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한 로
윗목엔
꿔다논 보릿자루
서말만 이루저루
염생이 누린내 풍치는
벼름박
뿔
뿔
뿔
뿔
기어나와
갑자기 코를 박고
죽은 척하는
잿빛 식솔(食率)들
팔뚝 팥알점처럼
타들어간다
시작(詩作) 메모
여름밤은 은하수 흐르는가. 별똥이 긴 꼬리를 그으며 산 너머 쌓이고, 미류나무 옥수수 잎사귀에 파아란 바람이 부는가. 밤 뻐꾸기 새도록 울어예는가. 개울이 졸졸 맑게 노래하는가. 그건 아니잖은가. 아니잖은가. 벼름박 위 걸어놓은 소쿠리 떨어지는 깊은 밤, 작은 서슬에도 죽은 듯 엎드린 잿빛 저놈들은 무엇인가. 가난과 서글픔과 궁상 속에 자신을 송두리째 맡기고 활활 타오르는 저놈들은 무엇인가. 차마 떨쳐낼 수 없는 저놈들, 길고 가는 한 쌍의 더듬이는 도대체 무얼 향해 뻗치고 있는가. 적시고 있는가.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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