되기로 한 아, 여름 날 뭉게구름 시작 메모재수생, 삼수생은 내 우상이었다. 검은 가죽 가방 옆구리에 끼고 장발에 청자 한 대 때리던 선배들, 고뇌에 가득 찬 종로 청춘들. 나한테는 학문이나 공부는 영 아니었고 다른 일들은 다 좋았다. 술을 마시거나 잡기를 하거나 고기를 잡거나 산비탈에 잔대나 도라지를 캐거나 진
여름밤 윤 한 로칵,염전 물에 풍덩 빠져 죽어버릴라와리바시 깎으며연안 부두에 고철 주우며송림동 산동네다들 막갔다오늘은 또구루마 집 작은 곤지가핵교에 갔다별 한 개 달았다똥갯고랑에 짠물 밀고팔번지 짧은 여름밤 하늘엔 별 다닥다닥 붙었다시작 메모팔번지에 살 때 동네 진수형이 상인천 중학교에 들어갔다. 날마다 상인천중 권색 체육복을 입고 으스댔는데, 굉장히 부러웠다. 우리들 별이었다. 그러나 진수형은 일학년도 못 마치곤 돈이 없어 학교를 관뒀다. 진수형은 염전에서 아이스께끼를 팔다가 갯벌에서 갯지네도 잡다가 시내 구둣방엘 잠깐 나가더니
벤치 윤 한 로아 아 문리대니 예대니 계집애들은왜 그렇게 깔깔거리는지스모르에 백구두에꾀죄죄, 시 나부랭이 좀 써보겠다고대학물 한번 먹겠다고 나 같은 놈팽이연천에서 올라와 나무 벤치 위외롭고도 마냥 쪽팔리더라청자 한 대 꿀리곤 신문지 한 장 뒤집어썼지스물둘 초여름파란 하늘에 흰 구름 한 덩어리천천히 천천히 흘러가도록시작 메모문학을 하겠다고 대학물 좀 먹겠다고 삼수하고 연천에서 올라왔는데, 스물두 살 내가 타던 84번은 지금도 아프게 한다. 대지 극장을 지나 미아리를 거쳐 창경원을 스쳐 화신 앞을 흘러 서울역을 나와 용산을 넘어 한강
소만(小滿) 윤 한 로봄 끝물 베란다 볕 좋다 미카엘라 빨강 고무대야에 따슨 물 가득아버지 발딱 앉혀 닦아드린다 손 씻고 발 씻고 코도 팽 풀고 가슴도 닦아드리고이윽고 거기까지 닦아드리니 헤, 좋아라 애기처럼 보리 이삭처럼뉘렇게 웃으시네누렇게 패이시네그새 울긋불긋 꽃 이파리 몇 장 날아들어 둥둥 대야 속 떠다니니아버지 그걸로 또 노시니 미카엘라 건지지 않고 놔 두네오늘만큼은 땡깡도 부리지 않으시네, 윤교장선생시작 메모보리가 누렇게 패고 봄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 이미 초여름에 들어섰다. 보리 이삭이 누렇게 패고 생명이 가득 차오른
열대야 윤 한 로맥주에다 소주를 만다축구도 깨지고 야구도 깨지고바둑까지 깨지고훅훅 찌는 밤대낮처럼 환한 밤장모님이 계시건 말건 빤스만 입고허옇게 똥배를 드러낸 밤몇 십 년 만에 찾아온 밤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뜬 눈으로 새는 밤하필 무성한 플라타너스 잎새 사이 주민 두엇이 염병, 쌍욕을 하며 싸우는 밤플라타너스 잎새가 그것들 도로 덮는 밤어떻게 보면 가장 정직한 밤마치 성인 성자라도 된 듯목에 땀을 뻘뻘 흘리며 묵묵부답 베란다에 담배 피우는 밤어디선가 아주 작은 벌레가 운다한 줄금 명산대찰 새벽 바람이 인다시작 메모기교와 가식을 떨쳐
소쩍새 윤 한 로통닭 냄새 밴 해달별 팬션화장지 한 통 베고 길게 누웠다깊은 골방 속 괘종시계 치듯어디선가 소쩍새가 운다아삼삼 떠오르는 옛날 생각들눈물 찔끔 나니 불현듯 떨쳐 일어선다 오십보, 오십보 다시 백보를 걸어서 간만에 보는 시골 밤 하늘산봉우리 끝에 꽉 찬 달, 별도 좋아라꽁한 마음 뻥 뚫리매부욱 북 방구 뀌며논두렁 물로 오줌 한차례 뽑는다이슬 속, 괘종시계 치듯 여전히 놈이 우는 밤 먼 숙소동 끌고 온 학생 애들은 날밤을 까려는지 깔깔대고 오늘 밤 내 기도는 그만 건너뛰어얐다시작 메모저게 무슨 새지요? 소쩍새라고 하는데,
