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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윤한로 詩)

서석훈
  • 입력 2011.05.2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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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윤 한 로

개똥갈이 밭 두럭
부슬부슬 비 내리네

아주까리 피마자 잎사귀에도
양은 종재기에도

여름 오늬라, 새파란 고초 밭
평생 땅강아지

솔 수퐁 속
꺼꺽푸드데기 날아오르네


시작 메모
어머니는 학력이 없으시다. 물어보면 옛날 소학교 4학년까지 다니다 말았다고 얼버무렸다. 아주까리 밭 두럭에 앉아 베보자기 밥 한술 뜨는 둥 마는 둥, 고무신 흙 똘똘 털며 다시금 호미를 잡으셨다. 평생을 흙 속 땅강아지로 살며 고추니, 무니, 깨니, 곡석들 자식 보듬듯 키우며 사셨다. 흙 알갱이에 닳아터진 손으로 ‘새파라니 잘 살기여, 잘 크기여’ 한 줌 또 한 줌 북을 주셨다. 바느질도 잘 하고, 닭도 잘 멕이고, 딸네미들 행실도 잘 가르치고. 포플린 치마 저고리에 꽃 한송이 따 든 젊을 적 어머니 흑백 사진 한 장, 보면 볼수록 마음에 부슬비 내리는 아름다운 사진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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