당신이 화랑에 서 있을 때, 백화점 꼭대기 층 은은한 향이 풍기는 전용 화랑에 서 있을 때, 당신은 또 하나의 그림이 되어 회전하며 조명을 받으며 마침내 여인들의 쇼핑목록이 되어간다. 여인들은 애초에 작정한 쇼핑을 끝냈다. 20만 원 대의 아이 옷을 사고, 남편 거로는 석 장에 2만 원 하는 기획상품인 와이셔츠를 골랐다. 본인 거로는 주름개선, 피부부활의 기능성 화장품을 선택하였다. 땅이 좀 있는 시아버지 거로는 껍데기가 그럴싸한 건강식품을 50퍼센트 할인가에 샀다. 유럽산 치즈와 호주산 쇠고기도 한 팩 씩 구입하였다. 우리 가족
적성촌 윤 한 로산 호랑이 같은 가난,허물어진 굴뚝자리 곁말발굽을 엎어놓았다여름 이엉 썩는 빈 집삐뚜딱한 돌절구 아가리 깊숙이 실낱 거미줄 치고말라비틀어진 쥐똥 몇 알서껀고작 오가리 한 장 매달았을 뿐별 묘리 없어라미욱하니 마소 구융으로나 쓸 밖에진종일 영감타구 혼자 끙끙 앓는책상물림 다산의 적성촌숭의전 붉은 벼랑 쓸고 가는 강물 소리만 배불러 터지누나시작 메모다산 정약용의 연천 ‘적성촌’ 집들은 북풍에 이엉이 걷혀 서까래만 앙상하다. 묵은 재에 눈이 덮여 부엌은 차디차고 쳇눈처럼 뚫린 벽엔 별빛이 비쳐 든다. 집 안 곡식이라곤 개
이슬비 윤 한 로개똥갈이 밭 두럭부슬부슬 비 내리네 아주까리 피마자 잎사귀에도양은 종재기에도여름 오늬라, 새파란 고초 밭 평생 땅강아지솔 수퐁 속꺼꺽푸드데기 날아오르네시작 메모어머니는 학력이 없으시다. 물어보면 옛날 소학교 4학년까지 다니다 말았다고 얼버무렸다. 아주까리 밭 두럭에 앉아 베보자기 밥 한술 뜨는 둥 마는 둥, 고무신 흙 똘똘 털며 다시금 호미를 잡으셨다. 평생을 흙 속 땅강아지로 살며 고추니, 무니, 깨니, 곡석들 자식 보듬듯 키우며 사셨다. 흙 알갱이에 닳아터진 손으로 ‘새파라니 잘 살기여, 잘 크기여’ 한 줌 또
영동 윤 한 로할퀴고 멍들고툭 튀어나온 마빡아무도 닮지 않아허구한 날 골목 구석쟁이에 꾸물꾸물 감꼭지 사과껍데기 주워먹어이수교 굴다리 밑주워왔단 모개(木瓜)야탑삭부리 아버지만이 품에 꼬옥 끌어안고 이 세상에 가장 이쁘다두만내 상주로 전학 갔다 다시 온 새 여름지나 가을된 새수양 딸 가고 없어라 손가락 짭쫄하던 우리 모개밤마다 황간 쪽 하늘 먼 먼 뭇별 되었다시작 메모 학교에서 울퉁불퉁한 모과 한 개를 책상 위에 두고 갔다. 올가을에는 많이 열리지 않아 한 개씩 밖에 못준다고 하면서. 아무려나. 멍든 자국, 좀먹은 자국, 뭣이 할퀸
천대(賤待) 윤 한 로졸참새 서너 마리 삐뚜름 날아오르고담배창고 막지붕너머남빛 하늘 곱고나벌건 대낮돼지 멱따는 소리 산내끼에 *둥구재벼설랑동네방네 떠나가라예미,흙투뱅이 불알 출럭거리메온갖 거이 먹고 마시고 싸고지지고 볶고 자시두마 밥숟갈 동가리 빠진새참 돌우물 물맛만 맑고 쓰거운데곁을 주는가왠녀르 나무인지 긴 머리 몇 발 풀어제치고 섰다 참고* 둥구재비다 : 백석 시인 시 ‘연자간’에 나오는 구절을 좀 빌렸다. 돼지 따위 짐승을 물동이를 안은 것처럼 둥그렇게 잡거나 묶어놓은 모양을 뜻한다.시작 메모올 여름에 시골을 갔다오다가 담배창
쥐며느리 윤 한 로윗목엔 꿔다논 보릿자루 서말만 이루저루염생이 누린내 풍치는 벼름박 뿔뿔뿔뿔 기어나와 갑자기 코를 박고 죽은 척하는잿빛 식솔(食率)들팔뚝 팥알점처럼 타들어간다시작(詩作) 메모여름밤은 은하수 흐르는가. 별똥이 긴 꼬리를 그으며 산 너머 쌓이고, 미류나무 옥수수 잎사귀에 파아란 바람이 부는가. 밤 뻐꾸기 새도록 울어예는가. 개울이 졸졸 맑게 노래하는가. 그건 아니잖은가. 아니잖은가. 벼름박 위 걸어놓은 소쿠리 떨어지는 깊은 밤, 작은 서슬에도 죽은 듯 엎드린 잿빛 저놈들은 무엇인가. 가난과 서글픔과 궁상 속에 자신을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